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임 14화. 진실을 마주한 창
열지 말았어야 했다. 그 창문을.
나는 그날,
내 인생에서 가장 역겨운 장면을 목격하고 말았다.
그 방은 원래 창고였다.
쌀이며 라면 박스, 식재료가 산처럼 쌓여 있고 덜렁 침대 하나가 놓여 있던 곳.
사람이 머무는 공간이라기보다는 잠시 몸만 눕히는 용도였다.
침대 위로는 조그마한 쪽창이 나 있었다.
그날따라 무슨 생각이었는지,
나는 굳이 침대를 밟고 올라서 그 창문을 열었다.
현관을 나가 계단을 돌아서 확인하는 게 번거로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순간—
나는 무언가 이질적인 장면을 마주쳤다.
차 트렁크 앞에서, 그가 머리를 처박고 있었다.
그건 세차를 하는 자세가 아니었다.
그의 차는 9인승 승합차. 차체가 높고, 트렁크 문을 올려두면 바닥이 평평하다.
그는 평소에도 차를 워낙 깔끔하게 관리해 누구든 탈 때 신발을 벗고 타라 할 정도로 예민했다.
그런 그가—
지금, 그 깨끗한 트렁크 바닥에 작은 무언가를 펼쳐놓고는,
그 위에 얼굴을 깊숙이 박고 있었다.
처음엔 잘못 본 줄 알았다.
손등으로 눈을 문지르며 다시 봤다.
헉…!
그가 바닥에 펼친 건, 손바닥만 한 여자 팬티였다.
탁탁 먼지를 털더니, 정성스레 바닥에 펴고는 그 위에 얼굴을 묻었다.
이건… 정말 믿을 수 없는 광경이었다.
놀라고 당황한 감정보다는 그저 얼어붙은 채, 현실감이 떨어졌다.
나는 무의식처럼 마당으로 나갔다.
몸이 먼저 반응한 걸까.
내 발소리조차 듣지 못할 정도로 그는 그 행위에 깊게 빠져 있었다.
“그거 줘. 뭐야 그거?”
그가 놀라 고개를 들었다.
“뭐? 뭘 말하는 거야?”
놀람보단, 들켰다는 공포가 얼굴에 먼저 떠올랐다.
나는 말없이 다가갔다.
“다 봤어. 지금 뭐 하는 거야?”
그는 급히 그 천 조각을 움켜쥐더니 뒤로 감추고,
마당에 굴러 있던 자갈을 집어 들었다.
그 팬티를 자갈에 얽어맨 후
휙—!
집 앞 개천 쪽으로 던져버렸다.
탁.
어딘가에 부딪히는 소리.
그게 수풀인지, 물인지조차 구분할 수 없었다.
그곳은 사람 왕래가 거의 없는 곳.
집과 개천 사이에 수풀은 무성하고 개울은 느리게 흐른다.
쫓아가면, 찾으려 하면,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그걸 해야 하나? 내가? 왜.
왜 이런 구질구질한 상황을 겪고 있는 걸까.
왜 이런 늪 같은 곳에 빠져 있는 걸까.
나라고, 정상적인 가정을 꿈꾸지 않았던가.
나라고, 소박한 일상을 바란 적이 없었던가.
도대체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을까.
정상적인 생리 주기, 건강한 난소, 진단상 아무 문제없다는 의사 소견.
하지만 그와 함께한 지난 시간은 기다림의 연속이었다.
허망한, 답 없는 기다림.
그리고 오늘—
그 모든 물음의 실마리가 팬티 하나에 걸려 있었다.
나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그 창을 열지 않았더라면 나는 여전히 그를 믿었을까?
믿고 싶었을까?
창을 닫는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닫히는 창 너머로 내가 알던 그 사람도 함께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