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조금씩 더, 완벽하게 사랑하는

완벽하게 사랑하는 너에게- 그림에다 심재원

by 레토

뻔하지만 이 말밖엔

완벽하고 싶지만, 아직은 완벽하지 않은 보통의 가족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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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하게 사랑하는 너에게』는 그림에다 심재원 작가님 가족의 일상을 기록한 감성 에세이다. 작가님은 육아휴직을 계기로 아이와 아내, 그리고 스스로를 새롭게 바라보게 되었다고 한다. 이 책은 부모가 되어가는 과정에서 겪는 어설픔과 기쁨, 두려움과 회복의 순간들을 조용하게 그려주었다. 가족이란 결국 서로를 완벽히 이해하지 못해도 사랑하려는 마음에서 비롯된다는 사실과 함께.


아이를 키우는 일이 때로는 벅차고 흔들리지만, 그 안에서 부모 역시 성장하고 단단해진다는 메시지가 책 전반에 스며 있다. 짧은 글과 잔잔한 그림은 하루의 끝에서 마음을 들여다보게 하였고, 잠든 아이의 손, 아내의 지친 눈빛, 가족이 함께 보내는 평범한 오후 등 지나쳐버리기 쉬운 작은 장면들에 다시 의미를 부여한다. 어느 한 지쳐있는 부모의 조용한 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위로가 되어줄 만한 책이다.


사실 이 책은 아이가 지금보다 어렸을 때 인스타그램에 아이와의 일상 추억을 남기던 시절, 피드에서 종종 보이던 그림에다 작가님의 그림들로 이루어진 에세이다. 아이의 나이대가 비슷해서인지 그때마다 참 공감이 많이 되었고, 나 역시 비슷한 하루를 지나고 있다는 위로를 받곤 했다. 최근 다시 마주한 그림에다 작가님의 피드에서 어느새 작가님 집의 아이도 훌쩍 자라 우리 집 아이처럼 사춘기를 준비하고 있었다.


단편적인 그림과 글만 보다가 문득 ‘작가님의 책이 있을까?’라는 마음에 검색을 해보았고 마침 이렇게 한 권의 책으로 만나게 되었다. 오랜 친구를 다시 만난 것처럼 반가웠다. 책 속에 담긴 작가님 집의 과거 에피소드들은 마치 우리 집의 지난날처럼 느껴졌고 짧은 시간 동안 타임머신을 타고 아이가 작았던 시절의 우리 집으로 다녀온 듯한 기분을 선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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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49

바다 생물을 즐겁게 먹기만 하던 내가 문어가 화나면 빨간색이 된다는 걸 알게 되고

곤충을 만지지도 못했던 내가 달팽이가 당근을 먹고 오렌지색 똥 싸는 걸 보고 있고

티라노사우르스도 겨우 외웠던 내가 스테고사우르스가 뇌가 작다며 춤을 추고

니모의 원래 이름엔 관심도 없던 내가 말미잘에서 산다는 것까지…

관심 없던 관심사들이 스멀스멀 나의 머릿속을 채워가는 게 언젠가부터 그리 싫지만은 않다.


p.66

스스로 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낳으면 저절로 큰다라는 말을 믿었다.

아이를 낳고 기르며 깨달았다. 스스로 크는 사람은 없다는 것을.

누군가의 수고과 눈물 없이는 스스로 자랄 수 없음을 내 아이를 보며 깨달았다.


아이를 통해 다시 쓰여진 나의 세계

아이를 키우며 달라지는 것 중에 예전에는 필요하지도, 알고 싶지도 않았던 것들이 어느 순간 내 일상 깊숙이 들어와 자리를 잡았다는 점이 있다. 바닷속 생물의 감정이나 작은 곤충의 습성, 공룡의 특징처럼 한때는 내 삶과 아무 상관 없던 정보들이 아이의 한마디, 아이의 호기심을 따라 자연스럽게 나의 세계로 흘러들어왔다. 처음에는 생소하고 낯설기만 했던 관심사들이 어느 순간 아이와 함께 웃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주제가 되어버렸다. 아이와 연결되기 위해 다시 배우고 알려고 애쓰는 과정 자체가 부모의 또 다른 성장처럼 느껴진다.


