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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순남 Aug 20. 2023

휴식한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

휴직자가 휴식에 대처하는 올바른 방법


휴직 사유

휴직에도 여러 이유가 있다. 크게는 사규에 따라 임금을 받는지에 따라 유급 휴직과 무급 휴직이 있다. 사용 이유에 따라, 질병 휴직, 병역 휴직, 육아휴직, 가족 돌봄 휴직 등이 있다. 그 유명한 안나 카레리나의 첫 문장 '행복한 가정의 사정은 다들 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그 수만큼 다양한 이유로 불행하다' 내 상황에 따라 변형해 보자면, '재직자가 재직하는 사정은 다들 비슷하지만, 휴직자가 휴직하는 이유는 그 수만큼 다양하다.' 


혹시 이 글을 보는 사람이 오해할 수도 있으므로, 내 휴직에 대해 좀 더 명확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휴직 신청서에 승인 란에는 다음과 같이 피드백되어 있다.


'당 신청자는 정신 건강상의 이유(번아웃, 공황, 우울증)'로 휴식이 필요하기에 무급 휴직 3개월을 허가한다.'

그리고 휴직한 지 1개월이 지났다.


휴직자의 휴식

  나 쉬고 있는 걸까.

  병원에 가서 똑같은 얘기를 반복하고, 약을 먹고, 글을 쓴다. (이곳에 올리지 못한 말 못 할 많고 많은 얘기들) 운동을 한다. 이틀에 한 번은 5km를 달리고, 화요일과 목요일 오전 11시에는 구립 수영장에 가서 수영을 한다. 일부러 체크하지 않아도 하루 1.5만 보 이상 걷는다.  사람들을 만나러 다닌다. 이 사람, 저 사람 그동안 만나지 못한 고마운 사람들, 그리운 사람들을 만나고 다닌다.


사실, 그러느라, 그게 뭐라고, 또 지친다.


"그건 쉬는 게 아니에요. 스스로를 압박할 무엇도 만들지 마요. 그냥 쉬어요 휴식을 취하세요"

스케줄을 얘기했더니, 의사가 말했다.


휴직 1개월째, 관성을 깨기 위해서는 새로운 관점이 필요하다.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들을  한 번쯤 멈추고 돌아볼 때이다. 그래야 남은 2개월을 제대로 휴식할 수 있을 것이다.



휴식의 진정한 의미

어원 찾아보기. 뜻이 막히고, 새로운 관점과 생각이 필요할 때 제일 먼저 하는 일이다.

(내가 아는 누가 잘하는 좋은 버릇인데, 벤치마킹 중이다)


휴식이 뭐지?


쉴 휴休 쉴 식息

하던 일을 멈추고 잠깐 동안 쉼.


쉴 휴休

사람인변 나무 목. 사람이 나무에 등`을 기대 쉬는 모습을 표현한 글자.


쉴 식息

마음 심心 스스로 자自 결합한 글자이다. 마음 심은 심장이기도 하다.  스스로 자는 사람의 코를 그린 것이다. 결국 호흡은 공기가 코를 통해 몸속으로 들어가는 과정이다. 심장과 코를 같이 그려 숨 쉬다는 뜻을 표현한 글자다.


휴식이란,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일을 멈추고 잠깐 동안 (숨) 쉬는 것(호흡하는 것)을 말한다.



매일 수면을 취하고, 근로 시간 한 시간에 10분은 쉬도록 의무규정화되어 있다. 2023년 우리나라 공휴일은 67일이다. 공휴일과 겹치지 않은 주말은 49일이다. 2023년의 총휴일은 116일이다.  학생들에겐 여름 방학과 겨울 방학이 있다. 직장인들에겐 15일의 기본 연차가 있다. 근속 연수에 따라 더 늘어날 수 있다. 그리고 나에겐 3개월 휴직이 있다..(응?)

 생각해보면 쉴 수 있는 시간이 꽤 많다. 그러나 우리는 쉴 수 있는 시간에도 잠깐 멈추지 않는다. 숨 쉬는 것에 집중하고 있지 않는다. 숨을 쉬지 않으면 죽는데도. 숨 쉰다는 것은 생존을 위해 필수적인 일이다. 그런우린  제대로 쉬고 있지 않을까. 쉬는 시간 조차 치열하게 할 일을 찾아 멈추지 않고 급행 열차처럼 질주하는 걸까.
그 질문은 곧 나 개인에게로 온다. 그러면서 과거의 기억들을 회상해 본다.

번아웃 때문에 과호흡이 왔던 기억.
숨쉴틈 없이 숨조차 멈추고 회의 자료를 작성한 일.
사장님이나 임원의 말에 숨소리조차 반론으로 들릴까 숨죽였던 일.
직장 동료들의 말이 신경 쓰여 숨 쉬는 것도 잊고 눈치를 보던 일.

휴가 때는 고생한 만큼 완벽한 휴가를 보내기 위해 정해진 스케줄대로 움직이느라 바쁘고, 맛집은 반드시 먹고야 말리라, 관광는 꼭 보고야 말겠다는 자세로 빠릿빠릿하게 움직였다. P형인 내가 무리하게 J형으로 살려고 노력했다. 편히 숨 쉴 틈이 없었다.

여태까지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생각.
쉰다는 말. 숨 쉰다는 말이었구나.
휴식이라는 말 일을 멈추고 잠깐 동안 숨 쉰다는 말이었구나.

일을 멈추지 못했고 시간을 내서 편하게 숨 쉴 시간을
스스로에게 주지 않았구나.
숨을 못 쉬면, 죽는데, 당연히 죽는 건데, 그 당연한 걸 생각하지 못했구나.

창밖을 바라본다, 멍하니.
카페 바깥 도로로 쉴 새 없이 차들이 지나다닌다. 사람들이 바삐 걷는다.
판단을 멈추고, 그저 숨을 내쉬고 들이쉰다.

멈추고 잠깐 숨쉬기.
(아, 이게 쉬는 거구나.)

심리학에서 휴식은 살아있는 존재의 노여움, 불안, 공포 등의 원천에서 올 수 있는 각성이 없는, 낮은 긴장의 정서 상태를 말한다고 한다.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따르면 몸과 마음이 긴장과 불안이 없는 상태를 휴식이라고 한다. 반대로 말하면, 노여움과 불안, 공포가 있으면 휴식이 아니라는 말이다. 높은 긴장 상태에 있으면 휴식하고 있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이다.

남은 2개월 동안 해야 할 일이 생각났다.
여행을 갈 것이다. 사람들을 만날 것이다. 글도 쓸 것이다. 일도 종종 할 것이다. 달리고, 수영하고 운동도 열심히 할 것이다.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은 부수적인 것. 휴식.
그 모든 것들을 하는 순간순간,

멈추고 잠깐 동안 숨 쉰다. 이것을 잊지 말고 행하고, 습관으로 만들 것.
이게 진짜 내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다.




씁씁 하하

후우 하아


당신도 이 글을 그만 읽고, (상당히 재밌겠지만)

멈추고 이만 쉬세요.


Pe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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