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이 실패가 되지 않게 – 이소연
반드시 결과를 내는 탁월한 실행의 기술
『계획이 실패가 되지 않게』는 계획을 세우는 법과 함께 왜 늘 우리가 계획 앞에서 무너지는지를 다루는 책이다. 작심삼일을 반복하는 이유를 의지 부족이나 나태함으로 돌리지 않고 애초에 우리의 계획이 삶의 리듬과 맞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글로벌 IT 기업에서의 경험과 개인적인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목표를 실행으로 이어지게 만드는 도구로 ‘OKR’을 소개한다.
이 책은 계획을 거창하게 세우지 말라고 말하기 때문에 인상적이었다. 대신 지금의 나를 정확히 이해하고 감당할 수 있는 크기로 목표를 쪼개며 실패하더라도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구조를 만들라고 조언한다. 계획은 완벽함을 증명하는 수단이 아니라 방향을 잃지 않게 돕는 장치라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무언가를 바꾸고 싶지만, 늘 중간에서 멈춰버렸던 사람이나 계획 앞에서 자주 자책하던 사람이라면 이 책을 통해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현실적인 기준을 건네받을 수 있을 것이다.
p.19
이것이 바로 이 책에서 소개할 OKR Objective and Key Result 목표와 핵심 결과 O의 부분, 즉 목표이다. 목표를 언제든지 머릿속에 떠올릴 수 있는 명확하고 구체적인 이미지로 구축해 둔다면 자연스럽게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을 택하게 되고, 실행 과정에서 동기가 부여된 상태를 오래 유지할 수 있다.
p.20
인텔에서 고안하고 구글이 본격적으로 도입했던 목표 달성법, OKR의 개념은 꽤나 직관적이었다. O는 목표 Objective를 뜻하고, KR Key Result은 핵심 결과를 말하는데, O가 좀 더 근본적으로 질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궁극적인 꿈이라면, KR은 그 목표의 성공을 판정하기 위해 사용하는 수량화된 기준이다. 놀랍도록 간단한 개념이었지만 막상 그 자리에서 자신의 OKR을 설정해보라고 하자 어떻게 해야 하는지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았다.
p.22
“멋진 수영인이 되자!”라는 O를 설정하고, 다음과 같은 세 가지 KR을 설정해 보았다.
KR1 자유형 500미터 10분 안에 주파하기
KR2 접영 연습 50킬로미터
KR3 수영장 100번 가기
p.70
최건강씨의 목표는 ‘건강한 삶을 되찾는 것’이었지만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핵심 결과를 세우지 않았다. 그로 인하여 몸무게가 일시적으로 줄었다는 사실만으로 잘 해오던 건강 관리를 한순간에 놓아버린 것이다.
KR1 한 달에 총 50킬로미터 걷거나 뛰기
KR2 매일 야채와 과일을 350그램 이상 먹기
KR3 건강 검진 결과 ‘정상’소견 받기
‘리셋’이 가능한 새해, ‘OKR’을 써보자
새해가 되면 사람들은 해가 뜨는 방향을 바라본다. 차가운 공기를 마시며 떠오르는 첫 해를 보면서 지나간 한 해는 내려놓고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시작해 보겠다고 다짐한다. 매년 반복되는 장면이지만 그럼에도 새해가 특별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아마도 ‘리셋’이라는 장치가 주는 묘한 설렘 때문일 것이다. 무엇이든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 아직 아무것도 실패하지 않았다는 안도감. 그래서 새해는 늘 목표를 세우기에 가장 좋은 시간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365일이 지나 다시 새해가 되었을 때, 처음 세웠던 목표를 끝까지 기억하고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그리고 그 목표를 이뤘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또 얼마나 될까? 우리는 늘 의지가 부족해서 실패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목표를 너무 막연하게 세워왔을 수 있다.
