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루어지지 않은 건축스케치들

by 윤희철
Architectural Language

건축가들에게 있어서 스케치란 중요한 건축언어(Architectural Language)이다. 스케치는 짧은 순간에 자신의 건축적 상상력을 시뮬레이션해 볼 수 있고 같은 팀원이나 나아가 클라이언트에게 그다지 힘들이지 않고 건축에 대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게 해 주는 중요한 소통수단이다. 물론 CG를 이용하면 보다 정밀하고 사실적인 묘사가 가능하지만 컴퓨터를 이용한 많은 시간이 투여되어야 하고 대체로 많은 경비를 필요로 한다. 그러나 CG보다는 묘사력이 떨어지지만 큰 틀을 이해하는데는 스케치만큼 손쉽고 빠른 소통매체는 없다.


그래서 나는 대학때부터 free hand로 조감도나 투시도를 그려왔고 나의 모든 아이디어는 3차원의 스케치로 클라이언트와 소통한다. 건물에 대한 설계의뢰가 들어오면 상당한 부분은 최소한 평면도를 free hand로 그린 뒤 그에 따른 조감도를 그리지만 최근에는 간혹 평면도 없이 가능한 건축의 이미지를 조감도로 그려준다. 왜냐하면 이루어질 가능성이 그다지 많지 않은데 애써 평면까지 머리 써가며 긴 시간 투자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전체 이미지가 괜찮다 싶으면 설계로 이어지고 아니면 거기서 스톱이다. 그저 나의 건축 아이디어의 한 페이지를 더하는 정도로.

넋두리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내가 그동안 계획한 숫한 계획안들은 그저 안에서 그친 것들이 많다. 명색이 대학교수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클라이언트들은 나에게서 아이디어만 얻어가고 만다. 나의 비즈니스 능력이 부족하기도 하고 수도권 변두리 대학 교수이어서 그런지 제대로 된 클라이언트를 만날 수도 없었다. 그렇다고 지역에서는 대학교수에게 설계를 의뢰할 정도로 식견이 있는 사람도 없고(교수는 비싸다는 편견을 갖고 있기 때문).


그렇다보니 나의 계획안은 대부분 말 그대로 계획안에서 그치고 만다. 가끔 실현되기도 하는데 역시 경제적인 이유로 내가 생각하는 마감재를 제대로 써 본 적도 없어 실현작품을 내세우고 싶어도 나이 오십을 넘겼어도 아직까지 자랑스럽게 내세울 작품이 별로 없다.

누군가 공감해 주길 기대하며

이렇게 신세 한탄만 하면서 나의 생을 마감할 것인가 고민하던 즈음 다음(daum)에서 <브런치>라는 공간을 마련해 주어 나의 그간의 건축적 생각들을 내놓고자 한다. 개인적인 넋두리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한편 나의 스케치를 통한 건축적 아이디어의 표출 기법은 건축을 전공하는 학생들이나 나아가 건축에 관심있는 독자들에게 일종의 자극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