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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혁 님과의 열일곱 번째 만남!

#나머지공부 #ㅂㅇㅎ #달식당 #20200201

by 묭롶

2020년 2월 1일 <나머지 공부>를 하면서 배인혁 님은 사랑하는데 감기에 걸렸다고 해서 키스를 참을 수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2020년의 새해가 시작되고 얼마 되지 않아 시작된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온 나라가 뒤숭숭하다.

나는 늦은 나이에 얻은 외동딸을 ‘똥’이라고 부른다. 어른들이 그전까지 내 새뀌는 똥도 예쁘다는 말을 할 때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다가 뒤늦은 나이에 그 뜻을 깨닫게 되어서 인지는 모르겠지만 목욕탕에서 자신의 몸무게만큼 흘러넘치는 물의 양을 보면서 깨달음을 얻은 아르키메데스처럼 나는 항상 우리 딸을 신이 나서 똥이라고 불렀다. 그리하여 그 귀한 똥 양에게 날마다 퇴근을 할 때면 뽀뽀세례를 넘치게 퍼부었던 나는 코로나 정국을 맞이하여 그 뽀뽀를 하지 못하게 되자 그 고통이 곱하기에 거듭제곱이 되었다.

설상가상으로 무수한 대중이 모이는 공연도 금지가 되었으니 나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마스크 세 개로 중무장한 채 2020년 2월 1일에 있는 배인혁 님의 <나머지 공부>는 기어이 가야겠노라고 가족들에게 선포하기에 이르렀다.

사실 공연을 가겠다고 말을 해놓고도 걱정이 많았다. 나 혼자 몸이라면 그나마 나 혼자 아프면 그만이지만 아이가 딸린 몸이 나 자신을 위해 뭔가를 요구하기에는 시국이 만만치 않았다.

그렇게 다녀온 공연 후기를 이제야 쓴다. 비록 애초 남편에게 약속한 것처럼 공연 중에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못하고 샤우팅을 하고 말았지만 그로부터 잠복기가 훨씬 지난 지금 나는 후기를 쓴다.

2020년 2월 1일 공연 당일 되도록이면 타인과의 접촉을 최대한 피하기 위해 집안일(밥 해서 식구들 먹이고 과일과 차로 후식 먹이고 치우고 청소하고 빨래하고…..)을 하고 공연시간에 임박해서 서울행 기차를 탔다. 공연장인 달식당에 도착했을 시간이 오후 4시경이었는데 그때 순 번이 49번이었으니 지금까지 공연 중 가장 빠른 순번이었던 것 같다. 하여 오늘 공연의 관객 수가 걱정이 되었는데 걱정이 무색하게 공연이 시작된 여섯 시 즈음엔 실내는 이미 만석이었다.

아름다운 검은색 니트 티를 입은 배인혁 님은 이날 공연을 취소해야 하나 엄청나게 많은 고민을 했는데 많은 분들이 와 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로 공연을 시작했다.

첫 곡은 <아냐>였다. 배인혁 님이 솔로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내가 가장 놀랐던 건 배인혁 님의 기타 연주 실력이었다. 기타는 알람브라 궁전의 추억밖에 모르는 나지만 곡의 감정 라인을 기타에 반영해서 타인에게 전달할 수 있다는 사실이 내게는 충격으로 다가왔다. 나는 그전까지는 피아노의 선율에 담긴 감정선의 변화를 미미하게 느끼는 수준이었는데 그걸 단박에 깨버린 것이 바로 배인혁 님의 <아냐>였다. 감정을 표현할 때 수채화처럼 아름다운 감성이 아닌 그 감정을 원색으로 그려낸 유화처럼 강렬하고 직접적으로 드러낸 순간의 감정을 느끼게 하는 <아냐>의 기타 반주를 첫 곡으로 선곡한 덕분에 나는 첫 곡부터 심박이 네 배속이 되었다.

이건 이심전심인지 그런 내 심정을 어찌 알았는지 곧바로 이어지는 <딱 죽기 좋은 밤이네>를 들으며 나는 이심전심이 바로 이런 거지라는 심정으로 마스크를 벗고 노래를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배인혁 님은 얼마 전 FF클럽에 아는 지인의 공연을 보러 간 적이 있는데 티켓 값은 저렴했지만 음료를 제공하지는 않았다며 본인 공연이 아무래도 공연계를 통틀어 가성비가 높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음….. 개인적으로는 술을 제공하는 공연은 무조건 가성비가 높지만 술을 주지 않는다고 해도 배인혁 님의 공연을 이렇게 저렴한 가격에 볼 수 있다는 사실이 나로서는 안타깝다.

