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사춘기가 두려운 엄마들에게 - 이진혁
아들의 사춘기가 두려운 엄마들에게
엄마는 잘 모르는 사춘기 아들의 몸 마음 변화와 학교생활, 공부까지
“부모가 이해하는 깊이만큼 아들과의 거리는 가까워진다.”
아들의 사춘기에 대한 막연한 불안과 걱정을 끝낼 건강한 사춘기 지침서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을 두고 있다 보면 어느 날은 사춘기가 이미 시작된 것처럼 느껴지고 또 어느 날은 아직 어린 것 같아 헷갈리는 순간이 많다. 요즘 대부분 초등학교 5학년부터 사춘기가 시작된다고 하니 여기저기서 말하는 그 시기가 실제로 얼마 남지 않았다. 분명 어제까지는 귀엽게 장난치던 아이가 오늘은 이유 없이 예민해지고 말투도 달라지고 혼자 있고 싶어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면 ‘사춘기가 벌써 온 걸까?’ 싶다가도 금세 다시 애처럼 굴어 ‘아직 사춘기가 온 건 아닌가 보다’ 싶은 마음이 든다.
이 모호한 경계에서 나는 막연한 불안과 함께 ‘아마 사춘기가 와도 우리 아이는 괜찮을 거야’라는 근거 없는 낙관 사이를 계속 오가고 있다. 이렇게 애매한 마음 상태로 있을 바에는 차라리 시간이 있을 때 미리 책을 보며 알아두면 막상 진짜 사춘기가 눈앞에 닥쳤을 때 조금 덜 당황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들의 몸과 마음이 어떻게 변해가는지, 부모는 무엇을 알고 있어야 하는지, 어떤 태도로 지켜봐야 하는지 알려주는 이 책은 곧 맞이하게 될 그 시기를 조금 더 의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든든한 나침반이 되어주었다.
p.38
뇌 과학자들은 사춘기 아들이 물건을 잘 챙기지 못하고 주변 정돈이 안 되는 이유가 뇌의 연결과 통합 때문이라고 말해요. 뇌에서는 원초적인 지능과 시냅스의 연결이 다가 아니라, 수초화(신경 세포가 수초라는 덮개에 의해 마디를 이루면서 둘러싸이는 과정)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뇌의 수초화가 완전히 마무리되려면 30년 정도 걸린다고 해요.
p.39
사춘기는 신체와 정신이 모두 변하는 시기예요. 그래서 앞서 살펴봤듯이 몸에도 변화가 생기고, 정신을 담당하는 뇌에도 변화가 생기지요. 그 과정 중 하나가 바로 수초화예요. 불필요한 나뭇가지를 가지치기하는 것처럼 뇌에서도 가지치기가 일어납니다.
p.42
아들은 사춘기가 되면 짜증을 내는 때가 많아져요. 그리고 짜ᆞ증과 더불어 감정 기복이 심해져요.
p.43
그런데 사춘기에는 잠자는 시간이 더 늦어져요. 멜라토닌 때문이지요. 이 시기의 아들에게는 잠을 유도하는 호르몬인 멜라토닌이 성인보다 2시간이나 늦게 분비돼요. 여기에 멜라토닌이 뇌에 머무는 시간까지 길어져요. 그래서 사춘기에는 아침에 아들을 깨우는 일이 정말 어려워요.
p.46
사춘기에는 아들과 부모 모두에게 힘든 시기예요. 조금 더 현실적으로 표현하자면 ‘딥빡’의 시기지요. ‘깊을 딥(deep)’과 ‘빡칠 빡’이 합쳐 만들어진 신조어 ‘딥빡’. 최대한 고상하게 표현하고 싶지만, 이 말처럼 사춘기 아들 부모의 마음을 효과적으로 표현한 말이 있을까 싶어요.
