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임 15화. 새로운 나락...
산산이 부서진 거울
열지 말았어야 했다. 그 창을, 그 순간을, 그 가능성을…. 그것을 열어젖힌 후, 내 삶은 조용히,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수렁으로 가라앉았다.
밤이 오는 게 가장 싫었다. 집 안의 불을 다 꺼놓고 어둠 속에 나를 숨겼다.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무너졌다. 마음의 문은 굳게 닫혔고, 눈은 멀었다.
'그만 생각하자, 그만 떠올리자.' 수없이 되뇌었지만, 생각은 멈춰주지 않았다. 도려낸 자리마다 새로운 생각이 돋아났다. 정리되지도, 멈춰지지도 않는 수많은 조각. 머리는 터질 듯 바쁘게 돌아가고, 나는 무력하게 그 회전 속에 갇혀 있었다.
"후…" 숨을 내쉬는 것조차 버거운 날들이었다. 숨 쉬는 것마저 죄스러웠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내 삶은 왜… 이렇게….'
하루하루, 멍하니 흘러갔다. 정신을 차려보면 저녁이고, 눈을 떠도 어제 같았다. 시간은 흐르지 않았고, 삶은 아무 데도 닿지 않았다.
그럼에도 병원은 갔다. 무의미한 일정, 예측 가능한 결과. 실패, 또 실패, 반복되는 실패. 망설임도 없이 패배라는 도장을 꾹꾹 찍는 날들이 이어졌다.
남편과는 그 주제를 다시 입에 올리지 않았다. 내가 입을 닫았다. 이해했기 때문이 아니라, 다시는 꺼내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그 말이 나오는 순간, 내 인생이 다시 진흙 속으로 빠져버릴 것만 같았다. 더 나락으로 떨어질 곳도 없겠지만, 그래도 내 손으로 거기 던져 넣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게 마음이 닫히자, 관계도 함께 닫혔다. 언제부턴가 그는 나를 데리고 다니지 않았고, 대신 누구인지 뻔히 짐작 가는 사람과 당당하게 어울렸다. 우연히 탄 그의 차. 조수석 시트는 지나치게 뒤로 젖혀져 있었고, 마시지도 않는 음료에 빨대가 사이좋게 두 개 꽂혀 있었다. 잠결에 내 이름이 아닌, 낯선 여자의 이름을 중얼거리며 잠들어 있었고….
'그래, 꿈이야. 꿈이라는 건 무의식의 반영이니까.'
하지만 빨대는 치울 수 있었잖아. 같이 먹다 남은 음식을 굳이 싸가지고 올 필요는 없었잖아. 스키 타고 오는 길이면 그 무게 정도는 충분히 내려놓을 수 있었잖아.
어느 날, 시누이가 조수석에 타다가 바닥에 굴러다니는 하이힐 굽을 집어 들었다. "이거 네 거지?" "…아니에요, 저 요즘 허리 아파서 굽 있는 구두 못 신어요."
그 순간, 정적. 그 누구도 말을 잇지 못했다. 평소 눈치 없던 시누이조차 입을 다물었다. 그저, 그런 날들이 켜켜이 쌓였다. 말하지 않으면, 질문하지 않으면 굳이 대답도 하지 않는 사람. 질문 없는 고요함 속에 내 마음은 날마다 조각났다.
난도질당한 감정 위로 굳은살이 차곡차곡 쌓였다. 그래야 버틸 수 있었다.
그리고… 메일을 확인하려 켠 컴퓨터. 자동 로그인된 창 위로 떠 있는 웨딩카페.
웨딩카페? 남자가?
잠깐, 뭐지…? 돌았다. 머리가, 세상이, 정신이… 빙글빙글 어지럽게 돌았다. 하늘이 휘청였고, 속이 울렁거렸다. 토할 것 같았다. 아무것도 먹지 않았는데, 구토가 밀려왔다. 정말… 어디까지 가야 끝나는 걸까. 내가 더는 밟힐 곳이 있을까?
그러면서도, 그때도 또, 나는 **'내가 잘못했나?'**를 먼저 떠올렸다. 나는 왜 늘 나에게서 이유를 찾는 걸까.
내가 바보인가. 아니면 너무 오래 착하게 살아버린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