2016년 9월 4일 <로맨틱펀치>를 처음 만나 입덕 한 나에게 2017년 12월 10일 상상마당에서 만난 솔로 가수 배인혁 님의 <사적인 세계>는 정녕 새로운 세계였다. 롹 밴드로 입덕 한 내가 접한 진정 새로운 세계였던 <사적인 세계>의 감동을 그대로 간직한 나에겐 <사적인 세계>가 아닌 <나머지 공부>는 조금은 좁은 세계였기 때문이다.

물론 <나머지 공부>가 <사적인 세계>에 비해 음악적 역량이나 보컬의 자질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보컬만을 위해 보다 집중되고 전문적인 무대가 아닌 공간에서 진행되는 공연에 대한 개인적인 아쉬움이 컸다. 왜냐면 배인혁 님은 무대의 크기가 크면 클수록 더 큰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뮤지션이니까…………….

하지만 그러한 개인적인 아쉬움보다는 12월 말에 보고 거의 한 달 만에 만나는 반가움이 앞섰던 공연이었다. 시국도 뒤숭숭하고 개인적인 감정도 복잡했지만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의 ‘걸어요~이 별빛 위를 비 그친 이 거리를 ‘을 함께 외칠 때의 행복이 나를 금세 잠식하고 말았다.

<내 곁에 머물러요>를 들을 때면 나는 항상 궁금해진다. 물론 내가 궁금해서는 안될 사적인 부분이겠지만 대부분의 곡을 본인의 감정을 담아 썼다는 배인혁 님의 말을 유추해보건대 과연 이렇게 멋진 사람을 버리고 떠날 수 있는 사람은 어떤 분 이실지 궁금해지는 건 어쩔 수가 없는 것 같다. 나 같으면 절대 놓치지 않고 하루 종일이라도 그 눈동자를 실컷 봤을 것 같은데………

배인혁 님의 솔로곡들은 음원으로 발매가 된 곡보다 미발표 곡들이 많은데 그중 또 안타까운 곡이 바로 <굿바이 썸머>이지 않을까 싶다. 영원할 줄만 알았던 연인과의 시간이 어느덧 끝나버린 걸 뒤늦게 깨달은 자의 자조가 섞인 노래 가사를 들을 때면 추운 겨울에 정수리가 타도록 뜨거웠던 지난여름의 락페를 그리워하는 나를 위한 노래 같아서 자꾸만 감정이입하게 된다.

그다음 곡으로 역시 미발표 곡인 <특별할 것 없는 사랑 이야기>를 들려준 배인혁 님은 이 곡을 들려주자 로맨틱펀치의 멤버 콘치 님이 남들이 들으면 파리에 사는 파리지엥인 줄 알겠다며 툴툴거렸다고 말했다. 며칠 머무르지 않았지만 찰나의 순간에 느낀 깨달음이 곡이 될 수 있음을 그리고 그 순간을 곡으로 쓸 수 있는 것이 바로 뮤지션임을 나는 배인혁 님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 시인이 순간의 느낌을 ‘시’로 표현하는 것처럼 여행지에서 한순간의 ‘감수성’을 곡으로 표현해낼 수 있는 배인혁 님의 능력이 나는 실로 놀랍다.

그 뒤로 이어진 <나는 당신에게 그저>를 들을 때면 나는 항상 이 곡의 뮤직비디오의 배경이었던 바다가 떠오른다. 그 아득한 바다 위에 정처 없는 시선으로 어딘가를 바라보던 배인혁 님이 떠오를 때면 나는 그 광경에 가슴이 사무친다. 이국 어느 땅에서 들려온 애국가에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누군가처럼 나는 <나는 당신에게 그저>를 들을 때면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마이 블러디 송>과 내가 <사적인 세계> 공연에서 가장 좋아했던

<그대와 all night>까지 공연은 은하수를 건너가는 조각배처럼 내 마음을 수놓으며 흘러갔다.

나는 배인혁 님의 <인스타 라이브>를 보지 못해서 몰랐지만 배인혁 님은 인라 스토리를 통해 미발표 최신곡 <몬스터 오디세이>의 하이라이트 가사를 “해피엔딩”으로 할지 “KISS”로 할지를 놓고 팬들에게 가부를 물었다고 한다. 그런데 재밌는 건 이 사실을 투표에 부칠 거라는 얘기를 인스타 라이브에서 했을 때 들은 사람이 일백오십여 명이었는데 실제 투표 참여한 사람이 삼백 명이 넘는 다며 이 투표의 당위성에 의문을 묻는 배인혁 님이었다. 투표의 결과는 “해피엔딩”으로 나왔지만 이에 불복하는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다수결에 묻혀야 한다는 배인혁 님의 얘기에 여기저기에서 KISS를 원하는 롶들의 부루퉁한 불만이 폭주했다.

