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임 시리즈. 78화 아픔이 극대화되면 종교를 찾는다

성당에서 마리아를 만나다

by 나은

눈에 밟히는 징크스


50여 인생을 돌아보니, 이상하게 눈에 자주 밟히는 일은 결국 나를 끌어당겼다.

시험관 시술을 준비하며 오가는 길, 논현성당이 늘 시야에 들어왔다.

하얗게 빛나는 마리아상을 보며 “언젠가 저 안으로 들어가 내 아픔을 말하고 싶다”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다.

그러나 몇 번의 시도는 늘 문 앞에서 접혔다.




더 이상 혼자 견딜 수 없을 때


또다시 시험관 시술이 실패하자, 내가 스스로를 제어하지 못하겠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마음을 다 토해도 묻지 않고 들어줄, 신의 품이 절실했다.

집에서 불과 3분 거리, 논현성당.

마침내 두근거림을 안고 마당으로 발을 밀어 넣었다.




낯선 문 앞, 두 가지 온도


“저… 성당에 다니고 싶은데요.”

사무실 문을 두드리자, 한 분이 고개를 들었다.

“성당은 그냥 다닐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교육과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종교에서도 거절당하다니— 마음이 서늘해졌다.



그때, 안쪽에 앉아 있던 연배 있는 여성이 따뜻하게 말을 건넸다.

“아, 잘 오셨어요. 마침 교육 일정이 잡혀 있어요. 함께해 보세요.”

같은 말인데, 온기가 이렇게 다를 수 있다니.

내 얼굴에 다시 빛이 스며들었다.




세례까지의 길


그날 이후 나는 저녁마다 성당을 오갔다.

미사 절차를 배우고, 성수로 마음의 찌꺼기를 씻어내며, 영화에서 보던 고해성사도 마쳤다.

신부님께 고해할 때조차 “혹여 바쁘신데 폐가 될까” 하는 생각을 먼저 하는 내가 낯설었다.

그러나 모든 과정을 거쳐 드디어 세례를 받았다.

세례명은 엘리자벳.

깨끗하고 청아한 이름이 내 안에 스며드는 순간, 다시 태어난 듯했다.




세례식의 작은 소동


세례식 날, 남편을 억지로 불러 함께 사진을 남겼다.

같이 세례를 받은 이는 젊은 여성과 동거 커플.

식사 자리에서 동거 커플의 여성이 남편에게 명함을 건넸다.

“언제 오세요. 소주방 해요.”

옆에 내가 있었는데 언제 그랬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남편은 “직장 동료랑 한번 가볼까?” 하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이상하게도, 그 모든 일이 내 마음을 흐리지 않았다.




마리아처럼


성당의 공기 속에서 나는 매주 주일마다 성경책을 들고, 미사 베일을 쓰며

“나도 언젠가 마리아처럼 기적을 품을 수 있겠지” 하고 믿었다.

마음은 단아했고, 숨은 고요했다.

오랜만에, 내 안의 아픔이 잠시나마 정리되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다음 실패가 오기 전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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