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 교육이 직면한 현실

인공지능이 가르칠 수 있다는 착각- 김성우/김재인/김현수/천경호

by 레토

AI시대, 교육의 가치와 교사의 역할을 다시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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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주관적인 느낌일 뿐이지만, 나는 2025년 초중반을 기점으로 AI 시대가 갑작스럽게 우리 사회로 깊숙이 침투한 느낌을 받았다. 직장 생활을 하는 사람들 중에는 그보다 훨씬 이전부터 이미 AI를 능숙하게 활용해 온 이들도 많았을 것이다. 가정주부인 내 귀에 ‘챗GPT’라는 단어가 들리기 시작한 것은 2024년 말이었다. 가족 모임에서 대학에 다니는 조카의 책장에 꽂혀 있던 챗GPT 관련 책을 보게 되었고, 게임 개발 회사에 다니는 또 다른 조카로부터 회사 사람들 대부분이 이미 챗GPT를 사용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야기를 들었을 때, 일상생활을 하며 내가 이용할 수 있는 부분은 뭐가 있을까? 생각해 보았지만, 선뜻 떠오르는 답은 없었다. 나와는 아직 거리가 있는 세계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2025년이 되자 상황은 급격히 달라졌다. 챗GPT는 뉴스와 방송 곳곳에서 쉽게 언급되기 시작했고, ‘할루시네이션’ 같은 용어도 일상적인 대화 속에 오르내렸다. 더 이상 특정 업계의 도구가 아니라 사회 전반의 화두가 된 것이다.


그리고 이제 이 기술은 학교 교육, 교실 안까지 깊숙이 들어와 있다. 인공지능이 교육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아이들의 배움은 어떻게 달라질지, 그리고 우리는 이를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생겨났다. 이 질문의 끝에서 『인공지능이 가르칠 수 있다는 착각』이라는 책을 만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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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과 학교라는 시스템

p.36

이 문제가 인공지능 디지털 교과서 AIDT(Artificial Intelligence Digital Textbook)로도 이어집니다. AIDT 청문회를 본 적이 있는데, AIDT의 교육적인 효과보다 많은 사람의 경험담과 사용 후기를 이야기하더군요. AIDT가 문제 풀이를 계속 반복해서 문제를 틀리지 않는 아이로 훈련시키는 기술로 논의 되었죠. 실제로 교육적인 의미를 별로 갖지 못하는 단계에 머물고 있어요.


p.38

저는 전자책은 책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이북 e-book이라고 부르기 때문에 전자책도 책인 것처럼 보이지만, 여러 가지 면에서 실제로 책이라고 하기 어려워요. 그 이유를 조금 길게 설명해 보겠습니다.

어떤 기술은 이미 완성된 기술이에요. 앞으로 더 발전할 여지가 없죠. 가령 바퀴, 의자, 숟가락, 가위, 망치 등은 기능과 디자인이 극히 효율적이어서 보태거나 뺄 것이 없죠? 종이책도 이처럼 구체화된 종이책이 수행하는 인지적인 기능이 커졌습니다.


p.40

종이책에는 이 장소성이 있습니다. 책을 펼치면 왼쪽, 오른쪽 페이지도 있고 위아래 지점도 있지요. 또 두께도 있어서 우리는 종이책을 볼 때 글자를 서로 다른 장소로 기억해요.

또 해마 주변의 격자 세포는 장소와 장소 간의 관계와 관련된 세포에요.

그런데 전자책에는 이런 장소성이 없습니다. 전자책에 들어있는 콘텐츠는 종이책과 같겠지만, 전자책은 평평하지요.

그래서 읽으면 잘 이해되는 것처럼 착각할 수 있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p.42

우리는 챗GPT가 알려진 후 지금까지 오랫동안 착각을 했어요. 새롭고 놀라운 기술이 나왔으니, 뭔가 교육적으로 쓸모가 있지 않을까 하고요. 기술에 압도당한 거죠.


저는 글쓰기를 ‘생각의 근력을 훈련하는 과정’ 또는 ‘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과정’이라고 규정합니다. 몸의 근육을 키우려면 운동을 해야 하듯이 생각의 근력을 키우려면 글을 써야 합니다. 글쓰기는 직접 해야 하는 실전이에요. 한 번 글을 쓸 때마다 생각의 근육이 길러져요.


교실에 들어온 AI, 교과서가 되었다.

아이가 다니는 학교가 AI 디지털 교과서 시범학교로 선정되면서 작년 한 해 동안 수학과 영어 수업은 AI 교과서를 책상 위에 올려두고 진행되었다. 모든 아이에게는 개인용 PC가 지급되었고 평소에는 전용 충전 거치대에 보관하다가 수업 시간이 되면 꺼내어 사용하는 방식이다.

