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임 58화. 나를 보는 수사관의 측은지심…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것은 나에 대한 연민이다

by 나은

경찰서 마당에서 마주친 수사관.
아마 저녁 식사를 하러 가는 길이었을까.

과하게 굽신거리는 남편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쓴웃음이 새어 나왔다.
보기 드문 장광이었다.

남편이 인사를 시킨다.

자랑이라도 하려는 듯했다.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
도촬을 한 남편을 두고, 내가 무슨 말을 더할 수 있단 말인가.


수사관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 네… 걱정되시겠습니다. 최대한 공정하게 조사하겠습니다.”


그 순간, 차 안에 있던 준이가 내렸다.
“엄마, 누구야?”
보이고 싶지 않았던 장면을 결국 보이게 됐다.
“아, 네가 준이구나. 안녕?”
이내 돌아서는 수사관은 나를 향해 동정심 가득한 목소리로 덧붙였다.

“아이며, 건강이며… 걱정이 많으시겠어요. 힘내십시오.”


엥?
아이는 그렇다 치고, 건강은 또 뭐지? 누구? 나?

생각이 빠르게 회전했다.

설마… 에이, 설마…
남편이 내 건강까지 팔아넘긴 건가?


그 순간, 기억은 과거로 흘러갔다.

작은 언니가 대장암 4기 판정을 받고 수술을 받았을 때, 우리 가족은 자연스레 가족력에 대한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나 역시 걱정이 커졌다.
시아버지, 시어머니, 큰 시누이까지 암 진단 이력이 있었으니, 평소 돈에 예민한 남편도 은근히 걱정이 되었나 보다.

웬일로 그는 내 손을 잡고 함께 위·대장 내시경을 받으러 갔다.
술, 담배를 전혀 하지 않는 남편은 이상이 없었지만, 나는 ‘장생피화생’ 진단과 함께 유암종 판정을 받았다.

태어나 처음 들어본 병명.
암과 비슷하다는 건 알겠는데, 그래서 암인지 아닌지조차 판단이 서지 않았다.
용종 3개를 떼어내고, 큰 병원으로 가보라는 소견서를 받았다.

비몽사몽 깨어난 나에게, 남편이 보인 반응은 한심했다.
유암종이든 뭐든 관심은 없고, 진료비에만 신경질을 냈다.

“너는 왜 돈이 이중으로 들어? 술 처먹지 말라니까. 아휴, 돈덩어리.”

그 말에, 나는 할 말을 잃었다.


마취에서 풀린 그날 밤, 인터넷을 찾아보았다.
결론은 하나. 암과 유사하다.

어떤 경우엔 암으로 분류된다.
남편에게 말했더니, 돌아온 건 코웃음뿐이었다.
“무슨 암은 암이야. 아, 됐어.”


내 나이 50.
내 건강은 내가 지켜야 한다.


대학병원의 과잉진료를 피하고자 그나마 인지도가 있는 송도병원을 찾았다.
큰일은 아닐 거라 스스로 다독이며 일상을 이어갔다.

하지만, 진료 결과는 충격이었다.


유암종이 맞고, 사이즈가 너무 커서 직장암으로 진단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헐…
나, 암 환자야...

작가의 이전글불임 57화. 아이와 경찰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