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임 시리즈 71화.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과연 끝은 오는가?

by 나은

생각을 하면 할수록 현실은 답답하다.


아무 일도 없는 듯 운동을 하고, 웃고 떠들고, 혼자 술을 마신다.

그런데 요즘 들어 한숨이 깊어지고, 더 자주 나온다.

“궁지에 몰리면 쥐도 고양이를 문다”는데, 마음을 다잡으려 해도 힘이 든다.

차라리 생각을 멈추고 무념무상으로 살고 싶은데…

남편이 던진 그물에 턱 하니 걸려버린 나는 빠져나올 수 없다.





전세와 재산, 끝없는 억압


내년 전세가 끝나면 어떻게 될까?

그는 전세금에 가압류를 걸었다며 노발대발한다.

그 돈을 반으로 나눠 각자의 삶을 살면 될 텐데…

법의 결정으로 정리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는 끝내 놓지 않는다.


냉장고도, 세탁기도, TV도, 안마의자도 모두 눈물과 상처가 얼룩진 물건들.

나에겐 부질없는 짐일 뿐이다.

아이와 함께 작은 원룸에서라도, 학교만 멀지 않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하지만 그는 단 한 번도 부동산을 알아보지 않았다.




이삿짐 날 인부가 “사모님 쓰실 냉장고를 왜 사장님께 물어보세요?”라고 묻던 순간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랬다.

내 인생의 모든 결정은 그의 손바닥 위에서만 움직였다.

나는 꼭두각시였고, 그는 줄을 쥔 사람.





폭언과 모욕


“내가 표현력이 부족해서 이렇게까지 됐어.”

그의 말은 진심이 없다.

표현이 부족한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욕설은 혼신을 다해 퍼부을 수 있는가.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욕지거리가 쏟아졌다.

너무 충격적이라, 입이 다물어지지 않아 응대조차 할 수 없었다.


이런 말을 어느 누가 믿어줄까?

내가 말하면 오히려 정신이상자로 몰리지는 않을까 두렵다.

그의 머릿속에는 무엇이 들어 있는 걸까.

내가 들은 욕으로 줄을 세운다면, 한강을 굽이굽이 돌아 양수리를 거쳐 다시 돌아올 만큼 넘쳐난다.




부부의 그림자, 언니의 회복


대장암 4기였던 언니는 다행히 수술을 잘 마쳤다. 폐 전이도 제거되었다.

하지만 먹지 못하는 언니의 모습은 더 절망스러웠다.

형부는 직접 음식을 만들고, 하루 왕복 6~8시간을 오가며 언니를 어르고 달래 겨우 입을 떼게 했다.


조카는 “아빠가 정말 애를 많이 썼다”라고 전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울컥했다.

‘부부란 저런 게구나.’

언니가 병중에 그렇게 귀히 대접받는 모습이 부러우면서도, 형부에게 감사한 마음이 북받쳤다.

그래서 말했다.





“형부가 언니를 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야. 참 고마운 일이야.”


그런데 그 말 한마디에 남편은 돌변했다.

“야, 너 그 인간이랑 뭐 했냐? 왜 붙어먹기라도 했어?”

쌍심지를 켜고 쏘아붙이는 눈빛에 또 경기를 일으켰다.

그 끝은 어디일까. 끝이 오긴 오는 걸까.





끝을 모르는 싸움, 끝을 바라는 마음


나는 믿고 싶었다.

판사는 증거를 보고 정의롭게 판결을 내릴 것이라.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판사는 차갑게 증거만 보고, 내놓은 증거에도 미적지근하다.

정말 끝까지 다 겪어내야만 판결이 나오는 걸까.


나는 바란다.

내 삶을 내 손으로 정리할 기회.

내 명대로 살 수 있는 자유.

하지만 지금은 자꾸만 옥죄어 온다.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과연, 내게도 끝은 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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