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하지 않는 죄, 유죄-12화. 오늘의 가치

『두근두근 내 인생』이 가르쳐준 것

by 나은

이혼 서류를 제출한 다음 날, 문득 마음이 텅 비었다.

모든 게 끝난 줄 알았지만, 정작 아무것도 끝나지 않은 기분이었다.

그날 이후 나는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할까”라는 막연한 질문보다, “오늘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를 더 자주 생각했다.


김애란의 문장이 정의한 '시간의 값어치'

그때 만난 책이 있었다.

김애란의 『두근두근 내 인생』.

처음엔 ‘특별한 병(조로증)’을 가진 소년의 이야기라 생각했지만, 마지막 장을 덮을 때는 누구나 겪는 이별과 사랑, 그리고 존재의 가치에 대한 이야기로 남으며 가슴이 미어져왔다.


김애란 작가 특유의 경쾌한 문장은 ‘질병의 시간’과 ‘청춘의 시간’을 교차 편집해, 우리에게 생애주기와 가족 윤리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진다.

이 책은 “내 하루를 어떻게 더 빛나게 살 것인가”를 묻는 가장 따뜻한 위로였다.


김애란의 문장은 늘 우리 일상의 온도와 속도를 정확히 짚어낸다.

『두근두근 내 인생』은 그중에서도 특히 “시간”을 새롭게 정의한다.


아름과 장 씨 할아버지의 대화는, 삶의 길이가 아닌 깊이와 태도가 존재의 가치를 만든다는 점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거꾸로 사는 사람들: 삶의 깊이를 묻다

조로증을 가진 열일곱 살 소년 아름. 그의 시선은 밝다.

병실 대신 학교, 친구, 첫사랑을 꿈꾸는 그의 일상은 “내 오늘을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너무 젊게 부모가 된 부부는 아이의 병을 통해 진짜 ‘성장’을 시작한다.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내가 누리는 ‘오늘’이라는 시간의 값어치에 대해 얼마나 귀한가?라는 자문을 멈출 수 없었다.


조로증을 앓는 아름, 그리고 십 대에 아이를 낳은 부모.

모두가 자기 나이를 거꾸로 사는 듯한 인물들이다.

일반적 생애주기의 ‘정상’과 ‘역순’을 교차시키며 작가는 “삶의 길이가 아니라 깊이가 인간을 규정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아픈 아이의 상황은 쉽게 감상적·비극적 서사로 빠지기 마련이지만, 김애란 작가는 아름의 목소리를 통해 이를 단단히 붙잡는다.

아름은 자신의 병을 숨기지 않되, 그것이 삶의 전부가 아님을 선언한다.


또한 미성숙한 청춘 부모의 시선을 배치함으로써, ‘성숙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아이는 병으로 급히 늙어가고, 부모는 뒤늦게 어른이 된다.



이혼이라는 끝, 오늘의 시작

이 책을 덮고 나면, 누구나 “두근두근” 자신의 오늘을 다시 바라보게 될 것이다.


나에게 이 책은 단순한 독서가 아니었다.


이혼이라는 끝에서 다시 ‘오늘’을 배우는 시간이었다.


아름처럼, 나도 다시 두근거리는 하루를 살고 싶다.


이제는 ‘과거의 상처’를 이야기하기보다, ‘오늘의 나’를 기록하고 싶다.


그것이 어쩌면 진짜 회복의 시작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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