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마다 찾아왔던 소곤소곤 소리
원인은 수면제였다.
80대 중반을 넘어선 우리 할머니
잠 안 오는 걱정을 안고
밤을 지새운 지가 좀 되었다.
다른 사람들은 다 잠이 든 밤에
혼자만 잠을 못 잔다는 것이
그렇게 스트레스였는지
할머니는 항상 밤마다 잠과의 전쟁을 했다.
밤에 작업하거나 영화를 보는 나에게
왜 안자냐며, 너무 늦지 도 않은
밤 11시 12시에 내 방에 들러 불평을 늘어놓고 갔다.
그 당시 할머니들 사이에서 유행한
수면제,,,
할머니는
경로당 할머니들에게 수면제를
먹으면 잠이 잘 온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동네 병원에 가서 수면제를 타 왔다.
수면제 한알,
두 알,
세알,
네 알,
다섯 알,
여섯 알....
어쩜 그렇게 무모하고 무지할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할머니는 내가 먹지 말라고 하는
말은 듣지도 않았다.
수면제 내성이 생겼는지
나도 몰래 할머니 혼자
한알 두 알 수면제를
먹는 개수가 늘어나고 있었다.
수면제를 먹지 말라며,
화도 내 보고 달래도 보았지만
숨겨놓고 먹는 할머니의 수면제를
찾아낼 방법이 없었다.
당연히 고모나, 작은아빠가 와서
설득해 보고, 수면제를
버리기도 해보았지만
"그랴~"라는 대답은 그 때뿐 ...
수면제는 다른 병원에 가서 지어 오면
그만 이었고
할머니는 그 행동을 반복했다.
할머니의 유일한 사회
그저 왜 그리 할머니들 사이에
떠도는 이야기를 맹신하는지
너무 답답할 따름이었다.
유일하게 할머니 이야기를
귀 기울여 주고
솔루션을 명쾌하게 내놓는
할머니의 사회였기
때문이었을까?
몇 알을 먹었는지 모르는 할머니가
잠들었다고 생각했던 밤
소곤소곤 속닥속닥
할머니는 방에서 항상
누군가와 이야기를 했다.
아무도 올 것 같지 않은
너무나도 까만 밤이었다.
그 오밤중에
전화도 받지 않고
내가 도움을 요청해도
다 잠자느라 아무도 올 것 같지 않은
너무나도 까만 밤이었다.
행여나 무슨 일이 일어날까 하고
전전긍긍 걱정하면서
아침이 오길 기다렸다.
그러다가
아침이 되면 어김없이 새벽부터
달그락 거리는 소리가 난다.
그 소리가 왜 그리 다행이고 반가운 소리인지 참..
수면제와의 전쟁
할머니는 아침이 되면
아무일 없이 하루를 잘 지냈다.
전혀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어떻게 끝날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수면제와의 전쟁이 시작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