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태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영화를 보러 갔다가 기다리는 시간은 항상 영화관과 같은 층을 사용하는 서점에서 보내곤 한다. 서점에서 책을 구경하는 것으로 잔잔하게 시간을 보내는 일이 한자리에 그냥 않아서 가만히 핸드폰으로 시간을 보내는 일보다 오히려 더 빠르게 느껴진다. 제대로 된 본격적인 독서 타임은 아니지만 책의 표지를 보고 마음의 끌림이 느껴지는 책은 뒤표지도 보고 다음에 내가 읽을 책을 물색하며 나의 픽에 선정된 책들은 사진도 찍어 두고, 집 근처 도서관에서 바로 빌릴 수 있는 책인지도 검색한다.
이 책을 처음 만난 날은 가족 모두가 영화 ‘승부’를 보러 영화관에 간 날이었고 이날도 서점에서 남은 시간을 보내던 중이었다. 서점 입구에 있는 전면 책장에 초록 색상의 표지가 눈에 띄였다. 대부분의 책들은 책의 표지를 보면 항상 들어맞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책의 내용을 예상해볼 수 있는데 이 책은 프롤로그와 목차를 읽어보기까지 예상할 수 없었다. 독서 편식을 고치고자 소설도 읽기 시작했지만 단편 소설집은 읽어 본 적이 없었다.
우선 표지의 사진을 찍어두고 집에 와서 도서관의 책을 예약 걸어둔 뒤, 김기태 작가에 대해 찾아보았다. 2024년 젊은 작가상을 수상한 신예작가였다. 책의 목차를 보고 바로 와닿지 않는 몇 개의 소제목들이 책에 대한 궁금증을 더 크게 하였다.
학생이 무슨 과목을 택했는지에서부터 가늠되는 자질이었다. 있는 꿈도 없는 듯 주머니에 쑤셔 넣고 문제집을 푸는게 과거의 입시라면 없는 꿈도 있는 듯 만들어서 스토리텔링을 하는 게 지금의 입시이다. 곽은 경쟁은 여전히 경쟁이며 선택은 기만이 아닌지 의심하기도 했다. <보편 교양 중>
있는 꿈도 없는 듯 주머니에 쑤셔 넣던 과거의 입시, 남편과 나는 우리 세대의 이야기라고 공감했다. 지금은 작가님의 표현 그대로 없는 꿈도 있는 듯 만들어내는 시기이다. 내가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고민할 여유도 시간도 없이 학종, 생기부, 세특 등 용어도 복잡하고 챙길 것도 준비할 것도 많은 이것들에 남들보다 더 많이 앞다투어 가득 채워 넣어야 하는 게 지금의 입시판이다. 이제 막 세상이 어떤 곳인지 아무 미세하게 알게 된 이 아이들이 그들만의 스토리가 있으면 얼마나 있을 것인가? 그럴듯한 포장을 당하며, 때로는 자신을 속여가며 없는 스토리를 짜내는 이 과정이 과연 옳은 것인가? 과거 우리의 입시판과 지금 아이들의 입시판 중 누가 더 괴로운 걸까? 비교할 필요는 없지만 나쁘면 어느 것이 더 나쁜지 생각해보게 된다.
이런저런 구설 때문에 저에게 흠집이 나더라도 괜찮다는 생각에 닿았어요. 저는 완벽하지 않아요. 하지만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결과를 만드는 게 더 중요하죠. <로나, 우리의 별 중>
나에게 있어서 나의 흠집이, 내 자신의 선택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 지는 부끄럽게도 얼마 되지 않았다. 더 빨리 20대 때부터도 이걸 깨닫고 살아왔다면 나의 20-30대가 조금 더 행복했을까? 지금의 나는 조금 더 다른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 그건 모르는 일이다. 지나온 시간은 후회하지 않기로 했다. 지금이라도 깨닫게 된 것이 어디인가. 흠집이 나도 되고 완벽하지 않아도 되고 할 수 있는 일을 하자. 어린 로나의 이 대사가 당분간 문득 떠오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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