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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_왜 지금, 치유산업인가

개인의 회복을 넘어, 사회 시스템의 회복으로

by 치유설계자

오늘의 한국 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 치유가 절실한 시대를 살고 있다.

그 이유는 단순한 개인적 아픔의 차원을 넘어, 사회 전체가 구조적으로 치유를 필요로 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단순히 누군가 힘들어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사회의 면역 체계 자체가 붕괴하고 있다는 뜻이다.


한국 사회는 지금 여섯 가지 겹치는 위기에 동시에 노출되어 있다.

1. 가족 해체와 1인가구 급증으로 일상화된 고립,

2. 끝없는 경쟁 사회와 그로 인한 청년 세대의 좌절감,

3. 경제 양극화가 심화시킨 기회 불평등,

4. 빠른 고령화와 돌봄 위기,

5. 전 세대를 가로지르는 정신건강 대란,

6. 그리고 기후위기와 직업 불안정 등 환경과 삶의 조건 변화가 그것이다.


이는 단순한 성장통이 아니다.

2024년 자살 사망자가 1만 4,439명으로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28.3명으로 OECD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OECD 최하위를 기록하며, 60년간 8분의 1 수준으로 급락했다.

이는 OECD 평균 1.51명이 같은 기간 절반으로 줄어든 것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이 숫자들이 말해주는 것은 명확하다.


사람들이 더 이상 이 사회에서 미래를 상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은 우리 사회의 치유 취약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결정적 사건이었다.

거리두기로 인한 공동체 가치의 해체,

생명 가치의 저하와 세대 갈등 심화,

정신건강 위기의 확산,

비대면 사회로의 전환에 따른 기존 기준의 붕괴,

그리고 사람들의 내면 근육 약화까지,

팬데믹은 백신과 치료제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더 깊은 상처를 남겼다.


실제로 정신질환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은 2020년 기준 약 12조 9,000억 원으로 집계되며, 이는 연평균 5.8%씩 증가하고 있다.

이는 전체 질병부담 중 6위에 해당하는 규모로, 암의 20조 7,000억 원에 이어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키고 있다.

우리는 병원에 가면 해결될 거라고 생각했지만, 정작 아픈 것은 마음이었고 그 마음을 돌볼 시스템은 없었다.


한국 사회는 관광, 농업, IT, 공업 등 기존 핵심 산업들이 만들어낸 부작용과 사회적 비용을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관광은 성장했지만 지역 갈등과 환경 부담을 키웠고,

농업은 생산성 향상 뒤에 농촌 공동체 해체를 남겼으며,

IT 산업은 세계적 성과를 냈지만 디지털 과몰입과 정신질환,

세대 단절 같은 새로운 병리를 탄생시켰다.


우리는 계속 앞으로 달려왔지만, 그 과정에서 무엇을 잃어버렸는지는 돌아보지 않았다. 이제 그 대가를 치르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치유산업은 단순히 의료의 보완재가 아니다.

산업의 부작용을 흡수하고, 사회를 회복과 성장으로 되돌리는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유럽연합이 농업보조금의 일부를 치유농업으로 전환하고, 일본이 포레스트 테라피, 즉 숲치유 제도를 국가인증으로 운영하며 지역 경제와 국민 정신건강을 동시에 살리고 있는 것이 바로 그 증거다.

글로벌웰니스연구소에 따르면 2023년 세계 웰니스 관광 시장 규모는 8,302억 달러에 이르며 2028년까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세계는 치유를 산업으로, 그리고 국가 전략으로 인식하고 움직이고 있다.


지금까지 한국 사회에서 치유는 복지, 의료, 종교에 묶여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산업적 접근이 필요하다.

복지의 치유가 수혜자를 위한 일방적 지원이라면, 산업의 치유는 참여자가 주체가 되어 경제적 가치와 일자리를 창출하는 생태계다.


네덜란드의 경우 1998년 75개였던 치유농장이 2018년 1,250개로 증가하여 연간 약 2만 명이 이용하고 있으며, 독일에서는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162개의 치유목적 농장이 운영되고 있다.


