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번째 멸종 앞, 털보 관장님의 유쾌한 지구역사

이정모 『찬란한 멸종』

by 레토

책을 처음 접했던 때는 아이의 최애 교수님 고생물학자 박진영 박사님의 인스타그램 게시물을 통해서였다. 평소 친분이 있으신 분이라고 소개해 주시며 이정모 관장님 사진과 함께 소개해 주셨다. 그리고 몇 달 전 매주 가는 우리 동네 도서관의 벽에 붙어있던 ‘2025년 창원의 책’에 선정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제목을 처음 접했을 때 언어유희, 시적 표현 이런 단어가 떠올랐다. 찬란하다는 표현이 너무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라지는데 한없이 슬픈 것이 아니고 어떻게 찬란할 수가.


표지의 오른쪽 상단에 ‘거꾸로 읽는 유쾌한 지구의 역사’라는 소제목에도 궁금증이 생겼다. 대부분의 역사나 자연사에 관한 책들은 시대순으로 나열하는 방식인데 거꾸로라는 단어에 호기심이 생겼고 ‘찬란한’과 함께 ‘유쾌한’이라는 단어가 다시 의구심을 들게 했다. 멸종은 찬란하고 그 역사는 유쾌하다. 도대체 어떻게 진행되는 것일까? 독서를 시작하기에 적당한 나의 호기심이 채워졌다.


먼저 저자 이정모 관장님을 처음 알게 된 것은 EBS <취미는 과학>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서였다. 털보 관장님이라는 소개와 함께 진행자인 데프콘씨가 ‘취미는 관장’이라고 말할 정도로 과학관 관장님으로서의 이력이 많으셨다. 서대문자연사박물관, 국립 과천과학관 등 아이와 함께 가보았던 곳의 관장님이라니 뵌 적도 없는데 왠지 모르게 반가웠다. 최근에는 <알쓸별잡-지중해 편>에 출현하신 것도 보게 되었는데 말씀을 호탕하고 재미있게 해주셔서 전달해 주시는 내용을 쉽고 재미있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호킹박사의 유언

호킹 박사는 2010년부터 세상을 떠나는 2018년까지 반복해서 지구인들에게 일곱 가지 유언을 남겼다.

첫째, 100년 이내에 인류는 멸망한다.

둘째, 외계인이 지구를 침략할 수 있다.

...여섯째, 인공지능은 의지 없이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

일곱째, 대형 강입자 충돌실험은 계속하면 우주가 붕괴할 수 있다.

지구인들은 ‘첫째, 100년 이내에 인류는 멸망한다.’에 주목했다. 스티븐 호킹은 2010년부터 계속해서 지구를 포기하고 화성에 식민지를 건설하라고 보챘다. 그들은 정작 그의 우주론은 이해하지 못했지만, 그의 유언은 따르려고 노력했다.


이 부분을 읽고 궁금증이 생긴 부분이 있다. 왜 우리는 첫 번째 유언인 ‘100년 이내에 인류는 멸망한다.’라는 열심히 새겨듣고 너나없이 앞다투어 화성을 개발하려고 하는 중인데 여섯 번째 유언 ‘인공지능은 의지 없이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라는 부분은 보고도 못 본 척하는 걸까? 전 세계적으로 제대로 된 정책이 마련되기도 전에 급속도로 확장되는 인공지능의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나는 저 여섯 번째 유언이 특히 더 눈에 들어온다.


테라포밍, 두 번째 지구 만들기

테라포밍 Terraforming이란 개념도 SF소설에 등장한 개념이다. 테라포밍이란 다른 행성이나 위성을 지구와 비슷한 환경으로 만들어서 지구인이 살 수 있도록 만드는 직업을 말한다.


테라포밍이라는 단어는 사실 아이가 읽던 책으로부터 접해 본 적이 있다. 길벗어린이 출판사에서 2021년에 나온 <테라포밍, 두 번째 지구 만들기>이다. 이 책의 주인공은 귀여운 로봇들이다. 새로운 지구를 만들기 위해 테라포밍을 사용한다. 2070년이 되면 인류와 동식물은 살 수 없기 때문에 새로운 지구를 만들기 시작한다. 다른 행성들은 공기도 없고 대기권도 없으니 공기를 지구에서 조금 가져온다. 소행성의 드라이아이스를 대기권 속으로 녹이면 이산화탄소가 나오게 되므로 바다를 만들 수 있다. 다음으로 식물을 심고 DNA를 이용해 복제를 통해서 동물을 탄생시킨다.


나와 아이가 이 책을 접했을 때 아이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내가 봤을 때 이 책의 교훈은 ‘이렇게 두 번째 지구를 만드는 게 어렵고 복잡하니 지금의 지구나 아끼고 잘 지켜라!’인 것 같은데” 초등학생이 보기에도 이렇게 느껴지는데 우리는 지금 왜 화성에 가지 못해서 이 난리인 것일까? 일반인인 우리들이 모르는 비밀이 있을까? 사실은 지구가 정말 가망이 없어서 꼭 화성을 테라포밍할 수밖에 없는 걸까? ‘화성에 갈 기술과 에너지의 반만 지구 되살리기에 몰두한다면 우리는 계속 이곳에서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하고 고민해 보게 된다.


여섯 번째 대멸종

관장님의 책을 읽으며 왜 관장님께서 책의 제목을 이렇게 지으셨는지 점차 이해가 되었다. 하지만 나머지 다섯 번의 대멸종은 찬란하다는 수식어가 붙을 만하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우리가 겪게 될, 우리가 만들어낼 여섯 번째는 찬란하다는 수식어가 붙어서는 안될 것이다. 앞선 대멸종들이 유의미한 역사를 만들어 냈다면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우리의 뒤에는 그런 가치 있는 것이 있을 것인가? 적어도 또 한 번의 대멸종이 우리에게 일어난다면 안타깝고 슬프겠지만 그 원인이 제발 우리가 스스로 만들어 낸 것이 아니기만을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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