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없다

by 한 작자

허리가 그래서 괜찮냐고

엄마 대신 내게 묻는다.


허리가 아파 보이시는데

엄마 대신 내게 이야기한다.


인생은 가까이에선 비극이고

멀리서는 희극이라고 했는데

가족은 비극을 가까이에 두고도 무뎌지나 보다.


엄마의 허리는 삼십여 년 동안 천천히 굽어졌다.

이제 육십 대인 엄마는 굽은 채 다니신다.


엄마는 말했다.

너네가 일하게 되면

집안 사정이 좀 나아지면

돈이 덜 필요하게 되면

외할머니,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시면

허리를 치료하겠다고


그 긴 시간 동안 엄마는 늘 없었다.

엄마는 있으면서도 없다.


내 아이를 낳고 엄마가 보이기 시작한다.

엄마는 늘 거기 있었는데

손주 봐주러 오는 엄마의 굽은 등이 이제 보인다.


엄마는 이제 말한다

너네 좀 도와주다가 병원에 다녀야지


무뎌지는 것도 병이라면

우리 가족은 모두 병원에 가야겠다.


굽은 엄마는 없었다.

비극에 무뎌진 우리가 있다


오늘도

엄마는 없다.




(캘리그래피 출처: http://blog.daum.net/_blog/BlogTypeMain.do?blogid=0GltY&btype=0&navi=0by 담곡 김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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