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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희철 Aug 09. 2015

‘글루미 선데이’의 도시 부다페스트

부다와 페스트의 합병

헝가리는 유럽의 중앙 동부에 위치한 내륙국으로 수도는 부다페스트이다. 부다페스트는 스위스에서 출발하여 독일, 루마니아 등 10개국을 거쳐 지나가는 유럽에서 두 번째로 긴 2,850km 길이의 다뉴브 강을 사이에 두고 부다 지역과 페스트 지역으로 나뉘어져 있다. 부다 지역은 높은 지역에 위치하여 왕궁, 어부의 요새, 겔레르트 언덕이 자리잡고 있고 페스트 지역은 저지대에 위치한 상업지역으로 주변 지구에 공장과 집합주택들이 들어서 있다. 부다와 페스트는 원래 별개의 도시로 발달하였다.


부다는 2세기부터 파노니아(Panonia) 지방(오늘날의 부다페스트를 포함하고 있는 지역)의 로마의 군사도시였던 아쿠인쿰(Aquincum)이 이어져 내려온 도시였다. 900년경 오늘날의 헝가리인들의 조상인 몽골계 마자르인들이 이 지역으로 이주해 와 1세기 후 헝가리 왕국을 세웠다. 14세기경부터 부다는 헝가리의 수도가 되었고 페스트도 상업의 중심지로 발전하였다. 1872년에는 부다와 페스트를 합병하고 2차세계대전 이후인 1950년에는 주변의 소도시를 병합하여 오늘날의 부다페스트가 되었다.

어부의 요새

부다와 페스트 이 두 지역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만큼 역사적 유산이 많은 지역으로 세계의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부다 지역의 대표적 유적으로는 왕궁과 더불어 유명한 건물이 ‘어부의 요새’인데 그 이름이 붙여진 이유는 옛날 이곳에 어시장이 있었고 19세기는 시민군이 왕궁을 지키려했을 때 어부들이 다뉴브 강으로 기습하는 적을 막기 위해 만들었기 때문이란다. 이 건물에는 고깔모양의 일곱 개의 탑이 인상적인데 이는  건국 당시 마자르족 일곱 부족을 상징하는 것이라 한다. 어부의 요새 뒤편에 자리잡고 있는 마차시 성당은 합스부르크 왕가의 최후의 황제 칼 1세를 포함하여 거의 모든 역대 헝가리 국왕의 대관식이 이루어졌던 후기 고딕양식의 성당이다.

체인 브릿지

어부의 요새에서 내려다보면 강 건너로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국회의사당으로 손꼽히는 헝가리 국회의사당에서부터 가까이 있는  세체니 다리에 이르기까지 부다페스트의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부다와 페스트를 잇는 대표적인 다리인 세체니 다리는 1948년에 완공되었는데 다리 건설에 공헌한 세체니 공을 기리기 위하여 세체니 다리라고 명명되었다. 다리의 설계는 헝가리로 귀화한 영국 건축가 아담 클라크가 설계하였고 체인으로 만들어졌다 하여 일명 ‘체인 브릿지’로 불리우고 있다.


'글루미 선데이'의 주 무대

헝가리는 프란츠 리스트, 벨라 바르톡, 졸탄 코다이 등 세계적인 음악가들을 배출한 음악의 나라이다. 최근에는 1930년대에 헝가리 작곡가 레조 세레즈가 작곡한 ‘글루미 선데이’라는 곡이 부다페스트를 소개하는 대표적인 음악으로 유명하다. 이 곡은 초기에 이 곡을 들었던 수많은 사람들이 자살하여 ‘자살의 송가’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이 곡이 처음 방송되던 첫 날에  다섯 명의 청년의 자살을 비롯하여 방송된 지 8주 만에 187명의 자살자가 생겨났단다. 그래서 영국의 BBC를 비롯한 여러 방송국에서는 이 곡을 금지곡으로 지정하였고 <뉴욕타임즈>에서는 ‘수 백 명을 자살하게 한 노래’라며 특집기사를 싣기도 하였다. 1968년 1월 7일 작곡가 자신의 자살은 ‘자살의 송가’의 결정판이 되었다. 그의 자살은 아마도 글루미 선데이가 히트를 치자 이를 이을 다음 곡을 쓸 수 없었던 괴로움이 그 원인이었을 것으로 추론하고 있다. 그가 죽을 당시 손가락이 굳어 있어 두 손가락밖에는 쓰지 못했다고 한다.

https://youtu.be/8Kkxbw3s2pM


2000년 영화 '글루미 선데이'가 개봉되면서  영화의 주 무대가 되었던 부다페스트와 영화를 이끌고 가는 ‘글루미 선데이’의 음악은 전 세계인에게 다시금 깊은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이 곡은 부다페스트를 찾는 사람이라면 거리의 악사나 음식점에서도 흔히 연주가 되는 오늘날 부다페스트를 알리는 대표곡이 되어 있다. 이 곡의 선율에서 묻어 나오는 우울한 분위기나 이 곡으로 인해 야기된 수많은 사람들의 자살 이야기는 오늘날에도 자신의 처지가 우울한 많은 사람들에게 ‘자살’이라는 단어를 떠오르게 하는 대표적인 곡이다.


부다페스트의 아름다운 도시모습을 배경으로 흘러나오는  글루미 선데이의 가슴 시린 선율이 전해주는 우울한 이야기는  나의 가슴을 적신다. 3년 전 14살의 나이에  피아노 음악에 빠져 스스로 생을 마감한 내아들의 경우와 너무도 흡사하기 때문이다.  부다페스트, 글루미 선데이를 생각하면 아들생각에 쏟아져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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