낯설게 느껴지는 아들의 세계
딸을 키우는 책은 따로 없어도 아들을 키우는 책과 강연은 시중에 유난히 많다. 여자인 엄마에게 아들의 세계는 때때로 ‘외계인의 영역’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나 역시 그렇다. 알다가도 모를 존재, 그런데 그런 아들에게 사춘기까지 찾아오면 더 어려워진다고? 생각만 해도 아찔해진다. 그래서 우리 엄마들은 그 외계 생명체가 왜 그런 요상한 행동을 하는지라도 알고 있어야 마음이 덜 혼란스럽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까지는 아니어도, 적어도 당황하지는 않을 수 있으니 말이다.
아들 사춘기를 이해하는 데 핵심 열쇠는 ‘뇌의 변화’였다. 사춘기 아들이 물건을 잘 챙기지 못하고 주변 정리가 안 되는 이유는 성격이 산만해서가 아니라 뇌의 연결과 통합 과정이 미완성이기 때문이다. 신경 세포를 감싸 효율적으로 연결시켜 주는 수초화는 무려 30년 가까이 걸린다고 하니, 지금의 미숙함은 발달 과정의 일부일 뿐이었다. 여기에 뇌에서는 불필요한 회로를 정리하는 가지치기가 동시에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감정 기복이 심해지고 충동적 행동이 늘어나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수면 리듬 또한 완전히 달라진다. 멜라토닌이 성인보다 두 시간이나 늦게 분비되고 더 오래 머무르기 때문에 밤에 쉽게 잠들지 못하고 아침에는 도무지 깨워지지 않는다. 게으르거나 의지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생물학적 변화가 아이를 그렇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런 변화들이 한꺼번에 몰려오니 사춘기 시기는 아들과 부모 모두에게 ‘딥빡’의 시기가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혼란은 고장이나 문제의 신호가 아니라 어른이 되기 위한 리모델링 과정이다. 사춘기 아이들이 일부러 그러는 것이 아닌 뇌와 호르몬의 영향이라니, 비장해졌던 마음이 조금 누그러지고 오히려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p.54
페르소나(persona), 고대 그리스에서 배우들이 썼던 가면을 일컫는 말이에요. 정신 분석학에서는 자신의 본성과는 다른 가면을 의미하는데, 스위스의 정신 분석학자 칼 융이 제안한 개념이지요.
사춘기 아들은 자신의 페르소나를 만들어가는 중이에요.
p.59
여러 가지 페르소나를 학습하는 사춘기의 아들, 여러 가면이 있지만, 그중에서 아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면은 ‘친구’라는 페르소나예요. 자신의 마음을 또래 집단에 집중하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아들과의 관계를 보다 긍정적으로 맺고 싶다면 아들이 또래 집단을 어떻게 느끼고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어요.
p.125
누구나 다 힘이 셀 수도 없고, 누구나 다 싸움을 잘할 수도 없고, 누구나 다 안 하는 척하면서 공부를 잘할 수도 없으니까요. 이 지점에서 부모가 주목해야 할 것은 사춘기 아들이 남자 규칙 상자로부터 초연해질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일이에요.
“운동 좀 못하면 어때? 대신에 넌 다른 걸 잘하잖아?”
“공부는 엉덩이 무거운 사람이 잘하는 거야. 절대 머리로 하는 게 아니란다.”
“힘이 센 아이도 더 센 아이에게는 싸움에서 질 수밖에 없어.”
p.127
초등 고학년 시기부터 아들에게 많은 자유시간을 주는 것은 아들이 또래 집단과 강력하게 결속되도록 해주는 효과를 가져와요. 내 아들이 친구들과 잘 노는 것은 물론 좋은 일이지만, 또래 집단과 사춘기 남자아이들의 특성상 바른길을 가기보다는 일탈하는 아이들이 인기가 높을 가능성이 커요. 그래서 주말이라도 온종일 아이들끼리만 놀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요. 친구들과 노는 시간을 주더라도 2~3시간 정도 제한을 두고, 아이들까지 멀리 가는 일도 되도록 피하게끔 해주는 것이 좋아요.
