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끝은 어디인가?
라임 소파가 들어오자 휑하던 거실이 조금은 채워졌다.
내일은 다시 시험관 시술. 처음으로 돌아가듯, 정자가 필요하다.
건강한 채취를 위해 컨디션을 유지해야 하는데, 밤 9시가 넘도록 남편은 집에 없다.
“여보세요, 어디야? 왜 안 와?”
전화를 받는 그의 목소리는 떨떠름하다.
“왜?”
“내일 병원 가야지. 몇 번이나 말했잖아.”
“아, 그놈의 병원. 되지도 않는 걸….”
순간 먹먹해진다.
안 되는 걸 나도 안다.
그럼에도 또 시도하는 내 억장은 어떻겠는가.
나라고 이 고생을 즐기겠는가. 속으로만 웅웅 거리다 입을 다문다.
그때, 낯선 여자의 음성이 들린다.
“왜? 힘들어? 피곤해?”
식당 옆자리의 소리라고 하기엔 너무 가깝고 또렷하다.
“언제 올 거야?”
목이 멘다.
출구 없는 터널 속, 혼자 고군분투하는 내 처지가 애달프다.
“알아서 가든 말든 할 테니 신경 쓰지 마.”
뚝— 전화가 끊겼다.
다시 전화를 걸어 설득하고 싶지만 차마 그러지 못한다.
시험관 시술이 다섯 번을 넘기자 나는 이성을 잃은 듯했다.
멍하니 앉아 있는 목각인형, 그게 지금의 나였다.
도대체 왜 내게 이런 일이…
언제까지 이러고 살아야 하나…
눈물은 생각과 상관없이 흐른다.
놓아버리고 싶다.
그러나 임신을 향한 집착을 버리면, 생명을 잃는 것과 같다는 강박이 나를 지배한다.
울다 지쳐 잠들었을까.
스산한 기운에 눈을 뜨니 침대에 엎드려 있다.
새벽 공기에 놀라 거실로 나가니 남편의 뒷모습이 보인다.
새벽 두 시를 훌쩍 넘긴 듯하다.
‘그래도 왔구나. 와줬구나….’
방으로 들어오지 않고 바닥에 누운 모습이 안쓰럽다.
누구와 있었던 들 무슨 대수란 말인가?
그는 지금 여기 여기에 있는 것이다.
상대의 행동에 따라 내 기분이 흔들린다.
마치 조련당하는 동물원 속 한 마리 짐승 같다.
남편도 나도, 정말 못할 짓이다.
이걸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미련이 밀물과 썰물처럼 오가며 갈피를 잡지 못한다.
그래도, 만약 그가 “그만두자” 한다면, 누군가 생겨 정리하자고 한다면
나는 담담히 수응 할 것이다.
죄인처럼 옥죄는 삶을 더는 이어갈 자신이 없다.
시간에 맞춰 남편을 깨워 집을 나선다.
말 한마디 없이 병원을 향한 발걸음은 천근만근.
병원에서도 그의 시큰둥한 눈치를 살피느라 마음이 무겁다.
이렇게까지 해야 할 일인가.
나 혼자 면피하려는 짓인가.
환한 햇살이 들던 병원 대기실은 점점 흐릿해진다.
그래도 내 마음은 숯이 아니다.
까맣게 타들어가도 아직은, 숯은 아니다.
채취가 끝나자 남편은 말없이 떠난다.
둘이 함께 걷던 길을 혼자 터벅터벅 돌아온다.
빈 속의 공허가 위를 아프게 한다.
너무 불쌍하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내 인생이,
정말 너무 불쌍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