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지붕 융프라우
융프라우는 스위스 베른 주(州)에 위치한 높이 4,158m 높이의 산으로 ‘유럽의 지붕’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융프라우란 ‘젊은 여자, 처녀’를 뜻하는 말로서 알프스의 고봉들을 등정하기 위한 거점 마을인 인터라켄의 아우구스티누스 수녀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하여 명명하였다 한다. 인터라켄(Interlaken)은 ‘호수 사이’라는 뜻으로 툰 호수와 브리엔츠 호수 사이에 위치한 마을이다. 이 인터라켄에서 출발하는 산악열차를 타고 유럽에서 가장 높은 역인 융프라우요흐(3,454m)까지 올라갈 수 있다. 산악열차는 기차의 2개의 레일 중간에 톱니모양의 레일을 하나 더 깔아놓고 기관차의 양 바퀴사이에 설치된 톱니바퀴가 톱니모양의 레일을 물고 가는 기차이다. 이 장치 때문에 기차는 급경사에서도 뒤로 밀리지 않고 앞으로 전진할 수 있다.
산악열차를 타고 융프라우를 오르는 기찻길 연변에는 알프스의 푸른 초원과 예쁜 꽃으로 장식된 가옥들들이 이곳 저곳 펼쳐져 있어 관광객들의 핸드폰 카메라가 숨쉴 겨를이 없다. 융프라우를 오르는 급경사가 시작하기 전에 위치한 중간 기점이 그린델발트(Grindelwald) 역이다. 해발 1,034m에 위치한 그린델발트는 융프라우를 등정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머물러야 하는 산악마을이다. 비록 산악열차를 타더라도 융프라우를 오르는 기점 마을답게 기차도 이곳에서 얼마간 정차를 하여 잠깐이나마 주변을 감상할 수 있다. 기차에서 내려 정상쪽을 바라보면 그린델발트를 덮칠 듯이 시커멓게 우뚝 서 있는 수천 길의 절벽이 보는 이를 압도한다. 이 절벽이 알프스 3대 북벽 중 하나인 그 유명한 아이거 북벽이다. 수많은 등반가들의 목숨을 앗아가 ‘죽음의 벽’으로 불리우는 이 북벽에 대한 등정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노스 페이스’를 보면 이 벽이 얼마나 등반하기 어려운 코스인지 알 수 있다. 융프라우를 오르는 산악철도는 이 아이거 북벽을 뚫어 만든 약 7km에 달하는 길이의 터널을 지나면 종착지인 융프라우요흐 역에 도달한다. 융프라우요흐 역은 유럽에서 가장 높은 철도 역이기 때문에 "유럽의 정상(Top of Europe)" 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융프라우요흐에는 빙하 30m 밑을 조각해서 만든 다양한 얼음 궁전이 있다. 또한 얼음 궁전과 함께 유럽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레스토랑이 자리잡고 있다. 이 레스토랑에는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의 신라면이 대표적인 음식으로 자리잡았다. 2024년 가격으로 1개당 13,000원 정도를 지불해야 먹을 수 있는 라면이다. 세상에서 가장 비싼 컵라면이지만 없어서 못 팔 지경이란다. 융프라우에서 인기를 얻은 신라면은 마테호른 전망대에서도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인기 상품이라 하니 상품 하나가 대한민국의 홍보대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융프라우요흐 역에서 엘리베이터를 타면 융프라우에서 가장 높은 전망대 겸 천문 관측소인 스핑크스(Sphinx) 전망대에 오를 수 있다. 해발 3,571m 높이에 위치한 이 전망대를 오르면 실내와 야외에서 360도 파노라마 뷰로 알프스의 설경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야외 테라스에서는 유럽에서 가장 긴 22km에 달하는 알레치 빙하의 장관을 만끽할 수 있다. .
100년 전에 수 천 미터의 험준한 바위산을 뚫고 철도를 만들었던 스위스인들의 뛰어난 토목기술과 집념이 오늘날 수많은 관광객들을 스위스로 불러 모으고 있다. 인간이 만들어 낸 건축물이 엄청난 스케일의 설산과 빙하가 어우러져 융프라우의 대표적인 절경을 자아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