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소년이 온다』
작년 가을 뉴스에서는 속보가 여기저기 쏟아졌다. <소년이 온다>의 한강 작가 한국 문학 사상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을 수상하다. 스웨덴 한림원이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한강을 선정했다. 역사적 트라우마를 마주하며 인간의 취약함을 드러내면서도 시적이고 실험적인 스타일로 혁신적인 현대 산문의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것이 선정의 이유였다. 어느 서점을 가도 도서관을 가도 앞다투어 한강 작가님 작품들의 컬렉션을 전시해두었고 나처럼 작가님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된 사람도 쉽게 작가님이 누구인지 어떤 작품들을 쓰셨는지 알 수 있었다.
평소 독서를 하지 않던 사람들도 한강 작가님의 책이 궁금하여 읽기 시작하는데 이상하게도 나는 쉽게 손이 가지 않았다. 평소 소설은 잘 읽지 않던 내가 노벨문학상이라는 이유로 소설에 손을 대기가 양심에 찔린다는 말도 안되는 기분. 그러면 안될 것 같았다. 그러던 중 겨울이 지나고 새해가 되며 결심했다. 독서 편식을 조금씩 고치고 소설에도 푹 빠질 수 있는 사람이 되면 그때 귀하게 작가님의 책을 읽으리라. <소년이 온다>라는 책의 존재를 알게 된 지 6개월이 지나고 5월도 끝나가는 시점에 이제는 미루고 싶지 않았다. 이 책을 마주하는 시기가 이 5월을 넘기고 싶지 않았다.
독서를 다 끝낸 후 찾아본 책에 대한 정보를 통해 몇 가지 알게 된 사실들이 있다. 주인공은 모델이 실제 존재하는 작품이었다. 주인공 동호의 모델은 5.18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 학생 희생자였던 문재학 군이었다. 그 당시 문재학 군의 친구 양창근 군이 계엄군의 총탄에 목숨을 잃었고 그 후 도청에서 시신을 염하는 일을 맡았던 문재학 군도 계엄군의 총탄에 의해 세상을 떠났다.
두께가 그리 두껍지도 않고 글이 너무 빼곡하지도 않고 5.18 광주민주화운동은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쉽게 읽힐 줄 알았다. 완독하기까지 읽다가 덮었다가 또 읽다가 쓰고 있던 안경을 벗고 멍하게 있었다가 손이 떨렸다가 울었다가를 반복했다.
네가 죽은 뒤 장례를 치르지 못해, 내 삶이 장례식이 되었다.
나라의 군인들에 의해 죽고, 태극기에 감싸지고. 참 아이러니하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그저 민주주의였는데, 기본이라고 생각하는 그것을 그렇게 바라면 안되는 것인가?
우리는 근본적으로 잔인한 존재들일까? 존엄한 존재들일까?
나는 후자라고 생각해왔는데. 왜, 왜들 그랬을까? 도대체 무엇 때문에 그토록 잔인했을까? 혹시 나의 생각과 다르게 우리가 근본적으로 잔인한 존재들이라 그런 것은 아닐까 무섭다.
나름 안다고 생각했었는데, 나는 참 건방졌다.
역사를 배우며, 한능검 시험을 치면서, 관련된 영화와 TV에서 다루던 다큐들을 보면서 내가 알고 있던 그때 그 5월의 광주는 이번에 마주한 광주와는 조금 달랐다. 책을 읽는 한 사람의 독자일 뿐이지만 많이 아팠다. 그리고 죄송했다. 이제야 제대로 마주하게 되어 너무 죄송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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