가을이 되어 교육과정 성과 발표회가 열렸고, 나는 처음으로 AI 교과서가 실제 교실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교실 관리의 어려움이었다. 한 명의 선생님께서 모든 아이가 정해진 화면에서 제대로 수업에 참여하고 있는지를 동시에 확인하기란 쉽지 않아 보였다. 다른 창을 켜서 수업과 무관한 행동을 한다 해도, 이를 즉각적으로 알아차리기 어려운 환경이었다.

기술적인 문제도 들려왔다. 터치 오류로 인해 형성평가 과정에서 답이 제대로 입력되지 않거나 시스템 문제로 학습 흐름이 끊기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는 이야기였다. 물론 아직은 시범 단계이니 일정 부분 감수해야 할 문제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종이 교과서를 통한 기존 학습 방식과 비교했을 때 장점보다 단점이 더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기술이 더해지면서 수업이 더 깊어졌는지, 아이들이 더 잘 이해하고 있는지는 선뜻 확신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과연 AI 교과서를 굳이 써야 하는지에 관한 의문을 벗어나기 어려웠다. 기술의 완성도를 떠나 현장에 계신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중심이 되는 학교 수업에서 무엇이 우선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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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부작용에서 아이들을 지키려면

p.57

“현존하는 기술 대부분은 어린이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p.81

아이 키워주는 비디오가 나왔던 적이 있어요. 그 비디오 앞에 아이를 앉혀 놓으면 아이가 비디오를 보고 말도 배우고 다 따라 한다는 거죠. 그렇게 했더니 아이가 잘 컸을까요? ‘비디오 증후군’이라는 병명만 남겼습니다. 텔레비전이나 비디오를 과도하게 시청하면 유사 발달장애, 유사 자폐와 같은 증세를 보이는 정신 질환입니다.

p.95

AIDT와 관련해서 우리나라는 트렌드에서 조금 벗어난 상태예요. 현재 AIDT는 폐기 수순에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거꾸로 확산하려고 하고 있죠. 외국 사람들이 볼 때는 저 나라는 뭐 특별한 게 있어서 그러나 싶기도 할 거예요. 사실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공지능 툴이 하나도 없어요. 중국의 딥시크처럼 갑자기 뭔가 나타날지도 모르지만, 현재까지는 없어요. 그런데도 왜 인지 AIDT만큼은 확산하려는 움직임이 커요.

p.103

막상 종이 없이 디지털로 교육을 해 보니, 아이들이 지식과 기억을 스스로 활용하는 것이 안 되는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눈으로만 화면을 보면 진도가 나간 느낌은 들지만, 그냥 느낌일 뿐 실제로 머릿속에 남은 것이 별로 없었어요. 아이들이 공부한 것이 장기 기억으로 넘어가지 않은 거예요. 손으로 쓰고 몸으로 익히고 실제로 경험하는 것이 그만큼 중요해요.


p.108

이미 성인이 된 사람들과 아직 발달 중인 아이들은 다르게 접근해야 합니다. 어른들의 학습에는 인공지능이 유용한 측면이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달라요. 그 차이에 대해 어른들이 더 많이 인식해야 합니다.


교실 속 디지털 교과서의 현실은 어떨까?

종이책과 전자책을 둘러싼 논란은 이제 교과서의 문제로까지 연장되었다. 나는 전자책을 선호하지 않는 편이다. 손으로 종이 한 장 한 장을 넘길 때의 감각과 책장이 넘어갈 때 나는 소리가 좋다. 전자책을 사용해 본 적도 있지만 종이책 특유의 냄새와 촉감 그리고 그 여러 감각들을 전자책이 대신해 주지는 못했다.


그래서인지 작은 불안함이 없지 않다. 지금 내가 사랑하고 좋아하는 이 종이책이 혹시 머지않아 세상에서 사라지는 것은 아닐까. 할머니가 되어서도 종이책을 읽고 싶은데 그때가 되면 전자책만 출판되고 종이책은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지는 않을까? 책을 출판하는 출판사 사장님고 아닌, 그저 책을 즐겨 읽는 한 명의 독자일 뿐이면서 하지 않아도 될 유별난 걱정도 하곤 한다.


그렇다면 지금 아이들은 어떨까? 옆에 앉아 책을 보고 있던 아이에게 조심스레 물어보았다. 네가 겪은 디지털 교과서는 어땠느냐고. 아이는 기다렸다는 듯, 그동안 쌓아두었던 불만 가득한 에피소드를 쏟아냈다. 일 년 동안 경험한 디지털 교과서가 그다지 좋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아이의 말에 따르면, 수학 익힘책을 풀다가 두 번 정도 틀리면 디지털 교과서가 바로 답을 알려준다고 했다. 답을 알려준 뒤 다시 풀어보라고 하고 그렇게 하면 그 문제는 ‘맞은 문제’로 표시되며 그대로 넘어간다는 것이다. 스스로 생각해 보고 고민할 시간이 부족한 채 말이다.