책에서 말하는 ‘OKR’은 목표는 단순한 바람이 아니라, 머릿속에 선명하게 그려질 수 있는 이미지여야 하고 그에 도달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기준이 함께 있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목표가 구체적일수록 우리는 방향을 잃지 않고 중간에 흔들려도 다시 돌아올 수 있다. 그러나 계획이 나를 몰아붙이는 채찍이 아니라 길을 잃지 않게 해주는 이정표라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새해의 다짐이 매번 흐지부지되었다면 이제는 더 현실적으로 세워야 할 때가 온 것이다.
p.77
완벽은 실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머릿속에 존재하는 이상적인 상태이다. 이상과 현실 사이에는 괴리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나의 능력과 한계를 있는 그대로 직시해야 정확한 견적을 낼 수 있다. 그래야 올바른 계획을 세울 수 있어 성공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현실을 포옹하고 작은 실패에 흔들리지 않는 것, 그러한 태도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원동력이 된다.
p.102
꼭 해야 하는 일이지만 지금까지 미뤄왔던 일, 언젠가 해보려고 생각만 하고 있었던 일, 꿈은 거창하지만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손을 대지 못하고 있었던 일이 있다면 먼저 그 일을 하고 싶은 궁극적인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
그 목표를 성공적으로 실현하고 난 다음 1년 후, 3년 후, 5년 후의 나의 모습은 어떨지 구체적으로 떠올리며 그림을 그려본다면 내가 그 일을 하고 싶은 진짜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이다.
p.166
하지만 매일 언제 어떻게 행동하여 이 핵심 결과를 달성할 것인지 미리 머릿속에 그려둘 필요는 있다. 매일 30분씩 산책하기로 다짐했다면, 몇 시에 집을 나가 어떤 속도로 어떤 코스를 걷고 돌아올 것인지에 대해서도 짧게라도 좋으니 미리 실행 계획을 적어두자. 가능한 한 하루 단위로 할 일을 쪼개 두어야 실천을 시작하는 첫날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하는 일을 방지할 수 있다.
p.170
한때 김연아 선수의 한마디가 화제가 됐다. 준비 운동을 하는 그에게 “무슨 생각을 하면서 하세요?”라고 묻자 돌아온 덤덤한 대답이 사람들의 허를 찌른 것이다. “무슨 생각을 해… 그냥 하는 거지.” 세계 챔피언인 김연아 선수라면 뭔가 대단한 투자를 불태우며 훈련에 임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그냥’하고 있는 거였다니. 허무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 대답은 우리에게 진실을 보여준다.
성공한 사람들의 인터뷰를 들어보면, 많은 이들이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운동을 하거나 뉴스를 읽으며 아침을 먹는다고 말한다. 이들은 규칙적이고 자동적으로 수행하는 일과의 중요성을 잘 이해하고 있어 반복의 원리를 자신의 일상에서 활용할 줄 아는 사람들이다. 무슨 생각을 하지 않아도 매일 스트레칭을 하는 김연아 선수처럼 말이다.
p.202
그런데 여기서 왜 갑자기 복리의 중요성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을까? 그 이유는 복리의 원리가 자산 관리뿐만이 아니라, 인생을 살며 장기간에 걸쳐 노력을 하고 성취를 차곡차곡 쌓아가는 과정에도 적용되기 때문이다.
p.205
노력도 마찬가지이다. 영어 공부를 하기로 다짐한 뒤 며칠 안에 참고서 한 권을 다 끝내겠다고 마음먹는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의욕이 고갈되어 금세 영어 공부를 놓아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2페이지만 공부해야지’라고 마음먹고 책상에 앉으면 심적인 부담이 덜할뿐더러, 일단 시작을 하고 보면 속도가 붙어 처음에 목표했던 것보다 더 많은 양을 끝마치게 되는 일이 많다.
‘Just Do It’이 ‘복리’의 효과를 누리려면
김연아 선수의 인터뷰는 실제 영상으로 본 기억이 있다. “무슨 생각을 하면서 하세요?”라는 질문에 그는 담담하게 말했다. “무슨 생각을 해… 그냥 하는 거지.” 나이키의 오래된 슬로건, ‘Just Do It’도 함께 떠올랐다. 거창한 다짐을 하거나 이유를 충분히 따지기보다 일단 해보라는 말. 분명 맞는 말이다. 하지만 막상 현실에서는 이 ‘그냥’이 가장 어렵다. 무엇을, 어떻게, 어느 정도로 해야 할지 막막해지기 때문이다.
