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10년 전 쯤 되는 것 같다.
의정부에서 포천을 넘어 오다 보면 고개가 하나 있는데 이를 축석고개라 한다. 그 고개 정상에 축석휴게소라 불리우는 넓은 부지위에 단층짜리 휴게소가 하나 자리잡고 있다. 당시 포천에서는 동농 이해조 기념사업회를 중심으로 이해조 문학관을 건립하자는 논의가 있었다. 아니 문학관까지는 너무 거창하고 포천의 유명한 위인들은 물론 포천을 소개할 수 있는 조그만 홍보관이라도 하나 조성해 보자는 주장이 나왔다. 그러면서 포천의 관문인 축석휴게소에 조그마한 컨테이너 하나라도 마련해 보는 것은 어떻겠느냐는 아이디어도 나왔다. 공공(시)에서 그러한 것을 만들어줬으면 좋겠지만 혹 휴게소 주인이 좋은 뜻을 갖고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휴게소 주인을 만났다. P회장으로 불리우는 그 사람은 휴게소 뿐 아니라 여러곳의 주유소를 경영하는 상당한 재력을 가지고 있는 지역유지였다. 그래서 나는 홍보관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는데 P회장은 그렇잖아도 휴게소를 개축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는데 개축할 때 홍보관을 적극 검토해 보겠노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위치에 영화관과 대형 마트를 넣고 싶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다만 그렇게 건물 규모가 커지는만큼 주차장을 더 확보를 해야하는 문제가 있어서 휴게소에 붙어 있는 마른 개울(구거)을 덮어서(복개해서) 일부 주차장으로 활용하고 개울 건너 자신의 또 다른 땅도 주차장으로 만들겠다는 생각이었다. 시에서 그러한 자신의 계획에 따라 구거를 복개하도록 허가를 내주면 자신의 부지위에 포천시의 홍보관을 지어주겠다는 뜻을 비쳤다.
그래서 나는 아래와 같은 스케치를 작성했다. 앞쪽의 뾰족한 지붕 아래부분이 주유소, 그 왼쪽이 대형 마트, 그리고 위가 잘린 원추형의 유리로 마감된 부분이 홍보관, 그 옆이 다목적 휴게공간, 마지막 왼쪽 끝부분이 2~3개의 스크린을 넣을 수 있는 영화관을 계획해 보았다. P회장에게 보여주었더니 이렇게만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반응을 받았다.
그러나 한참을 기다려도 답이 없더니 결국 기존의 단층짜리 휴게소를 리모델링해서 쓰겠다고 결론을 내렸단다. 그래서 이 구상안도 빛바랜 스케치가 되어 나의 스크랩북에서 퇴색되어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