p.159
초중고 통틀어서 중학교 시절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아들이 자칫 엉뚱한 길로 빠질 위험이 가장 큰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걱정과 안도 사이, 스스로 성장하고 있는 아이들
아이는 지난 2년 동안 친구를 집에 초대하거나 다른 집에 놀러 가는 일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시간이 지날수록 공룡을 좋아하는 취향 때문에 혹시 학교에서 혼자 지내지 않을까 걱정이 커지고 있었다. 그런데 4학년 후반이 되자 마음이 잘 맞는 친구 세 명이 생겼다며, 선생님 허락을 받고 자기들만의 단톡방을 만들었다고 했다. 걱정보다는 아이 스스로 학교 친구들과 잘 지내고 있어서 다행이라는 안도감이 먼저 들었다.
얼마 후 아이가 친구네 집에 놀러 가도 되냐고 물었을 때는 순간 망설임이 있었다. 내가 본 적도 없고 그 부모님을 알지도 못하는 친구 집에 아이를 보내는 일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내가 아이의 모든 친구를 직접 확인하고 그 부모님들과 매번 인연을 맺을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허락을 했지만, 혹여 남의 집에 폐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가시지 않았다. 그런데 두어 시간 뒤 아이는 친구들과 함께 집을 나와 편의점에서 간식을 먹고 각자 헤어지기로 했다며 전화가 왔다. 예상보다 훨씬 수월하고 건강한 흐름이었다.
일주일 뒤에는 아이의 친구가 우리 집에 놀러 오게 되었다. 처음엔 하루 종일 놀 줄 알았지만, 그 친구도 두 시간 정도 놀다가 “부모님께서 몇 시까지 오라고 하셨어요”라며 예의 바르게 인사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그 모습을 보며 아이들끼리의 시간도 알아서 균형 있게 흘러간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도 하고 다들 기특하기도 했다. 아이의 친구 관계와 자유시간이 무조건 방임이 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지나친 걱정이 필요한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배우게 되는 순간이었다.
p.173
내가 잘못하지 않은 일로도 누군가는 비난할 때가 있거든요. 사춘기의 또래 집단에는 바른길로 가거나 공부를 열심히 하는 친구를 못 봐주는 아이들도 있어요.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친구의 태도를 비아냥거릴 수도 있고, 공격적으로 말할 수도 있지요. 그럴 때 아들이 상대방의 공격적인 말을 분별할 수 있도록 가르쳐 줘야 해요. 단순한 비난의 말이라면 ‘웃기고 있네’라고 생각하면서 감정을 흘려버릴 수 있는 담대함을 키워야 하니까요.
p.184
말로는 사랑한다고 이야기하고 나서 아들이 잘못하는 모습을 보면 눈에서 레이저가 먼저 나가지 않는지, 그냥 이야기해도 되는데 냉랭하게 말하지는 않는지, 한 번만 혼내도 될 것을 몇 번이고 지속하면서 분위기를 험악하게 이끌지는 않는지, 아들 앞에서 너무 격하게 화를 내지는 않는지 등 일단 부모로서 우리의 모습을 점검하면 좋겠어요. 어른의 뒷모습을 아이가 그대로 배우니까요.
p.199
학창 시절의 공부는 입시로 향하는 과정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성실함을 기르는 도구예요. 그날그날 해야 할 과업을 성실하게 수행하는 태도와 마음가짐, 매일의 실행을 통해서 어른이 되었을 때 성실하고 꾸준하게 자기 일을 추진해 낼 수 있는 능력을 기르게 되는 것이지요.
p.231
성교육이라는 3글자를 떠올리면 왠지 거대한 담론 같고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에요. 그렇지만 가정에서의 성교육은 너무 거창한 것보다는 아주 사소한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도움이 돼요.
