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마지막 날 아침이 밝았다. 이제 자연스럽게 흰 죽과 깍두기를 접시에 담아 먹고는 일곱 시에 로비에서 모였다. 이날의 첫 코스는 침향 쇼핑이었다. 첫 코스가 쇼핑이라 좀 그렇긴 했지만 어차피 포함이 된 상품이니 그러려니 했다. 난 어디서든 공짜로 주는 건 안 먹는다. 왜?? 먹으면 작은 거라도 사야 하거든.. 그런데 앉히자마자 침향차를 먹이더니 거기에 침향 한알을 먹여버렸다. 그래서 샀다. 어차피 몸에 좋다고 생각하면 약이 될 테니까. ㅎㅎㅎㅎㅎ
침향 센터를 나와서 이동한 곳은 여행의 마지막 코스인 칠성산 유리전망대였다. 이곳은 2023년 오픈된 곳이라서 아직 덜 알려진 곳이라 관광객이 많지는 않았다. 역시 정상까지는 케이블카를 탔다. 이제는 익숙해져 버린 산의 정취를 느끼며 칠성산 정상에서 유리 보호 신발을 신고 천공지안이라 불리는 유리전망대에 올랐다
협곡이 있던 첫날의 유리잔도보다는 최근에 지어진 것이어서 그런지 유리가 더 투명했지만 역시 높이가 높지 않아서인지 아무 감흥이 없었다. 대신 사방팔방으로 펼쳐진 풍경이 대박이었다. 호연지기를 기르기에 딱 좋은 그런 느낌이었다. 이건 카메라로도 전부 안 담겨서 드론 띄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는 칠성산 케이블카에서 내려서 정상까지 오르는 모노레일은 편도였지만 우린 내려가는 게 더 재밌다는 가이드님 말에 내려가는 모노레일에 탑승했다. 결론 재밌다. 그런데 너무 순삭이다. 짦앙.
그리고 내려오자마자 내 코를 찌르듯 후벼 파는 취두부의 향을 맡자마자 난 숨을 멈췄다. 도망치듯 빠르게 전진하는 나를 보고 가이드님은 언제나 가이드 뒤에 서야 한다고 말했다.
여행의 마지막 식사는 비빔밥이었다. 캬... 어찌나 반갑던지 오랜만에 배를 채웠다.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우한공항으로 향했다. 비행기는 세시 넘어서 뜰 테지만 짐도 붙이고 그러려면 미리 서둘러야 했다. 친절한 가이드님이 짐까지 다 붙여주고 바이바이 헤어진 후 보안 수속이 시작됐다.
문제는 보안검색을 너무 심하게 한다는 거다. 줄이 줄어들 기미는 안 보여 어떤 아주머니는 오줌 싸겠다고 빨리 통과시켜 달라고 통 사정 하는데도 표정 변화 없어. 지켜보니 아주 머리칼에까지 손가락 넣어서 샅샅이 훑고 앞판 뒤판 다 문지르고 날 새겠더라.. 그렇게 해서 비행기 못 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는..
테러분자가 있을 확률도 낮을 텐데 왜 저렇게 까지 하나 싶은 생각이 들 때쯤 어떤 할머니가 통과할 때
경고음이 삐비빅 울렸다. 보니 바지 주머니가 불룩하다. 급하게 계란 한 개를 바지에서 꺼내고 다시 검색대로 가는데 또 삐비빅 그렇게 한 개씩 빼서 계란 다섯 개가 다 나오고 나서야 그 할머니가 통과했다. 기다리던 사람들은 웃기면서도 화가 났다. 시간이 너무 걸려서.
특히 나는 뱃살도 많은데 내가 배에 지방 외에는 담은 게 없는데 내 차례에서 내 배를 왜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문지르는 건데.. 아참... 뱃살 많은 건 이래저래 다 죄다.
돌아오는 항공도 사천항공이었는데 이번에는 밥을 빼고 콜 키트를 줬다. 그거 외에 주는 건 다 안 받았다.
올 때 나눠준 감자맛 빵은 노맛이었고 대추차는 안 먹고 싶었고 나눠주는 주스는 어렸을 때 물에 타먹던 오렌지 가루맛이었다. 그래도 여행 끝에 집으로 가는 길은 너무 즐겁다.
몽골 대신 간 여행이었지만 나름 알차고 재밌었다. 대신 다녀온 뒤 동생은 감기가 걸렸고 난 아주 푹 쉬었다.
힘들어서.... 엄마들, 아빠들 비추천 여행이다. 그런데 한 번은 꼭 가고 싶은 장가계 여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