나야… 애초에 “kiss”든 “해피엔딩”이든 그분의 해피를 나는 응원한다. <몬스터 오디세이>는 로맨틱펀치 곡으로 편곡해서 레이지 님의 기타 솔로 부분도 더할 계획이라고 했으니 빨리 음원으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들을 때마다 영화 <인터스텔라>가 떠오르는 미발표 신곡 <상대성이론>도 음원 발매가 시급하다. 아마 이 곡은 배인혁 님의 솔로 곡으로 나올 것 같은데 <나의 밤으로 와요>를 편곡해준 추승엽 선생님께서 곡을 너무 연주하기 힘들고 어렵게 방향을 잡아서 편곡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다는 얘기도 덧붙이는 배인혁 님이었다

<키스해 My Love>와 <좋아요 꾹>, <그 말을 못 했죠>는 전곡을 모두 영상으로 담아서 유튜브에 올리고 싶었는데 시도는 좋았지만 카메라 무게가 상당해서 장시간을 들고 찍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마음과 달리 자꾸 아래로 쳐지는 카메라 렌즈를 자꾸 추켜 올리느라 나는 오뉴월에 큰 아기를 엎은 엄마처럼 자꾸 렌즈를 추슬러야 했다. 그나마 항상 맨 뒤에 앉아서 이 모든 나의 몸부림이 앞에서 공연하시는 분의 눈에는 보이지 않을 테니 그걸 다행이라고 위안 삼아 본다.

불과 일 년 반 전만 해도 사진은 일도 모르고 영상도 모르지만 일 년 가까이 풀영상을 찍었던 나였는데 그때에 비해 팔과 어깨 힘이 떨어진 건지 그 시절에는 방송장비 급의 장비로 업그레이드해서 로맨틱펀치를 멋지게 찍어보리라는 포부도 컸었는데 이제 영상은 갈수록 옛날 얘기가 되어가는 요즘이다.

배인혁 님은 로맨틱펀치 단독 공연을 해도 열일곱 곡에서 열여덟 곡을 부르는데 벌써 스무 곡 가까이 부른 거 아니냐고 팬들에게 묻고는 이내 듣고 싶은 곡이 무엇이냐고 되물었다.

<나의 밤으로 와요>와 <점>을 부른 뒤 배인혁 님은 본인 폰에 팬들이 떼창 하는 모습을 담고 싶었다면서 롶 중 한 분에게 자신의 폰을 맡긴 채 <사적인 세계>를 기타로 연주하기 시작했다.

맨 뒤에서 창가에 걸터앉아 있던 나는 찍는다는 말에 냉큼 의자로 내려가 앉았고 아직 피드에 올라오진 않았지만 불타는 오징어가 먹물을 뿜어대듯 “꿈꾸는 우리는 지루하지 않아~고단한 길 위에 지쳐 잠든다 해도~~~~”라는 노래 가사를 목놓아 부르는 내 모습은 너무 멀어서 식별 불가능하리라 믿어본다.

<파이트 클럽>과 <굿모닝 블루>, <눈치채 줄래요>까지 부른 후 배인혁 님은 그래도 앙코르를 외치는 팬들에게 마지막 곡으로 어떤 곡을 들려줄지를 잠시 고민했다. 마지막 곡으로 <안녕, 잘가>가 아닌 <화성에서 만나요>를 듣는 것도 감회가 새로웠다. “화성에서 만나요~보라비가 내리는 곳~화성에서 만나요~멜로디가 내리는 곳”이라는 부분을 따라 부르며 이제 또 어떤 공연에서 배인혁 님을 만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며 나는 그다음 공연을 기약했다. 시국이 시국인지라 마음 놓고 공연을 보지 못해서 답답함이 가득한 요즘 마지막 곡이었던 <화성에서 만나요>를 다시 들으며 나는 다시 곧 만날 날이 빨리 오기를 희망한다.

PS: 아름다운 나의 가수 님을 눈에 보이는 그대로 담고 싶지만 나의 능력으로는 그 근사치에도 다다르기에 힘들어서 보정 프로그램으로 Lightroom을 손대기에 이르렀다. 배인혁 님을 담고 싶다는 일념 하에 최신폰으로 바꾸고 캠코더를 사고 노트북을 바꾸고 하이엔드 카메라로 바꿨다가 미러리스로 바꾸면서 영상을 할 때는 혼자서 머리를 쥐어뜯으며 프리미어를 기웃대다가 이제 보정 프로그램까지……….. 앞으로 내가 무얼 또 시작하고 기웃대게 될지 나 자신을 지켜보면서 참으로 흥미진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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