이들 국가에서는 치유산업이 단순한 서비스 제공을 넘어 지역경제 활성화와 고용 창출의 핵심 동력으로 자리잡았다.

치유가 돈이 되고, 일자리가 되고, 지역이 살아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 것이다.


만약 지금 이 전환점을 놓친다면, 한국 사회는 인구 감소라는 구조적 위기에 더해 삶의 질 저하, 사회적 갈등 심화, 정신적 불안, 지역 소멸, 공동체 붕괴라는 다중 위기를 동시에 맞게 될 것이다.

특히 고령 인구가 급격히 늘어나는 시대에, 단순히 신체 건강만 지키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국민 대다수는 심각한 질병은 아니지만 원인을 알 수 없는 신경성 질환과 불안, 우울을 겪고 있으며, 이런 문제는 병원 검사에도 잘 드러나지 않는다.


구조적 스트레스는 개인의 의지만으로 극복하기 어렵기에, 개인이 자기 몸과 마음을 지킬 수 있도록 돕는 사회적 치유 환경이 절실하다.


청년 세대 역시 보편적 만족감을 주지 못하는 사회 속에서 끊임없는 비교와 격차, 양극화에 시달리며 불안에 휩싸이고 있다.

청년 고립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만 연간 최대 7조 5,000억 원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이들은 단순히 돈이 없어서 힘든 것이 아니다. 자신이 설 자리가 없다고 느끼고, 아무리 노력해도 나아지지 않을 것 같다는 절망감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누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겠는가?


사회 구성원 전체의 정신건강 수준이 올라가고 평균적인 내면의 힘이 강화되어야만 출산율 회복도 가능하다.

아이를 낳는 세대는 이 사회가 내 아이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곳이라는 믿음이 있어야 새로운 생명을 맡길 수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불안과 혐오, 경제적 압박이 가득한 사회에서는 누구도 미래를 기꺼이 열어가려 하지 않는다.

정부가 아무리 출산 장려금을 올려도 효과가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돈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지방 소멸의 위기 역시 치유와 직결된다.

수도권으로 사람들이 몰리는 이유는 단순히 일자리 때문만이 아니다.

끊임없는 비교와 경쟁에서 오는 불안이 지방을 떠나게 만든다.

만약 지역에서도 마음이 편안하고 안전한 삶을 누릴 수 있다면, 사람들은 굳이 회피하거나 도망치지 않고 자기 자리를 지킬 수 있다.

지역에서도 기회를 만들고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단단한 내면을 길러주는 것, 이것이 치유산업의 진짜 힘이다.


치유는 단순히 개인을 위로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다시 자기 삶의 주인공이 되게 만드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한국 사회는 가족 해체, 경쟁사회, 양극화, 고령화, 정신건강 대란, 환경 불안정이라는 여섯 가지 겹치는 위기를 동시에 맞이하고 있다.

이 복합 위기는 기존의 복지, 의료 시스템만으로는 대응할 수 없으며, 새로운 산업적 접근을 필요로 한다.


치유산업은 단순한 힐링 서비스가 아니라, 개인의 생존을 지탱하고 사회적 연대를 회복하며 국가적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핵심 인프라가 되어야 한다.

청년이든 노인이든, 불안과 우울을 넘어 건강한 생각과 삶을 유도할 수 있는 사회적 구조가 필요하며, 그렇지 않다면 생산성은 떨어지고 사회는 불신과 혐오로 더욱 병들어갈 것이다.


따라서 지금 이 시점은 치유산업을 선택이 아니라 필수적 국가 전략으로 자리잡게 해야 할 때다.

치유산업은 이를 단순히 막는 수준을 넘어, 사회 전체가 다시 살아갈 힘을 얻게 하는 가장 중요한 성장 동력이다.


지금이 바로 그 전환점을 잡아야 할 순간이다.


우리가 지금 무엇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10년 후 한국 사회의 모습은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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