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에서 배우는 삶의 기본

이토록 아이들이 반짝이는 순간 - 안나진

by 레토

어른들은 모르는 알콩달콩 교실 속 이야기


“사소해서 더 빛나는 따뜻한 교실, 교실이 키운 아이들의 꿈이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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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아이들이 반짝이는 순간』은 23년 차 초등교사 안나진 작가가 교실에서 만난 아이들과의 기록이 담겨 있다. 뉴스 속 학교는 늘 사건과 갈등으로 가득하지만 이 책은 그 이면에서 조용히 자라고 있는 아이들의 마음과 웃음을 보여준다. 받아쓰기 한 줄에도 설렘을 담고 마니또 놀이에 진심이 되고 작은 칭찬 하나에 하루가 달라지는 아이들.


저자는 그런 순간들을 놓치지 않고 정성스럽게 기록했다.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 평범한 하루 속 장면들이기에 더 마음에 남는다. 교실은 단지 공부하는 공간이 아니라 관계를 배우고 스스로를 발견하는 삶의 연습장이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에게도 교실에 서 있는 교사에게도 그리고 한때 아이였던 어른에게도 따뜻한 위로가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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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66

어젯밤 제보가 있었다. 우리 반 한 아이가 핸드폰 문자로 친구에게 욕설이 담긴 나쁜 말을 보냈다는 것이다. 나쁜 말 문자를 받은 아이의 어머니께서 아이 핸드폰을 충전해 주다 우연히 이 대화 장면을 발견하시고 사진으로 캡쳐하여 보내주셨다.


p.70

어제 제보 속 아이 포함 네 명의 아이들이 휴대전화와 관련된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고 친구에게 사과했다. 사과할 일이 없다는 아이들도 있었다. 물론 그런 아름다운 아이들도 있다. 그런 아이들에겐 배움 공책에 포스트잇을 붙여놓고 필요할 때 사용하라고 안내했다.


사과를 한다는 것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일이다.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는 일은 용기가 필요하다. 그러므로 어린이에게는 이렇게 ‘사과’에도 멍석을 깔아주고 연습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일 년 내내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쓸 수 있도록 교실 한 쪽에 사과 포스트잇 보관 장소를 만들었다. 작은 포스트잇 하나가 용기 있게 사과하고 제대로 사과받는, 마음이 건강한 어린이로 자라는 데 일조하는 귀한 아이템이 되어줄 것 같다.


‘사과’는 배우고 연습해야 할 행동이다

스마트폰이 아이들의 문화로 들어오면서 과거에는 없던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비대면을 통해 오가는 말들, 얼굴을 보지 않기에 더 쉽게 던져지는 말들. 실제로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서도 단체 채팅방을 만들지 말라는 공문이 내려온 적이 있다. 하지만 5~6학년쯤 되면 그런 안내는 아이들 귀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선생님들이 어떻게 알아?”, “우리가 잘 쓰면 되는 거지.” 처음엔 그 말이 맞는 것처럼 들린다. 문제없이 사용하면 될 일처럼 보이지만 결국 그 공간 안에서는 누군가를 웃게 하는 말과 함께, 누군가를 다치게 하는 말도 함께 오간다.


『이토록 아이들이 반짝이는 순간』 속 한 장면도 이 지점이 드러난다. 욕설이 담긴 메시지가 오간 뒤, 선생님은 아이들을 혼내는 대신 ‘사과를 연습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다. 사과는 당연한 예절 그 이상으로 용기를 가지고 배우고 연습해야 할 행동이라는 사실을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알려준다. 그래서 교실 한편에 ‘사과 포스트잇’을 붙여 두고 필요할 때 꺼내 쓰게 한다. 잘못을 감추는 대신 인정하고 회복하는 연습을 하도록.


우리는 아이들에게 상처 주지 말라고는 가르치지만, 상처를 줬을 때 어떻게 회복해야 하는지는 잘 가르치지 않는다. 사과하면 혼나는 일이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좋은 관계를 회복하고 지키는 기술이라는 것을 어른인 우리가 먼저 보여주면 좋을 것 같다. 교실이 그런 연습이 가능한 공간이라면 아이들은 분명 더 단단한 마음으로 자라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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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27

개인적으로 조용한 성향의 아이가 있을 수는 있지만, 교실이라는 공간에서 늘 혼자 있고 싶은 사람은 없다. 하지만 친구 관계는 교사도, 부모도 개입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아이들은 누구나 자신의 가치관이나 취향을 고려하여 친구를 선택할 자유가 있다. 이러한 자율성을 침해하며 친구 간의 관계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는 교사나 부모의 시도는 거부감이 들 수도 있다. 그리고 친구 관계는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훨씬 복잡한 여러 가지 상황을 포함하고 있기에 외부에서 조절하기란 쉽지 않다.


p.128

친구 간의 관계 형성에 도움이 되는 활동이 있다. 수호천사 혹은 비밀 친구라는 이름으로 1학년 통합 교과서에도 나오는 마니또 활동이다.