나도 부모가 되기 전엔 아이는 시간만 지나면 자연스럽게 자라는 존재라고 막연히 믿었던 시간들이 있었다. 하지만 함께 시간을 보내고, 늘 곁에서 지켜보고, 때로는 지치고 울컥하는 순간들을 지나며 아이는 혼자 크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누군가의 수고와 눈물 그리고 인내의 손길이 모여야 비로소 한 사람이 자란다는 걸 직접 느끼는 중이다. 밤새 열이 오르던 아이의 이마를 붙잡고 잠들지 못했던 날들, 이유도 모른 채 울음을 그치지 못하던 아이를 품에 안고 서성였던 부엌의 새벽 공기. 그 모든 작은 장면 하나하나가 아이를 자라게 했을 뿐 아니라 나 역시 부모로서 자라게 한 시간이었다.


아이의 관심사가 나의 관심사가 되고, 아이의 성장이 나의 성장으로 이어지는 이 과정이 결코 쉽지만은 않다. 그렇지만 참 따뜻하다. 언젠가 아이가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간 뒤에도 지금의 작은 순간들이 우리를 이끈 시간들이었다는 사실을 오래 기억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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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92

지금은 해 줘야 할 게 너무 많아 정신없고 지치지만 언젠간 해 줄 수 있는 게 너무 없어 이때가 그립겠지. 지금 해 줄 수 있을 때 많이 해 줄게.


그때는 힘들어도 지나고 나면 아쉬움이 남는 것 중에 하나가 육아 아닐까?

타임머신을 타고 다시 돌아가도 또 아쉬움이 남는다면 지금 행복하자.


p.94

요즘은 어디서든 무심결에 휴대폰을 보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이렇게나 맑은 가을 하늘을 뒤로 하고… 뭘 계속 확인할 게 있나 싶지만 나 역시 휴대폰을 보고 있다. 그러나 문득 사진첩을 열고 보게 된 아들과의 가을 나들이 사진들.


휴대폰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는 추억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먼 훗날이 마냥 멀리만 있을 것 같아도 벌써 아들은 다섯 살이 되었고 시간엔 더 가속도가 붙을 요량이다. 그렇게 빼곡히 담긴 아들과의 추억에 파묻혀 꽤 괜찮은 하루가 되어 집으로 돌아온다. 아빠가 더 많은 추억을 언제든 꺼내 볼 수 있게 천천히 크렴.


지나고 나면 그립고, 지금은 놓치기 쉬운 시간들

아이를 키우다 보면 지금 당장의 피곤함과 정신없음에 휩쓸릴 때가 정말 많다. 시간이 지나 돌아보면 그 모든 순간이 너무 빨리 흘러가 버렸다는 아쉬움이 남지만 그 순간에는 어쩔 수 없이 몰아치던 피곤함과 이어 찾아오는 후회는 무한루틴을 돌고 있다. 육아란 원래 그 시절엔 버겁고 지나고 나면 그리운 것들의 연속인지도 모르겠다. 당장은 내가 해 줘야 하는 것들이 너무 많아 지치던 날들은 어느 순간 해 줄 수 있는 게 점점 줄어드는 순간으로 변해갈 것이다. 그래서 결국 지금 할 수 있을 때 더 많이 품어주고 더 많이 함께 머물며 소중한 추억을 남겨야 한다.


