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할머니의 60살 차이 나는 동거 이야기
할머니와 나는 60살 차이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할머니 집에서 살기로 했다.
서울에 올라와 학교부터 직장까지
모든 것을 해결하고 있던 나는
그다지 딱히 오 갈 때가 정해져 있진 않았다.
단 경기도에 남고 싶다는 생각하나뿐...
(부모님이 계신 시골로 내려가는 건 싫었다.)
갑자기 혼자가 되어 슬퍼하는 할머니를 볼 때도 그렇고
잠시만 있다가 나가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경기도 에 거주 중인
할머니와의 동거를 시작했다.
살다 보니 알게 된 사실
할머니와 내가 60살 차이였다니
할머니와 난 우리 둘의 사이의 세대 차이나
시간들을 이해하려 하지 않았고
서로 이해해 달라 소리치며 살았던 거 같다.
할머니는 80대 인생을 소리쳤다.
그리고 난 20대 인생을 소리쳤다.
당연히 서로에게 시끄러움만 될 뿐..
지금 생각해 보면 진짜 서로 에너지가 넘쳤다.
나도 그리고 우리 할머니도...
아주 어렸을 적부터 나와 동생을 키우다시피 했던 우리 할머니와의 삶
내가 생각 하기엔 나름 괜찮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고,
3년이 지나고
4년이 지나고
.
.
그리고
.
.
마지막 5년째.
나는 20대의 끝을 향해 달렸고
할머닌 80대의 끝을 향해 나보다도 더 한 속도로 내달렸다.
자신의 나이가 시간의 속도라고 어디선가 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 말이 꼭 들어맞는 거 같다.
아직은 20대인 나도 이렇게 시간이 빨리 간다고 느껴지는데
할머니의 시간 속도는 얼마나 빠를까?
상상조차 하기 싫은
빠르게 갈 시간들...
그러다가 찾아온 할머니의 불면증
할 수 없이 먹는 다던 할머니의 수면제
그로 인한 수면제 부작용
그리고 일, 사람, 꿈에 관련하여
인생에서 정말 제일 격변하는 변화를 겪고 있었던 나
이 모든 것들이 충돌하면서
할머니와 살았던 가장 마지막 해엔
조용할 날이 없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는 내 인생에 있어서 제일 격변의 시기였다.
앞으로 차차 풀어나갈
에피소드들
지금 가만히 지난날들을 생각해 보면
큰 한 숨이 나오기도,
웃음이 나오기도,
후회 섞인 씁쓸한 표정이 나오기도 하는
할머니와 함께한 시간들
항상 나에겐 시크하고
자신감 넘치는 똑똑한 할머니였는데
내가 옆에서 보게 된 할머니의 모습은 정말 달랐다.
헌신하는 엄마의 모습,
어린 소녀의 모습,
순박한 아가씨의 모습,
떼쓰는 어린아이의 모습,
심술 난 미운 일곱 살의 모습,
그리고 너무나도 병약한 노인의 모습,
여러 가지 모습들로 할머니는 시시 때때로 변했다.
어찌 보면 내가 그동안 못 보았던 모습들을
보게 된걸 수도 있겠지...
이런 것들 하나하나
정성스레 그린 일러스트들과 함께
편하게 풀어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