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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희대 Apr 19. 2019

[꿈의 성공 에세이] 마이클 잭슨 _1

문 워커(Moon Walker)


[꿈의 성공 에세이]  '마이클 잭슨'편

faith [믿음]     


남들은 내가 생각하는 걸 믿지 않았다.

모두가 의심이 많았다.     

자기 스스로가 자기를 의심하면

최선을 다 할 수가 없다.     

스스로를 믿지 못한다면

누가 믿어주겠는가?     

일단 작업에 들어가면

나는 항상 자신을 가진다.     

계획을 착수할 때는

그것을 100% 믿는다.

나의 혼을 그 작업에 불어넣는다.     

그러다가 죽어도 상관없다.     

그것이 나 자신이다.          

     

- 마이클 잭슨 자서전 'Moon Walk' 중에서 -     



문 워커(Moon Walker)           


거의 2분여에 가까웠던 슬래쉬의  ‘Black or white’ 메인 리프 연주가 이제 끝났다. 무대 위엔 그와 그의 빨간 기타, 그 잔여 음만이 여운으로 덩그러니 남았다. 이어지는 암전.     


빛은 무대 뒤 한 점으로 관객석을 향해 투사된다. 그리곤 이 빛은 무대 중앙 갑자기 내려뜨려진 흰색의 대형 커튼, 그 막 뒤로 다시 숨는다. 흰 장막 위에 비친 검은 실루엣. 특유의 베이스 라인 비트가 시작된다. 실루엣이 움직인다. 관객은 동요한다. 비트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비트가 실루엣을 따른다. 파핑, 록킹, 스핀. 장막 뒤로 각 관절들은 따로 이야기를 한다. 세상에 없을 것 같은 몸의 언어가 멈춤 없이 재현된다. 실루엣은 중절모, 짧은 재킷, 장갑을 드러낸다. 하지만 이 언어는 지구인의 그것이 아니다. 지구인들이 열광한다. 장막이 걷혔다.     

 

“Billie Jean is not my lover! She's just a girl who claims that I am the one~”     


장막을 걷고 나온 이 우주인은 ‘빌리진’이 자기의 연인이 아니라고 지구인처럼 이야기했다. 그러나 곧 지구인이 아님을 증명한다. 흰 양말, 검은 구두로 가려놓은 우주인의 두 발은 이내 달 위를 걷는다. 아니 유영한다. 신들린 듯 뒤로 미끄러진다. 순간 중력은 존재하지 않는다.      


문 워크(Moon Walk)!      


그렇게 이 우주인의 월면 보행(月面步行) 한걸음 한걸음에 지구인들은 환호하고, 놀라고, 또 눈물을 흘렸다. 이날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 특설무대를 메운 4만 5천여 지구인들은 이렇게 그와 함께 달을 걸었다. 달 위를 걷는 마이클 잭슨과 함께. 


 "이번 공연을 통해 세계 유일의 분단 민족인 한국민족의 고충이 전 세계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게 되길 바랍니다. 독일이 그랬듯이 한국도 곧 통일이 되길 희망하며 그날에 다시 여러분과 함께 만날 것을 약속합니다."


6.25 전쟁 종전 49년을 기리며 세계 전쟁 희생자 및 불우 어린이 돕기 자선공연으로 마련된 행사 <마이클 잭슨과 친구들>. 1999년 6월 25일 저녁 6시 30분부터 5시간여 동안 펼쳐진 이날 공연은 ‘금세기 마지막 빅 이벤트’라는 별칭답게 주인공인 마이클 잭슨 외에도 머라이어 캐리, 보이즈 투 맨, HOT 등 당시 국내외 정상급 출연진들 총 14개 팀이 참여했고,  장대한 규모의 기획과 다양하고 특별한 공연 구성으로 찬사를 받은 바 있다.     


특별 공연의 시작은 그의 전설적인 퍼포먼스가 담긴 빅 히트 곡들 「Don't stop 'til you get enough」, 「The way you make me feel」, 「Beat it」, 「Black or white」, 그리고「Billie Jean」과 그의 트레이드마크 춤인 문워크(Moon Walk)까지 이른바 마이클 잭슨 메들리로 시작됐다.      


다음으로 백댄서들과 완벽한 호흡 속에 절도 있고 화려한 군무가 인상적인 명곡「Dangerous」의 공연이 끝나고, 이어진 노래 「Earth Song」에서는 이날 공연의 기획 의도이기도 했던 '돌아오지 않는 다리'와 탱크를 대형 세트로 준비해 무대 위에 등장시키며 어린이들과 함께 전쟁의 아픔에서 평화를 염원하는 상징적인 메시지를 환상적인 무대 장면으로 연출했다.      


공연장 분위기는 최고조로 끌어 올랐고 관중들이 ‘마이클’을 연신 연호하자 앙코르로 그는 대표곡 「You are not alone」을 객석과 함께 불렀다. 이어 마지막 피날레 송 「Heel The World」가 울려 퍼질 때 이날 잠실 주경기장의 밤하늘은 폭죽으로 뒤덮이며 그의 공연은 막을 내린다.     

1999년 <마이클 잭슨과 친구들> 내한 공연 실황

<마이클 잭슨과 친구들> 무대는 공연 준비 팀과 출연진이 400여 명에 이르고 무대장치, 음향 및 영상 장비는 400t 규모로 컨테이너 9개 분량이 동원됐다. 무대 설치작업에 동원된 인력만 100여 명이었고 공연 7일 전부터 설치 작업을 진행해 리허설을 마쳤다고 한다. 이날 잭슨의 공연 수익금과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방송을 통해 모금된 금액 약 13억 6천 여 만원은 적십자와 유네스코, 넬슨 만델라 재단 등 국제 자선단체에 기부됐다.     


공연 생방송 실황의 사회자였던 배철수 씨는 방송 중에 “우리나라 나이로 마흔이 넘었는데 마이클 잭슨이 우리의 불혹(不惑)이라는 단어를 알지 모르겠지만, 많은 나이에도 이렇게 현란한 춤과 무대 위에서 관객들을 끌어 모으는 카리스마가 대단하다”라고 얘기했다.      


그랬다. 우리나라 나이로 41세. 그러나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한 과연 팝의 황제(King Of Pop)였다.    


하지만, 대한민국이 통일되는 날 다시 돌아오겠다는 그의 약속은 안타깝게도 지켜지지 못했고, 그의 한국 방문도 이때가 마지막이었다. 1999년 6월 25일, 이날 오후 잠실 공연으로부터 10년 후의 일을 그때는 그도 우리도 아무도 몰랐다.      


10년 후 2009년 6월 25일 오후, 잭슨은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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