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샘 Jun 27. 2024

내 고양이 루미가 고양이 별에 갔다

남은 이가 받는 위로들


개인적인 이야기를 적어보려 한다

6월 22일 오전 내 고양이 루미가 갑작스럽게 고양이 별로 떠났다

4살밖에 안된 내 아기 루미

데려오는 날 구름이 예뻐 구루미가 된 내 루미


병원에 마취미용을 맡겼는데 병원 과실, 마취 문제로 떠났다

너무 건강했고 작년 건강검진 때도 문제가 없어 절대 상상도 못한 일이었다


빡빡이로 시원함에 뛰어다녀야 할 루미가 없다

지훤이의 장난을 받아 줄 루미가 없다

아침마다 방 문앞에 누워 나와 남편이 깨기만을 기다리며 가만 쳐다보는 루미가 없다

퇴근하면 '냐아-'하고 반기며 중문 밖으로 나가려는 루미가 없다

육퇴 후 남편과 놀고 있으면 꼭 우리 발 밑으로 와 골골거리고 코를 문대는 루미,

밥 먹을 때 따라오라고 부르는 루미,

정수기 물을 틀어 물바다를 만들어 놓는 루미,

밥 먹는 동안 같이 있어주면 골골 거리고 혹시 가버리면 따라오는 루미,

자러가려하면 꼭 잡기놀이하자며 도망가는 루미,

손가락을 내밀면 언제든 냄새 맡으로 다가오는 루미,

아무리 지훤이가 귀찮게 해도 세게 무는 법 없이 봐주는 루미,

자려고 누우면 우리 방으로 따라와 물을 마시고 그루밍하는 루미,

조용히 눈 감고 있으면 듣기좋은 숨소리가 나는 루미,

그런 루미를 이젠 만날 수가 없다





반려동물과의 이별이 처음인 나는 이 이별이 낯설고 힘들다


주말엔 내내 울었고

월요일은 출근해서 울었고

화요일은 혼자 있는 시간동안 울었다

수요일엔 울적하다 아들에게 위로받고

목요일에는 동화책에 위로받았다


루미가 제일 힘들었겠지만

남은 나도 참 힘이 든다




하지만 내겐 3살배기 아들이 있기 때문에 마냥 힘들수도 없는 노릇

울다가도 정신차리고 육아를 하다보면 슬픔을 순간 잊게 되기도 해 다행인가... 싶기도 하다



안아달라는 손짓에 가만 안고있으면

아이와 맞닿은 살갗에 위로를 받는다

포옥 안겨 작은 양 팔로 나를 그러쥐면 그 포옹에 마음이 녹는다



내가 주는 것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받는 것이 더 크게 다가오는 순간이었다



만일 세 살배기 내 손길이 많이 필요한 아이가 없었다면

우울증이 왔을거다

반려동물이 가면 많이들 우울해한다는 데, 마음의 준비를 전혀하지 못한 채 죽음을 접하니

더욱 감당이 안된다


하지만 일과 육아. 해야할 것들 앞에 서게 되면 하루가 금새 흘러가더라



대신 혼자 남은 시간에

슬픔이 오는 순간에는 충분히 슬퍼하고

눈물이 나면 눈물을 흘리고

루미가 보고싶으면 사진을 들여다보고 마음을 글로 정리하며

그렇게 마음을 흘려보내고 있다





그러던 중

동료선생님이 동화책 한 권을 선물해주었다

루미가 아기고양이때부터 우리 집에 자주 놀러와 루미와 익숙했던 선생님이다


루미가 갔다고 이야기하며 우는 나를 같이 눈물로 위로해주던 선생님은

그 눈물로도 많은 위로가 되었는데 편지 한 통과 함께 '우리가 헤어지는 날'이라는 

고양이와 아이가 담긴 동화책을 선물했다.



고양이가 묻힌 자리에서 아이의 소원에 따라 씨앗이 자라고, 씨앗에서 고양이가 피어 아이와 고양이가 하루를 보내는 동화였다. 

하루를 아이와 신나게 보낸 고양이는 밤이 되어 아이를 바라보며

그 자리에서 하늘로 천천히 날아가 별이 되었다.



여러 번 읽을 때마다 마음이 아팠고 슬펐고 울었지만

이상하게 위로가 되었다


동화책의 그림이 너무 따듯했다

고양이와 마지막 인사하는 장면에서 아이는 '잘가!'라고 외쳤지만 나는 '가지마' 라고 외치고 싶었다

그냥 그러고 싶은 나를 보며 마냥 슬프게 뭉쳐있던 감정들이 

짧은 동화책의 흐름에 따라 점차 풀리더라


형체가 없이 엉켜있던 슬픈 마음이 마지막에 별이 된 고양이를 보며

'우리 고양이 루미도 별이 되었겠지?

아니면 이름따라 구름이 되었을까?

아마 하늘에서 재미있게 놀고 있을거야'



루미가 보고 싶을 때마다 이 책을 들게 될 것만 같다



루미를 잃은 슬픔이 내게 충분히 머무르고 차고 넘쳐 점차 얕아질 때까지

시간이 필요할거다

지금은 루미를 위해 꽉 찬 감정들이 흐르는 대로 충분히 두려한다

충분히 슬퍼해야 나중에 덧나지 않을 것만 같아서



이번주 주말엔 루미를 묻어주러 간다

좋은 곳, 가족들이 자주 들르는 곳에 고이 뿌려주고 

이제 하늘에서 마음껏 뛰어놀 수 있게 놓아줘야지



나는 이렇게 위로받고 따듯하게 너를 위할 수 있으니 걱정말고 가 루미야

힘들게 간 너 대신 내가 이렇게 고운 위로를 받아도 될지 모르겠지만

너는 우리가 오래오래 계속해서 기억할게

내 하나뿐인 고양이 루미야 잘가

작가의 이전글 말 없는 엄마의 고민과 해결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