p.132

2주간의 짧은 시간이라도 한 명의 친구를 집중해서 관찰하고 배려하는 경험은 타인에 대한 이해심을 길러 주고 공감 능력을 높여준다. 반대로 친구에게 존중받고 배려받은 경험 역시 자기 자신을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교우관계에 자신감을 갖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마니또, 누군가의 하루를 응원해 보는 연습

마니또. 학창 시절에 한 번쯤은 해봤던 활동이다. 나 역시 어릴 적 누군가의 비밀 친구가 되어 책상을 정리해 주고 몰래 쪽지를 남기며 하루를 응원하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아이가 저학년 때 학교에서 마니또 활동을 했다. “내가 잘해줘야 할 친구는 누구누구인데 나를 마니또로 뽑은 친구는 누굴까?”라며 궁금해하던 아이의 표정이 아직도 선하다. 무엇을 도와주면 좋겠느냐고 들키지 않게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진지하게 고민하던 모습 속에서 나의 어린 시절도 겹쳐 보였다.


이제와 돌이켜보니 마니또 활동은 단순한 놀이가 아니었다. 누군가를 기쁘게 하기 위해 하루를 관찰하고 말 한마디와 행동 하나를 조심스레 고르는 경험. 들키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 속에서 자연스럽게 배려와 절제가 따라왔다. 이상하게도 그 과정은 ‘받는 기쁨’보다 ‘주는 기쁨’을 더 크게 느끼게 했다. 누군가의 하루가 조금 나아졌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꽤 오래 따뜻해졌던 기억이 난다.


마니또 활동의 의미는 친구를 억지로 사귀게 하거나 관계를 조정하려 들지 않고 한 사람을 존중하며 바라보는 연습을 하게 만드는 것에 있다. 누군가에게 배려받는 경험은 자기 자신을 긍정하게 만들고 타인을 향한 이해의 폭을 넓혀 줄 것이다. 교실은 그렇게 관계를 배우는 공간이 된다. 누군가를 조용히 응원해 본 기억 하나가 아이의 마음을 단단하게 키워줄 수 있다면 마니또는 그 자체로 충분히 의미 있는 수업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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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69

TV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록>에서 초등학교 교사 옥효진 선생님이 나오는 편을 보게 되었다. 학급을 하나의 나라로 명명하고 그에 필요한 헌법을 제정한 뒤, 화폐 제도를 도입하여 저축 상품도 판매하고 심지어 선생님의 몸무게를 가지고 주식도 연습해 보는 학급경영의 새로운 세상이었다.


5학년 아이들이 수학보다 더 싫어하는 과목이 사회이다. 왜냐? 5학년 사회 교과 내용이 아이들의 흥미를 끌기에는 어려운 주제들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1단원은 우리 국토에 이어 2단원은 인권과 법이다. 각종 자료를 끌어모아 일말의 흥미라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여 어렵사리 1단원 학습을 끝낸 지금, 이제 선택해야 한다.


사회는 암기과목이 아니라, 삶의 가치관을 만들어가는 기초다.

4학년이 되면 수포자가 생기고, 5학년이 되면 역포자가 생기기 시작한다는 말은 익히 들어왔다. 특히 5학년 사회는 아이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과목 중 하나다. 2학기에는 구석기 시대부터 현대사까지 몇 달 만에 훑듯 지나가야 하니 버거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토록 아이들이 반짝이는 순간』을 읽으며 처음 알게 된 사실 하나가 있다. 5학년 1학기 사회 또한 결코 만만하지 않다는 점. ‘우리 국토’, ‘인권과 법’이라는 주제는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삶의 기준과 가치관을 다루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나 역시 학창 시절 사회를 암기과목이라 여기며 지나왔다. 용어를 외우고 문제를 풀면 끝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어른이 되고 보니 사회라는 과목은 암기로 완성되는 과목이 아니라 삶을 이해하는 언어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법과 경제는 어릴 때 형성된 인식이 평생의 기준이 되기도 한다. 그저 외우는 공부로 끝나 버리면 결국 어른이 되어 다시 처음부터 제대로 마주하고 배워야 하는 영역이 되고 만다.


책 속에서 소개된 옥효진 선생님의 수업이 인상 깊었다. 교실을 하나의 사회로 만들고 헌법과 화폐, 규칙을 아이들 스스로 경험하게 하는 방식. 사회를 ‘공부’가 아닌 ‘살아보는 것’으로 가르친다는 점이 너무 좋았다. 아이들이 어렵다고 느끼는 이유는 내용이 어려워서라기보다 크게 삶과 연결되지 않는다는 느낌 때문이 아닐까? 이번 방학에는 아이와 함께 <유 퀴즈 온 더 블록> 속 옥효진 선생님 편을 찾아서 같이 보고 사회와 경제를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책들도 함께 읽어봐야겠다. 정답을 외우기보다 질문을 나누고 제도를 이해하기보다 의미를 생각해 보는 시간. 그 시간이 아이에게는 사회를 두려워하지 않게 해주는 작은 출발점이 되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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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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