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하지 않는 죄, 유죄-10화. 시에 물들다

마음을 표현하다

by 나은


아이가 훌쩍거린다.

아기 때부터 늘 건강했지만, 코감기만큼은 달랐다.

비염이 있어 코가 뒤로 넘어가면 숨쉬기 힘들고, 누런 콧물이 가득 찬다.


이비인후과에서 의사 선생님이 물었다.

“어머니도 비염 있으세요?”

“제가요? 글쎄요…”


문득 생각해 보니 나도 자주 훌쩍거린다.

습관처럼 몸에 밴 버릇이라 여겼는데, 나도 비염이었나 보다.

결국 아이는 나를 닮은 거다.


하수구처럼 막힌 숨과 공포

환절기만 되면 가습기를 품에 안고 잔다.

코가 막히면 숨이 가빠지고, 그러면 오른쪽 날갯죽지가 저릿하게 아프다.

아프다고 하기에도 애매한, 마치 막힌 하수구 같은 답답함이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그 느낌이 몰려와 가슴을 벽에 세워두듯 조여 온다.


숨이 가빠지고, 심장이 두근대며, 갑자기 세상이 나를 옭아매는 듯한 공포가 휘몰아친다.

급히 베란다 문을 열고 찬 공기를 들이마시며 현실로 돌아오려 애쓰지만, 쉬이 진정되지 않는다.


이건 단순한 증상이 아니다. 공포다.

말로 형언할 수 없는, 나를 삼켜버리는 공포.


아무것에도 몰두하지 않는 순간이 가장 두렵다.

무언가에 집중하고 있으면 괜찮지만, 현실의 답답함이나 미래의 불확실성이 스치면 숨이 막히고, 심장이 미친 듯이 뛴다.

가위눌림이 익숙해지듯 이 감정도 익숙해질 법한데, 그 공포는 여전히 처음처럼 날 집어삼킨다.


타인이 나를 황폐화시키기도 했지만, 결국은 나 스스로를 제어하지 못하는 무기력함이 가장 괴롭다. 결국 숨 막히는 이 답답함이 나를 글로 몰아넣었다.

그래서 나는 썼다.


그 일련의 감정들을 글로, 시로.


농담 같은 시작, 시인이 된 나

예전엔 시를 쓴다는 게 두려웠다.

긴 문장으로 감정을 나열하는 건 쉬웠지만, 짧은 시 안에 마음을 함축하는 건 너무 어려웠다.

그런데 이혼 앞에서는 이상하게도 용기가 생겼다.


‘잘하면 내가 시인하지, 이러고 있겠어.’

그 농담 같은 시작이 결국 공저 시집 출간으로 이어졌다.

국가 지원사업 덕분에 전자책이 아닌 종이책으로 출간되는 작품.

1인당 두 편의 시를 싣는 프로젝트였기에


부담보다 도전이 앞섰다.


시든 수필이든, 글에는 결국 작가의 마음이 스며든다.

그저 가볍게 쓴 줄 알았던 시 속엔 지금의 내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가을로 시작해 ‘강인한 씨앗으로 남으리’로 끝나는 시.

그 제목처럼 나는 견디며 살아남는 씨앗이 되었다.


부끄럽지만, 시 낭독회에서 처음으로 내 시를 읊었다.

차분히 읊조리는 목소리 속에 그동안 내 마음이 입혀졌다.

그 순간, 나는 시인이었다.


25년 만의 호흡: "나는 이혼한다."

깨어나고자 하는 의욕이 블로그를 만들었고, 살고자 하는 욕구가 새로운 일을 경험하게 했고, 살아내고자 하는 결단이 글을 쓰게 했다.


처음엔 “내가 이혼을…”로 시작했던 문장이 이제는 “나는 이혼한다.”로 바뀌었다.

그 한 문장이 내 인생을 바꿨다.


이제 나는 유튜버이자, 연극인이고, 작가이며, 시를 쓰는 사람이다.

어디까지 성장할지는 모르지만, 죽어 있던 삶에서 완전히 깨어났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일어나자. 우리 모두.


누군가 내 이야기를 보고 용기를 냈으면 좋겠다.

더 부끄러운 경험도, 더 비참했던 과거도, 그리고 아직 풀리지 않은 미래도 나는 모두 써 내려갈 것이다.


25년이 걸린 나의 결단이 누군가에겐 23년, 또 다른 누군가에겐 20년쯤 되길 바라며...





시는 나를 구했다.

이제 나는 살아내는 법을 안다.

그리고 그 문장은, 내 호흡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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