책을 읽다 어느 날 친구가 물어본 질문 하나가 기억났다. 애 키워보니 언제 제일 귀엽고 이뻐? 아이가 초등학교 2학년 때, 친구의 질문이었다. 3살에서 6살? 그때가 제일 귀엽고 이쁜 것 같다고 대답했다. 지인의 아이가 4살이었기에 그때가 제일 예쁘고 귀엽고 사랑스러우니 있는 힘껏 안아주고 추억도 많이 만들라고 조언해 주었다. 그때 그리고 이런 말을 덧붙였다. 그런데 초등학교 2학년이 되었었어도 지금도 귀엽긴 해.


그랬던 아이가 이제 초등학교 5학년을 바라보고 있다. 명실상부 고학년. 사춘기를 운운하는 나이. 그러나 내 눈에는 아직, 그때보다 귀여우면 비정상이다. 하지만 아직 귀엽다. 웃긴 표정과 개구진 행동, 과장된 개그 또는 작은 놀림과 장난에 토라지는 모습까지 아직 귀엽고 사랑스럽다. 그러니까 내일은 절대 잔소리하지 말고 이제 통하지도 않는 방울뱀 소리 같은 건 내지도 말고 꼭 웃으며 잘해 주리라 또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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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85

쉬고 싶지만, 아들과의 주말 일과가 시작되었거나 피곤하지만, 청소의 빨래에 바로 잘 수가 없다거나… 하지만 좀 살아 보니 알겠는 건 그냥 하루 세 끼를 함께 챙겨 먹는 주말이 있다는 게 그렇게 평범하게 사는 것도 쉬운 게 아니라는 것.


시간이 지나면서 더 견고해지는 건 그것을 지키기 위한 마음. 그런 마음을 다지며 해가 지기 전에 평범한 상자 속으로 다시 들어간다.


p.221

함께 퇴근하는 길 유치원에서 전화가 왔다. 아내는 갑자기 초초해진다.

왜? 또? 무슨 일이지? 혹시 아이가 다쳤나? 친구를 다치게 했나? 준비물을 안 챙겨간 게 있었나? “별일 아닐거야.” 내 말은 들은 체 만 체 통화 버튼을 누른다.

“어머니 유치원인데요…”상담 일자를 잡자는 전화였다. 오늘은 아내가 좋아하는 떡볶이를 먹고 들어가야겠다.


평범한 하루가 가장 큰 선물이 되는 날들

아이를 키우며 맞는 주말은 늘 비슷했다. 몸은 쉬고 싶은데 아이와 함께하는 일정이 시작되고 피곤해 눕고 싶어도 집안일은 쌓여간다. 예전에는 이런 평범한 주말이 그저 당연한 일상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가족이 함께 식사를 챙겨 먹고 같은 공간에서 무탈하게 일상을 같이 보내는 주말은 어찌 보면 참 귀한 시간이다. 평범하게 산다는 것은 은근히 어려운 일이고 그 평범함을 지키기 위해선 마음의 결심과 노력도 필요하다.


작가님의 아내처럼 내게도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걸려 오는 전화 한 통은 그 순간의 공기를 단번에 바꿔놓는다. 전화 벨소리가 울리면 먼저 떠오르는 건 일단 걱정이다. 아이가 어디 아픈가? 다쳐서 전화가 오는 걸까? 아니면 친구와 무슨 일이 있었나? 놀라는 마음은 늘 비슷한 순서로 찾아온다. 알고 보면 별일 아닌 경우도 많지만, 그 순간만큼은 심장이 먼저 반응한다.


이런 반응들은 언제까지 이어질까? 어쩌면 오래갈지도 모른다. TV에서 어떤 어머니가 군대 보낸 뒤에도 군대에서 전화 오면 가슴이 철렁한다고 말하던 장면이 떠오른다. 자식이 몇 살이든, 어디에 있든, 부모의 마음은 늘 앞서서 걱정하게 된다. 부모의 숙명일지도 모르겠다. 별일 없었던 오늘 하루가 사실은 얼마나 큰 선물인지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매일 까먹고 또 깨닫고를 반복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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