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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묭롶 Oct 09. 2024

무안-장가계 여행(셋째 날)

이만 삼천보 걸은 날.(황룡동굴->천문산)

아~!~ 셋째 날도 알람은 여지없이 새벽 다섯 시 이십 분에 울렸다.  여섯 시 오십오 분 집합 시간을 맞추기 위해 이날도 역시 흰 죽에 깍두기를 먹고 리무진 버스에 올랐다.  첫날에는 버스 안에서 스쳐 지나가는 풍경에도

감탄사 연발이었는데 이제 며칠 봤다고 익숙해지더라.  

황룡동굴은 어떤 농부가 삼십 년 전에 우연히 발견했다고 했다.  동굴 발견 후 그 동굴에 들어가면 죽는다는 전설에도 불구하고 중국정부에서는 동굴에 들어가서 살아 돌아오는 사람에게 일만 위안(한화 190만 원)을 보상금으로 지급한다고 했고 그 동굴에 들어간 사람들 중 돌아 나온 장 씨 성을 지닌 남자는 보상금 대신 동굴 독점 개발권을 달라고 했다고 한다.  지금 동굴의 소유주가 그 사람인데 그 동굴은 규모도 크지만 엄청난 규모의 석순과 석주 등이 즐비했고 그 가운데 정혜심주?라는 석순은 길이만 19미터로 이 석순이 천정에 닿아 석주가 되려면 앞으로도 오만 년이 더 걸린다고 했다.  이 석순의 허리가 가늘어서 부러질 것을 대비해서 이 동굴의 주인인 이 석순에 190억의 보험을 들었다고 한다.

황룡동굴 입구에서 배를 타고 들어가 일층부터 사 층에 이르는 계단들을 밟고 오르면서 양쪽으로 즐비한 종유석들은 휘황찬란한 조명을 휘감고 있었다.  동굴이라 어두워서 사진으로 잘 건질 수는 없었지만 장가계 일정 중 눈이 호강했던 곳이었다.  체코에는 크로물로프라는 마을이 있는데 그 마을은 유네스코에 문화유산으로 지정이 되어 있어서 그 마을 사람들은 관광 수입만으로 자손만대가 먹고 산다는데 이 동굴 주인의 자손들은 무슨 복일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황룡동굴을 빠져나와서 버스에 오르자마자 가이드는 한숨부터 쉬었다.  천문산에 사람들이 삼층까지 대기하고도 도로에서 일 킬로미터 넘게 대기 중이라고 했다.  문제는 거기서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더라도 정상까지 오르는 엘리베이터를 타려면 오늘 안에 내려오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과감하게 정상을 포기하고 천문산 구멍 뚫린 바위로 이어지는 계단이 있는 중간부까지만 가고 저녁에는 천문호선쇼를 보기로 했다.

천문호선쇼 대신 오늘도 마사지받는 것을 가이드는 추천했지만 난 목소리 높여 반대했다.  왜냐면 내 종아리가 버텨내지 못할 것이므로......

천문산 전망대까지 가는 엘리베이터로 가는 데만도 한 시간 삼십 분이 걸렸다.  그렇게 올라간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구멍 뚫 바위는 누가 실수로 손가락으로 눌러서 뚫린 구멍처럼 보였고 그 구멍을 통과하는 패러글라이딩 쇼와 익스트림 스포츠가 매년 정기적으로 주최가 된 다고 했다.

삼 년 전에 익스트림 스포츠 도중 헝가리 청년이 그곳에서 떨어졌는데 최근에야 시신을 확보했다니 그 위험천만한 상황을 보지 않고도 알 수 있었다.  천문산 바위 구멍으로 이어지는 999개의 계단이 있었으나 시간관계상 그리고 내 종아리 상황상 불가능했고 그냥 보기만 했다.

국경절 기간이어서인지 어딜 가 크고 작은 공연이 열리고 있었고 문제는 사람들이 길거리에서든 대기 중이던 어디서든 담배를 피워댄다는 사실이었다.  그것도 길고도 독한 장초를 뻑뻑 피워대는데 하.... 정말..

그게 참 미치겠더라.. 자판기에서 보니 담배값이 싸지도 않던데 한화 팔천 원이면 피던 사람도 끊어야 하는 거 아닌가. 암튼.. 취존.


그렇게 천문산을 구경한 뒤 저녁은 무제한 삼겹살을 먹은 뒤 다시 버스를 타고 천문호선쇼를 보러 오는데 그때까지도 어디에 차를 대고 걸어오는지 알 수 없을 인파들이 인산인해로 들어어고 있었다.

나가기 위한 셔틀을 대기하는 곳에도 엄청난 인파.. 거기에 들어오는 엄청난 인파...

이때 양쪽에서 차가 만나 병목이 생기면 이곳 사람들은 시선을 안 마주친단다. 시선을 마주치면 그게 진 거라서.  그래서 서로 시선을 회피하고 있으면 공안이 출동해야 상황이 정리된다니.. 노답이다.


그나마 삼겹살은 냉동이지만 먹을만했다.  과음하면 이후 일정에 문제가 생길 거라는 동생의 만류로 연태고량주 넉 잔으로 저녁을 마감하고 천문호선쇼를 봤다.  생각보다 쇼가 규모와 특수효과가 괜찮았다.  내용은 유치했지만 남녀의 사에 하늘이 감동했다는 내용의 해피엔딩.   그렇지 뭐든지 해피엔딩이면 만사 오케이다.

호텔로 돌아온 시간은 밤 열 시가 넘어 있었다.  또 동생과 일일 일 소주를 하고 잠을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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