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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희철 Sep 12. 2018

김포성당

경향신문 <윤희철의 건축스케치> 2018.9.13일자

올 여름은 많은 사람들의 뇌리에 오래 남을 것 같다. 114년 만에 처음 온 폭염이었다니. 날아올 전기요금 폭탄을 걱정하면서도 지금껏 올 해와 같이 한없이 에어컨을 틀어 본 적이 없다. 그런데 계절의 변화는 놀랍기만 하다. 어쩌면 9월이 되자마자 날씨가 갑자기 이렇게 가을 날씨로 확 바뀌는지? 

 가을과 함께 개강이 되었다. 몇 편의 김포 원고를 쓰다 보니 알고 있는 김포의 이야기 소재가 동이 났다. 그런데 개강하는 날 같은 건물에 있는 미대 교수를 건물 앞에서 우연히 마주치게 되었다. 김포출신의 교수였다. 혹시나 하고 김포에 소재한 흥미있는 건축물의 존재 여부를 물었더니 대뜸 김포성당을 소개한다. 역사도 오래 되었고 자신의 학창시절의 추억이 배어 있는 곳이란다. 그래서 김포성당을 검색해 보았다. 그랬더니 소나무 숲 언덕을 배경으로 구 성당과 새 성당이 함께 놓인 사진이 매력적으로 내게 다가왔다. 

 차를 몰아 김포로 향했다. 낮의 해는 여전히 따가왔지만 늦은 오후가 되니 선선한 바람과 함께 가을 냄새가 코밑을 간지럽힌다. 일산대교를 건너 김포시청 방향으로 가는 길목에서 우측으로 난 2차선 도로로 접어든다. 좁은 길을 들어서자마자 우측 경사로 위에 성당이 눈에 들어왔다. 주차를 하고 성당 방향으로 시선을 돌리니 인터넷에서 보던 이미지가 눈앞에 다가섰다. 1999년에 붉은 벽돌 마감으로 지어진 새 성당은 단차가 있는 맛배지붕을 하고 있다. 지붕 전면에는 고딕성당의 요소인 장미창(rose window)이 현대적으로 디자인되어 좌측의 높다란 종탑과 어우러져 건축적 완성도를 높여준다. 우측으로 완만한 돌계단이 길게 이어진 정점에 석조로 지어진 구 성당이 자리 잡고 있다. 커다란 소나무 숲 사이로 얼굴을 내밀고 있는 구 성당은 1956년에 건립되었는데 한국전쟁 이후 건축된 석조 성당의 특징을 잘 보여주어 지난 2013년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평면은 고딕건축에서 주로 사용되던 평면인 앞뒤로 길쭉한 실내의 안쪽 좌우로 날개가 밖으로 돌출되어 있는 세로로 긴 십자형(라틴크로스,✝)으로 되어 있다. 전면 종탑 아래쪽을 둘러싼 첨두(뾰족) 아치의 창이나 아래로 내려올수록 두꺼워지는 지지벽은 고딕건축의 요소이다. 그런데 주출입구의 원형의 아치와 종탑 위의 뾰족 돔은 르네상스 요소에 가깝다. 또한 건물 측면에 뚫려진 박스형의 세로창들은 모더니즘의 요소이니 결국 구 성당의 건축양식은 여러 양식이 혼합된 절충주의 양식이라 할 수 있다. 

 다시 우측으로 울창한 소나무 숲이 발길을 이끈다. <십자가의 길>이라고 이름지어진 오솔길이 구 성당과 새 성당을 둘러싸고 끊임없이 이어진다. 오랜 세월 이 언덕을 지켜왔을 수많은 소나무들이 서로 가지를 늘어뜨려 낯선 방문객을 붙잡는다. 소나무들 사이로 옆모습을 보이고 있는 구 성당과 새 성당이 서로 병치되어 멋진 풍경화 한 점을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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