반 친구들 역시 비슷한 생각이라고 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우리가 공부하기 싫어하긴 하지만, 그래도 이건 아닌 것 같다”라는 말을 했고, 이 문제에 관해 담임 선생님과도 다 함께 대화한 적이 있다고 했다. 이야기를 들으며 아이들이 이미 무엇이 배움이고 무엇이 요령인지를 본능적으로 구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기술이 발전했다고 무작정 교육이 따라가는 것은 좀 아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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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은 리터러시 생태계와 교육을 어떻게 바꿀까?

p.133

2011년 7월 과학 학술지 《사이언스》에 실린, 구글이 기억에 미치는 영향과 인지적 결과를 연구한 논문이 화제와 논란을 불러일으켰죠. 그 논문의 핵심 메시지는 한마디로 ‘교환적 기억’이라는 것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아이들은 가끔 “엄마, 책가방 못 봤어?” “아빠, 안경 못 봤어?” “할머니, 내 노트 어디에 있어?”라고 하면서 물건을 찾지요. 자기 물건을 찾는 일인데 어른들에게 ‘외주’를 줘요. 그런 요청을 받아 줄수록 아이는 찾아 주는 사람들에게 더 의존하게 됩니다. 물건을 어디 두었는지는 기억하지 못하고, 그걸 누가 찾아 줄 수 있는지만 기억하는 셈입니다.


p.135

‘구글 이펙트’, 즉 내용은 기억하지 못하고 어떻게 찾느냐는 기억하는 것과 생성형 인공지능의 효과는 같은 무게를 지니고 있을까요? 우리가 네이버나 구글 검색을 받아들였던 것처럼, 생성형 인공지능으로 인해 벌어지는 변화를 그대로 받아들이면 될까요?


p.203

저는 알고리즘이라는 단어를 들을 때마다 ‘공장식 축산’ 같은 개념이 떠올라요. 단일한 방식으로 소나 돼지, 닭을 키우는 것 말이에요. 요즘 사람들은 대다수가 알고리즘에 둘러싸여 있어요. 그러면 자신의 관심사가 아닌 다른 목소리를 듣기 어려운데 그걸 알아차리지 못해요. 아무도 묻지 않거든요. 그래서 공장식 축산처럼 생각의 종류가 줄어들고 단일화되는 느낌이 듭니다.


친절한 알고리즘과 좁아지는 시야를 막아줄 교육이 필요하다.

유튜브 중독이라는 말도 이제 좀 오래된 기분이다. 이제 쇼츠 중독, 틱톡 중독 이런 단어가 더 흔해졌다. 그만큼 콘텐츠가 더 짧아지고 더 강렬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이 중독을 이끄는 '알고리즘'은 내가 검색한 관심사를 중심으로, 거미줄처럼 연결된 하나의 망을 만들어 나에게 끊임없이 새로운 콘텐츠를 제공한다.

겉으로 보면 이는 매우 친절한 시스템이다. 내가 좋아할 만한 것, 오래 머물 가능성이 높은 것들을 정확히 골라 보여준다. 하지만 그 친절함 뒤로 불편한 진실이 숨어 있다. 알고리즘은 내가 관심을 두지 않았던 세계, 아직 알지 못했던 분야에 대해서는 점점 눈과 귀를 닫아버린다. 깊고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대신, 시야를 넓히는 기회는 조용히 사라진다.

문제는 이 과정이 너무 자연스럽게 진행된다는 점이다. 무엇이 걸러지고 무엇이 선택되었는지 우리는 거의 인식하지 못한다. 보고 있는 것이 전부라고 착각하게 되고, 다른 관점이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떠올리지 않게 된다. 알고리즘에 둘러싸인 채 살아가게 되면 생각의 폭이 점점 좁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감지하기란 쉽지 않다.


만약 아이들이 아주 이른 시기부터 알고리즘이 설계한 세계 속에서만 읽고 보고 생각하게 된다면 어떤 모습으로 자라게 될까? 다양한 목소리를 만나는 대신, 이미 취향에 맞게 정리된 답을 받아들이는 데 익숙해지지는 않을까? 그래서 더더욱 학교와 교육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알고리즘이 대신 선택해 주는 세계가 아니라 스스로 선택하고 의심해 볼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것. 익숙한 것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묻도록 도와주는 것. 기술이 점점 더 정교해질수록 교육은 그 기술 바깥을 바라볼 수 있는 창을 아이들에게 열어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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