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이스의 수도 아테네 남쪽 바위산 위에 위치한 아크로폴리스는 고대 그리이스 시절 신들의 영역으로 불리워지는 곳이다. 그리이스어로 아크로(아주 높은, 최상의)와 폴리스(도시)를 합쳐서 만들어진 이름으로 높은 곳에서 생활하는 신들의 영역을 표현한 것이다. 아크로폴리스로 올라가는 우측에는 5000명 정도 수용이 가능한 원형극장인 헤로데스 아티쿠스 극장이 위치한다. 언덕길을 올라 아크로폴리스 경내로 들어가기 위해 입구에는 ‘프로필레아’라고 하는 관문이 있다. 주두(기둥머리)가 단순한 형태로 웅장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도리아식 기둥(도리아 오더)으로 이곳이 신들의 영역임을 강조한다. 프로필레아 우측에는 양 끝이 양의 뿔처럼 동그랗게 휘감겨 있는 모양의 주두(柱頭)를 한 이오니아 양식의 니케(Nike, 승리의 신) 신전이 위치하고 있다.
이 아크로폴리스에서 가장 중요한 신전은 파르테논 신전이다. 아테네의 수호신인 아테나를 모시는 신전으로 기원전 447년에 건립되었다. 여신이기는 하지만 아테네의 주신답게 장중한 도리아 양식의 모습이다. 특히 정면은 황금비 구성으로 되어 있어 서양인들에게 있어 그리이스 건축의 아름다움의 대명사로 불리우고 유네스코의 로고는 이 신전의 입면에서 가져온 것이다.
파르테논 신전 앞쪽에는 이오니아 양식의 에렉테이온 신전이 있다. 이 신전은 아테나와 포세이돈 신, 그리고 아테네의 전설적인 왕인 에렉테우스를 함께 모시던 신전이다. 신전의 남쪽으로 약간 돌출되어 있는 포치(porch)가 있는데 이곳에는 여자모습을 한 여섯 개의 기둥이 눈길을 끈다. ‘카이라티드(caryatid)’라 부르는 이 기둥은 페르시아 전쟁에서 그리이스에 대항했던 카리아를 정벌하고 여자들에게는 영원히 건물을 받치는 형벌을 받게하겠다는 의미라고 한다. 이 여인상들은 모두 사본이며 진품 중 다섯 개는 아크로폴리스 박물관에, 나머지 한 개는 영국 대영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파르테논 신전은 그리이스를 지배하던 오스만투르크가 베네치아와 전쟁을 벌일 당시 탄약고로 사용되었다. 1687년 베네치아군의 포격으로 보관하고 있던 탄약들이 폭발하면서 파르테논 신전을 비롯한 아크로폴리스의 여러 건물들이 크게 파괴되었다.
1975년부터 시작된 복원작업은 현재는 물론 앞으로도 오랜 기간동안 이어질 것이다. 아크로폴리스를 찾은 이들에게는 일부 복원된 모습으로 과거 찬란했던 그리이스 문화의 단면을 훑어보거나 복원되었을 때의 모습을 그래픽이나 모형으로 이해할 수 밖에 없는 아쉬움은 어쩔 수 없는 역사의 운명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