그냥 하려면 몸이 먼저 움직일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의지에 기대는 방식은 오래가지 못한다. 그렇다고 무작정 몰아붙여 번아웃에 이르게 해서도 안 된다. 중요한 것은 하루에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을 아주 구체적으로 정해두는 일이다. 언제, 얼마 동안, 무엇을 할 것인지까지 미리 정해두어야 그냥 하는 ‘Just do it’이 가능하다. 작가님이 ‘복리’의 효과에 대해 언급한 부분을 읽으며 저축 보험 광고가 떠올랐다. 10년, 15년 뒤 원금의 두 배, 세 배가 된다는 눈이 휘둥그레지는 그래프.
하지만 실제로 그 시간을 끝까지 채운 사람은 많지 않다. 상황이 바뀌고 마음이 흔들리면서 결국 중간에 해지하여 원금만 건지거나 손해를 보기도 한다. 노력도 마찬가지다. 처음의 의욕보다 중요한 것은 끝까지 가는 힘, 그리고 그 힘을 가능하게 하는 작은 반복이다. 결국 ‘그냥 한다’라는 말은 아무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이미 잘 짜여진 나만의 자동화된 시스템의 리듬을 만들어두는 것이다.
p.238
매사에 시간과 노력을 태워가며 죽기 직전까지 자신을 몰아붙이는 방식을 성인이 되어서도 버리지 못한다면 그 뒤에 기다리고 있는 것은 번아웃 일 뿐이다.
p.240
나 자신을 믿지 않았기에 자존감이 결여된 부분을 고생스러운 노력으로 채우려 들었던 것이다.
p.241
두 차례의 심각한 번아웃과 휴직 기간을 거치고 나서 더 이상 이런 일을 겪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해봤다. 나에게 급한 건 나 자신을 좀 더 사랑하고 보듬어주는 일이었다.
토끼의 번아웃을 넘어, 거북이의 롱런을 배우자
아마 ‘번아웃’을 겪어본 사람은 그게 얼마나 위험한 상태인지 그리고 쉽게 의지로 통제되지 않는지 알 것이다. 나는 참 엉뚱한 시기에 번아웃을 맞았다. 누군가는 이해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번아웃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었다. ‘지금 이러고 있으면 안 된다’는 조급함은 쌓여가는데 정작 몸과 마음은 내 통제 밖에 있는 상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생각만 남아 있을 뿐 움직일 힘은 남아 있지 않았다.
대학교 시절, 나는 조기졸업을 목표로 정말 혼신의 힘을 쏟았다. 물리학과를 조기졸업 할 거라고? 주변 그 누구도 그게 가능하겠냐며 회의적이었다. 매번 방학마다 계절학기 6학점을 꽉 채워 듣고 밥을 먹을 시간조차 없어서 삼각김밥을 손에 쥔 채 과제를 해야 했다. 침대에 누워 노트를 손에 들고서 눈이 감기기 직전까지 펜을 쥐고 쓰다 잠이 들었다. 그래봤자 수면시간은 4시간 남짓. 4학년 1학기는 그야말로 ‘죽음의 구간’이었다. 전공이든 교양이든 하나라도 A0 밑으로 나오면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상황. 고3 때보다 더한 강도로 스스로를 몰아붙였다. 그렇게 버텨냈다.
4학년 2학기. 이제는 집에서 임용고시 준비에만 집중하면 되는 시점이었다. 그런데 그때 번아웃이 왔다. 3년 반을 그렇게 달려왔는데, 마지막 고지에서 무너져버린 것이다.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 감정과는 별개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책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밥을 먹고 싶은 마음조차 사라졌다. 그려왔던 미래는 흐릿해져 갔고 하루하루를 버티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그렇게 1년이 흐르자 그리고 거짓말처럼, 조금씩 정신이 돌아왔다. 그때 알게 되었다. 있는 힘껏, 죽을 각오로 자신을 몰아붙이는 시간이 값진 경험일 수는 있지만, 인생 전체로 보면 결코, 오래 갈 수 있는 방식은 아니다. 토끼처럼 전력 질주하는 순간도 필요하지만 결국 끝까지 가는 것은 거북이다. 지치지 않기 위해, 필요한 것은 더 큰 의지가 아니라 나를 소진시키지 않는 방식이다. 오래 가는 삶의 속도를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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