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야 소피아를 모스크로
1453년 동로마의 수도 콘스탄티노플을 점령한 오스만투르크는 콘스탄티노플을 이스탄불로 이름을 바꾸고 그들 제국의 수도로 삼는다. 그리고 너무나 훌륭한 건축물이었던 기독교 예배당 아야 소피아를 파괴하지 않고 그들의 모스크로 사용하기 시작하였다. 기독교에 필요한 성화가 건물 내부 전체에 모자이크와 프레스코로 그려져 있었으나 우상을 엄격히 금하고 있는 이슬람의 교리에 따라 아야 소피아의 내부벽면은 회벽으로 모두 덧칠하게 된다. 그 위에 코란으로 내부를 장식하고 하루에 5번 기도의 시간을 나팔로 멀리 알리기 위하여 4개의 높은 망루(미나렛)를 새로이 덧붙였다.
아야 소피아를 능가하는 모스크의 건설
이렇게 기독교 예배당을 자신들의 모스크로 개조하여 사용하기를 160여년이 지난 1609년 14대 술탄 아흐메드는 이슬람의 자존심을 지킬 수 있는 아야 소피아를 능가하는 모스크를 짓기를 명한다. 그리하여 7년 후인 1616년 현제의 모스크가 완성되므로써 아야 소피아에서의 더부살이 생활을 마감하게 된다. 첨탑(미나렛)이 6개인 이유에 대한 에피소드가 다음과 같이 전해 진다. 아야 소피아를 능가하는 모스크를 짓도록 명한 술탄 아흐메드는 첨탑을 모두 금으로 장식할 것을 명하고 여행을 떠났다. 그러나 건축가는 첨탑을 모두 금으로 장식하기에는 너무 예산이 많이 들어 완성이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술탄의 명을 거역할 수는 없었기에 그는 터어키어로 ‘금’과 숫자 ‘6’이 발음이 비슷한 것을 착안하여 술탄의 말을 잘못 알아 들은 척하므로써 금이 아닌 6개의 첨탑을 만들었다고 한다. 어찌하였든 건너편 아야 소피아가 4개의 첨탑을 하고 있는데 이 모스크는 6개의 첨탑을 가지고 있어서 외양으로도 더 규모가 크게 보이므로 이슬람의 자존심을 내세우기에는 손색이 없었을 것이다.
터어키의 상징공간
이슬람을 종교로 하고 있는 터어키에서의 술탄 아흐메드 모스크는 그들의 정신적인 지주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모스크의 전면은 히포드롬이라 불리우는 로마시대 전차경기장을 개조한 광장이 자리하고 있고 아야 소피아와 마주하고 있는 측면에도 넓은 오픈 스페이스를 두고 있어 명실상부하게 이스탄불의 주 건물임을 알 수 있다. 건너편 아야 소피아의 입장료가 5만원에 가까운 것과는 대비되게 이 모스크는 입장료가 없다. 이슬람인들의 예배 공간이기 때문이다. 수시로 드나들면서 기도하는 공간이라 입구에서 이슬람 교도 여부를 확인하기가 어려운 탓일게다. 덕분에 타 종교인은 물론 일반 관광객들도 이슬람의 대표적인 모스크를 입장료 없이 살펴볼 수 있다는 것은 여간 행운이 아니다. 모스크 입구에 들어서면 손발을 씻는 수돗가가 있다. 신자들은 이슬람 의식에 따라 오른 손에서 왼손, 입안, 목덜미, 발 등의 순서로 씻고 경내로 들어 간다. 들어갈 때에는 신발을 벗고 신발을 비닐봉지에 싸서 들고 다녀야 한다. 여자는 머리를 가리는 스카프를 써야 하고 짧은 바지는 입장이 곤란하다.
'블루 모스크'
돔 내부에 들어서면 내부 전체가 휘황찬란한 타일과 식물이나 기하학 문양의 장식으로 둘러싸여 있다. 스테인드 글래스를 제외한 벽면은 2만 여장의 푸른색 이즈닉 타일로 장식을 하여 일명 ‘블루 모스크’라고 불리우고 있다. 그러나 막상 내부를 보면 붉은 색 타일도 많아 별명에서 오는 푸른색 느낌은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돔을 둘러싼 많은 창들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빛들로 현란한 스테인드 글래스가 더욱 아름답게 비쳐지는 넓은 내부공간은 감탄이 절로 나오게 한다. 이처럼 넓은 공간을 덮을 수 있는 기술이 돔(dome) 기술인데 이 기술은 원래 중동 지역에서 시작되었던 기술이다. 그러한 중동 지역의 돔기술을 바탕으로 크고 작은 돔을 연속해서 공간을 만들어 내는 독특한 기독교의 건축술을 마련한 것이 아야 소피아이다. 그 아야 소피아의 건축술에 감탄하였던 오스만투르크에서도 이 건물을 파괴하기에는 너무 아까와 첨탑을 더해 모스크로 사용한 것이다. 술탄 아흐메드 모스크도 아야 소피아의 건축술을 바탕으로 6개의 첨탑을 더하므로써 두 개의 건물이 비슷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타자를 인정하는 아름다운 도시
하나는 기독교 시대의 최고 건축물, 다른 하나는 이슬람의 최고 건축물을 한 자리에 두어 양자가 서로 조화를 이루는 이스탄불 구도심의 대표적인 도시 이미지를 형성하고 있다. 타자를 인정하기에 더욱 아름답게 느껴지는 도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