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임 이야기 EP.13-넘지 말아야 할 창문

불임 13화

by 나은

시댁에서 아침을 맞았다.


늘 그렇듯 손위 형님은 명절 전날 늦게야 장을 봐서 올라왔다.

20여 분 남짓한 거리지만, 시간보다 마음의 거리가 더 멀게 느껴지는 사람.

나는 매번 그녀를 기다리고, 배웅하고, 마지막까지 문간에 서 있다


돌아서는 가장 늦은 사람이었다.

그리고 명절 당일이면 물밀 듯 밀려드는 시누이 여섯을 온전히 맞아야 했다.

친정은 20여 분 거리인데도, 간다고 해도 마음은 늘 제자리에 두고 가는 셈이었다.

불임으로 인한 침묵의 낙인. 내 입엔 함구령이 내려진 지 오래였다.

그저 생각 없이 쓱 웃었다.

누가 5천 원짜리 고터 티셔츠를 낚아채도 '히~' 하고 웃으며 넘겼다.

시답지 않은 농담 같지도 않은 농담에도 토를 달지 않고 그저 '헤~' 했다.

남편 얘기가 나올 때면 마치 자동응답기처럼, "네, 네~" 할 뿐이었다.


명절 당일 아침, 후다닥 형님이 밥만 먹고 떠나면 그제야 진짜 명절이 시작되었다.

시누이들을 온전히 맞이하는 일. 오는 시간도 들쭉날쭉이라, 누가 올 때마다 매번 상을 차렸다.

같은 핏줄이라 해도 성향은 제각각이었다.

누구는 앉아서 받아먹기만 하고, 누구는 집이 지저분하다며 먹다 말고 청소기를 집어 들었다.

시어머니가 "아니다, 앉아라" 손사래를 쳐도, 괜히 나만 일어나 청소기를 밀었다.

도대체 왜 그리 청소를 좋아하는지.


여덟 형제에 그 자녀들까지 모여 밥 한 끼를 마치면, 수저만 해도 몇 벌였는지 모를 지경이었다.

시골집 싱크대는 왜 그리 낮은지.

허리를 굽히고 설거지를 하다 보면, 디스크 있는 허리가 또 뒤틀렸다.

며칠을 앓고 눕는 건 이제 익숙한 일이었다.


가끔 친정에 다녀오며 바리바리 싸 들고 온 손질된 오징어, 특유의 잘 바른 조미김 뭉치. 그걸 하나하나 시누이들에게 나눠주었다.

묻지도 않았다.

그냥 내 앞에서, 내 손을 스쳐 가져갔다.

내 의견 따윈 아무도 묻지 않았다.

나는 단지 내어주는 사람. 뺏기고도 웃는 사람.

그럼에도, 입에 풀칠이 발라져 있으니 감히, 말할 수 없었다.


그해도 아침을 먹고 사람들을 기다리며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던 중이었다.

평소보다 길게 느껴지는 세차 시간.

점심이 늦어진다고 시어머니는 안절부절못했다.

남편에게 전하려고 작은 방 쪽문 앞으로 향했다.

그냥 현관으로 돌았더라면,

그냥 문 여는 소리에 눈을 돌렸더라면,

그 꼴은 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왜 하필, 그 쪽문을 열었을까?


왜 넘지 말아야 할 그 창문을 굳이, 내가 열었던가.


하...


그날, 나는 세상에서 제일 더러운 꼴을 보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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