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립유치원 엄마의 미디어매체 노출에 대한 생각
원래부터 tv를 잘 보지 않았다
어렸을 때는 보지 못하게 해서 못 보기도 했고
커서는 큰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TV는 바보상자라는 말에 은근히 신경 썼던 것 같다
난 바보 되기 싫어! 하며
그래서 그런지 유튜브 영상도 별로 안 좋아하고 OTT매체들도 그다지 즐기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인스타 릴스들은 당최 끊을 수 없는 마라맛 자극의 맛이라 끊기가 어려워 자제하려고 노력은 하는 중
신혼 때 '우리는 TV 잘 보지도 않고 있어 봐야 좋을 것도 없으니 사지말자!'라고 했었는데
아이 낳고 보니 사지 않길 정말 잘했다
직장일을 할 땐 바빠서 볼 시간이 없었는데
육아휴직으로 집에만 있으니 만일 TV가 있었다면 무조건 틀어놨겠다 싶은 거다
두 돌까지는 절대 미디어매체를 보여주지 않겠다는 나의 신념을 지키기에 환경이 받쳐주지 않았으면
유혹 뿌리치기가 참 힘들었을 것 같다
끝끝내 지훤이에게 보여주지는 않았겠지만 육퇴 후에 하릴없이 TV 보며 시간을 보내지 않았을까
그리고 우울하고 적막할 때 습관처럼 틀지 않았을까 싶다
핵가족에서의 육아는 내 예상보다 훨씬 고독하고 외롭다
주변에 친정부모님이 계시다면 조금 나아 보이긴 하던데
남편 퇴근이 늦고 특별히 공동육아를 할 친구가 없는 육아는 좀 더 외롭다
아이는 너무 예쁘지만 아직 소통이 미숙하고, 아이 앞에서 책을 읽을 수도 없고 하루종일 핸드폰을 하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니
집에서 TV를 틀고 육아하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그 외로움에도!
친정부모님도 곁에 없고
남편은 주 6일 출근에 퇴근이 늦을 때가 많고
주변에 가까운 공동육아 가능한 친구도 없지만
미디어매체를 보여주지 않는 것은,
그 부작용이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내가 반을 맡았던 때의 아이들만 생각해도 그렇다
교사로 반을 운영할 때 이야기나누기나 안전교육 등을 할 때를 제외하고는 동영상을 보여주지 않으려 노력한다
전이활동 시간에 (활동에서 다른 활동으로 넘어갈 때) 영상을 틀어주거나 아이들 하원할 때 영상 틀어주고 다른 일 하는 것은 경계하는 편이다
아이들에게 미디어매체를 많이 보는 건 좋을 게 없다고 가르치면서 교실에서 그를 자주 틀어주는 건
선생으로서의 자존심에 금이 간달까
여하튼 그런 내 신념과는 별개로 어떤 아이들은 유튜브 채널을 줄줄이 꿰고 있어서
뭐 틀어주세요, 그거 말고요, 아 그건 몇 편까지 있는 건데 몇 편이 특히 재밌어요
이거 다음엔 저거 보여주세요!
하며 영상을 찾곤 한다
영상을 보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빨려 들어갈 것처럼 보인다
초 집중하다가 영상이 끊기면 갑자기 허탈해 보이기도 한다
주고받는 상호작용 없이 색색의 변화하는 화면에 넋을 놓고 보는 경우가 허다하다
아이들은 그런 영상 중에서도 더 자극적이고 더 재밌는 것을 점점 더 원한다
성인인 나도 릴스에 넋을 놓고 중독되어 끊기 어려워하고 유치원 아이들도 이런데
갓 태어난 돌도 안된 아기들은 어떨까
생각보다 많은 부모들이 손톱 깎을 때, 밥을 안 먹을 때, 외식할 때 매체를 너무 쉽게 보여준다
음..
심지어 나와 같은 유아교육을 전공한 사람들도 보여준다
비난하겠다는 취지는 아니지만 안 보여줬으면 좋겠다
아기들은 바닥에서부터 앉고 서며 그 높이에 맞는 시야에서 세상을 천천히 배워간다고 생각한다
누워서 뒤집기까지 3개월, 앉을 때까지 또 4개월, 설 때까지는 또 시간이 걸린다
느리고 천천히 하나씩 다 경험해 보며 자라야 할 아이들에게 자극적인 영상은 너무 이르지 않나 싶다
상호작용하지 않고 그냥 받아들이기만 하는 영상은 뇌가 폭발적으로 발달하는 시기에 적합한 자극을 방해하므로 보지 말아야 한다
오감을 활용한 놀이를 통해 뇌가 발달하는데 화면에 묶여있으면 뭐가 되겠냐 이거다
게다가 우리도 어려운 절제를 어린아이들이 '잘' 해낼 리가 만무하다
영상을 한 번 틀어주면 그걸로 땡이 아니라, 아이들이 요구가 시작되면 더 더 더 자주자주자주가 되는 거다
그런 의미에서 간접노출도 좋지 않다
오은영박사님도 여러 전문가들도 두 돌까지는 매체를 보여주지 말라고 권고한다
알면서도 지키기가 참 어렵다
그런 의미에서 아기를 낳고자 하시는 분들께서는 tv구입을 진지하게 고민해보시기를
강력하게 권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