예상보다 일찍 찾아온 성교육의 순간
아이가 열 살이 되고부터는 사춘기와 성교육에 관한 책을 읽으며 조금씩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부모가 그렇듯, 나 또한 당장에 닥칠 일은 아니라는 막연한 마음 때문에 지난 1년을 마음속 숙제만 쌓아둔 채 지나왔다. 그러던 어느 날, 예상치 못했던 순간이 찾아왔다. 4학년이 된 아이가 좋아하는 공룡 책을 읽다가 “왜 공룡 수컷이 암컷 등에 올라타 있어요? 자손 번식을 하려면 무조건 올라타면 되는 건가요?” 하고 물어본 것이다. 공룡 생태 책에서 성교육의 첫 장이 열릴 줄이야. 순간적으로 당황했지만, 정자와 난자를 간단히 설명하며 일단 상황을 모면했다. 그리고 그날 밤, 이제는 정말 준비해야 하는구나 하고 생각하며 ‘푸른 아우성’등의 성교육기관을 알아 보았다.
책에서도 말하듯 성교육의 가장 좋은 시점은 아이가 먼저 질문을 던지는 순간이다. 아이가 궁금해하는 만큼만 아이가 받아들일 수 있는 만큼만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 너무 적어도 안 되지만 넘치게 알려서 아이를 놀라게 할 필요도 없다. 그렇게 마음을 다잡고 있었는데, 정말 생각보다 빠르게 다음 질문이 찾아왔다.
“엄마, 야동이 뭐야?”
순간, 시간과 공간이 멈춘 기분이었다. 4학년 아이의 입에서 나온 단어치고는 너무 충격적이었다. 이유를 물어보니 반 친구가 AI 교과서 학습기로 교실에서 쉬는 시간에 그걸 봤고 아이들이 그 친구를 놀렸다고 했다. 설명 이전에 충격이 먼저 왔지만, 아이가 이미 단어를 접한 이상, 제대로 알려줘야 했다.
“엄마한테 하루만 시간을 줄래? 이건 대충 설명하기 어렵기도 하고 그래서도 안되는 거라 엄마가 잘 준비해서 내일 꼭 설명해 줄게.”
다행히 아이는 흔쾌히 기다려주었다. 그리고 나는 그 하루 동안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생명 탄생 과정, 정자와 난자의 만남, 과학적인 배경지식 그리고 ‘EBS 호기심 딱지’ 같은 쉬운 영상부터 조금은 진지한 다큐멘터리 영상자료들까지 준비했다. 또한 올바른 성 인식과 잘못된 정보가 어떤 위험을 초래하는지 알려주는 신문 기사 속의 사례들까지. 작은 화이트보드를 꺼내 두 시간 동안 아이와 마주 앉아 질문과 답을 주고받고 그림을 그리며 설명했다. 중간에는 조금 난감한 질문도 있었지만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하나였다.
“성은 더럽거나 숨길 것이 아니라, 너 같은 소중한 생명이 태어나는 아주 귀한 과정이라는 걸 기억하자.” 또한 남녀의 2차 성징은 모두 자연스러운 호르몬의 변화이며 그것을 부끄러워할 필요도 없지만 타인에게 함부로 드러내서는 안 되는 이유도 함께 이야기했다. 마무리를 지으며 언제든지 궁금한 점이 생기면 엄마나 아빠 누구에게나 편하게 물어보라고 말했다. 그렇게 긴 대화를 끝내고 나니 입에서는 단내가 났지만, 마음 한편에는 큰 숙제를 마친 듯한 안도감이 밀려왔다. 아이의 사춘기와 성에 관한 질문은 생각보다 이르게 찾아왔고 그 순간을 피하지 않고 마주하는 건 생각보다 훨씬 큰 용기가 필요했다. 하지만 그 용기는 결국 아이와의 신뢰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첫걸음이 되었다.
#아들의사춘기 #사춘기아들 #아들육아 #초등아들 #사춘기준비
#사춘기교육 #부모교육 #육아서평 #이진혁작가 #아들의사춘기가두려운엄마들에게
#성교육시작 #성교육대화 #초등성교육 #또래관계 #초등4학년육아
#부모성장기록 #육아에세이 #엄마의공부 #뇌과학육아 #건강한사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