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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희철 Aug 17. 2015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헝가리 국회의사당

'부다'와 '페스트'

독일에서 도나우 강으로 불리우는 다뉴브 강은 스위스와 독일 서부에서 출발하여 동유럽 10개국을 거쳐 흑해로 흘러 들어가는 유럽에서는 볼가 강 다음으로 긴 강이다. 그 강의 중간 지점을 통과하는 나라가 헝가리이고 부다페스트는 이 다뉴브 강을 사이에 두고 ‘언덕’의 의미를 지닌 부다 지역과 ‘평지’의 의미를 지닌 페스트 지역으로 나뉘어져 있다. 아니 두 지역으로 나뉘어져 있던 것이 1873년 가장 위대한 헝가리인으로 불리우는 세체니 이스트반 백작에 의해 하나의 도시로 통합되어 오늘날 부다페스트가 된 것이다.

다뉴브강의 잔 물결

 다뉴브 강의 유람선을 이용하면 강을 면한 두 지역의 경관을 동시에 관람할 수 있다. 유람선에는 이바노비치의 ‘다뉴브 강의 잔물결’과 요한 시트라우스의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강’ 음악이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부다 지역의 부다 왕궁, 어부의 요새, 겔레르트 언덕 등을 올려다보거나 강 맞은 편 페스트 지역의 상업 건물들을 관람할 수 있다.


페스트 지역에서 유독 눈에 들어오는 아름다운 건물이 있는데 이 건물이 유럽의 국회의사당 중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하는 헝가리 국회의사당이다. 수많은 첨탑과 뾰족 아치 등 고딕양식을 본 따 지은 네오 고딕양식이 주종을 이루는 가운데 중앙에 우뚝 솟은 돔은 르네상스 양식을 따라 지어져 전체적으로는 절충주의 양식(몇 가지의 양식을 혼합한 양식)의 건물이다. 19세기 말에 지어진 이 건물은 런던의 템즈 강변에 있는 영국 국회의사당을 모델로 하여 길이 268m, 폭 114m, 내부에는 691개의 방과 계단의 연장 길이가 20km가 넘는 영국 국회의사당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규모가 큰 국회의사당이다. 건국 1,000년을 기념하여 건립된 이 국회의사당의 외벽에는 역대 헝가리 통치자 88명의 조각상이 건물을 장식하고 있다. 지붕에는 1년 365일을 상징하는 365개의 첨탑이 있어 네오 고딕 양식의 전형을 보여준다. 1843년 건축을 하기로 결정하였으나 독립전쟁을 치르느라 건설이 지연되었다가 1884년부터 건축이 시작되어 1904년에 완공을 하였다. 헝가리가 건국한 해 896년을 기념하기 위하여 돔의 꼭대기에 놓여진 첨탑의 높이를 96m로 했다 한다.


헝가리 국회의사당


부다페스트에서의 소녀의 죽음

 국회의사당 앞에 있는 코슈트 광장은 1956년 혁명 당시 부다페스트 대학생과 시민들이 소련군의 철구와 헝가리의 민주화를 요구하면서 데모를 벌이다가 소련군의 총탄에 쓰러져간 곳으로 헝가리 민주 의회 정치의 현장으로 유명하다. 김춘수 시인(1922-2004)의 ‘부다페스트에서의 소녀의 죽음’은 그때의 참상을 답답한 마음으로 써내려간 시로 우리들에게 잘 알려져 있다.    


부다페스트에서의 소녀의 죽음      


다뉴브강에 살얼음이 지는 동구의 첫겨울

가로수 잎이 하나 둘 떨어져 뒹구는 황혼 무렵

느닷없이 날아온 수발의 소련제 탄환은

땅바닥에 쥐새끼보다도 초라한 모양으로 너를 쓰러뜨렸다.

순간, 바숴진 네 두부는 소스라쳐 삼십보 상공으로 튀었다.

두부를 잃은 목통에서 피가

네 낯익은 거리의 포도를 적시며 흘렀다.

너는 열 세 살이라고 그랬다.

.

.

.



수많은 예술가들을 배출하였으면서도 한 편 많은 슬픔을 지닌 헝가리. 강건너 어부의 요새에서 바라보는 페스트 지역은 국회의사당과 같은 높이의 이슈트반 대성당을 제외하고는 크게 눈에 띄는 건물들이 없다. 상업지역인지라 많은 상업건물들이 세월의 때를 많이 입어 퇴색된 색채와 군데군데 보수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건물들의 모습에서 아직 녹녹치 못한 헝가리 경제의  단면을 읽을 수 있다. 그러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될 만큼 멋진 경관을 자랑하는 부다페스트이기에 많은 관광객들의 유치를 위해 페스트 지역의 강변 경관도 머잖아 서유럽의 유명도시 못지않게 깨끗하게 정돈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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