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임 시리즈. 79화. 시험관 두 번째 실패

두 번째 실패는 시작에 불과했다

by 나은

성당의 고요, 잠시의 평화


처음 만난 종교는 예상보다 나를 단단히 붙잡아 주었다.


성당에 갈 때마다 나는 가장 깨끗한 옷을 골랐다.

주머니 속의 손수건까지 펴서 다림질하듯 매만졌다.

그 순간, 커튼 천으로 지은 드레스를 입고 교회를 향하던 빨간 머리 앤이 문득 스쳤다.

마릴라가 “주일엔 가장 좋은 옷을 입어야 해”라며 드레스를 건네던 그 장면.

인사 나눌 사람 하나 없었지만, 나는 그날의 앤처럼 단정하고 싶었다.





종교는 생각보다 내 마음을 단단히 붙잡았다.

주말마다 아침을 먹고 혼자 성당으로 달려갔고,

김대건 신부의 발자취가 남은 충남 당진 솔뫼성지를 찾아가기도 했다.

불안하던 마음이 점점 평안으로 물들어 갔다.


그러던 어느 날,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동결 배아 이식 일정을 잡아야 합니다.”

차갑게도 그 한마디가, 성당에서 얻은 고요를 순식간에 흔들어 버렸다.





시험관 시술, 두 번째 길


첫 시술에서 나는 건강한 난자를 많이 채취했고 수정도 잘 되었다.

시험관 시술은 이렇게 진행된다.

배란 유도 주사를 배에 맞아 여러 난자를 채취하고,

“정자와 수정 후 3일 차에는 세포 분열 단계의 배아, 5~6일 차에는 배반포 단계의 배아까지 성장시킨다.

이 가운데 착상률이 높은 배아를 등급별로 선별해 –196℃ 액체질소에 냉동 보관한다.”


이후 자궁내막을 다시 준비해 동결된 배아를 해동해 이식하는 것이 두 번째 단계다.


내 경우 첫 시술 때 등급이 좋은 배아가 여럿 남아 이미 냉동돼 있었다.

충분히 휴식을 취한 뒤, 나는 그 배아들을 다시 품을 준비를 해야 했다.





이번에는 난자 채취가 없었지만, 이식 5일 전부터 프로게스테론 주사를 엉덩이에 맞아야 했다.

병원에서 주사를 맞을 수도 있었지만 비용을 줄이려 거울 앞에 섰다.

처음엔 남편에게 부탁했지만, “왜 나까지?”라는 표정 하나가 내 말을 멈추게 했다.

거울 속 내 모습이, 그 순간 가장 낯설고 외로웠다.


착상을 위해 자궁내막 두께는 8mm 이상이 필요했다.

나는 간신히 그 수치에 닿았다.

배아의 등급은 최상이었지만, 자궁벽이 매끈하고 얇아 배아가 자꾸 흘러내릴 수 있다는 말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이식 후 10일 뒤 피검사를 하면 오후쯤 결과가 나온다.

누군가는 7일째 임신 테스트를 한다지만, 나는 차마 그럴 용기가 없었다.

처음 실패했을 때 두 번 무너진 기억이, 내 마음을 단단히 가라앉혔다.

기대하지 않으면 상처도 덜할 것 같았다.


결과는—

또다시 실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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