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을 좌우하는 중학 국어 공부법 - 김민정
대치동 출신 김선생의 독설
한동안 '국어 성적은 집을 팔아도 안 된다'라는 말이 떠도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과거에는 따로 공부를 많이 하기보다 감각으로 접근하려 했던 영역이 1교시 언어영역이었다면 이제는 수학만 놓은 위상을 차지하게 된 과목이 바로 국어다.
도서관 신간 코너에서 만난 『수능을 좌우하는 중학 국어 공부법』은 대치동 일타 김민정 강사가 수능까지 이어지는 국어 실력의 뿌리를 만드는 법을 담은 교육 실용서이다. 입시의 당락을 결정짓는 핵심 역량인 '문해력'을 중심으로 중학교 시기에 반드시 잡아야 할 어휘, 문법, 독해의 영역별 학습 로드맵을 구체적으로 제시해 주었다.
단순히 문제 풀이 기술을 넘어서 고등 국어의 높은 벽을 넘기 위해 당장 실천해야 할 본질적인 공부 전략을 명쾌하게 정리했다. 중학 3년을 입시의 골든 타임으로 만들고 싶은 학부모와 학생에게 명확한 이정표를 제시하는 가이드 북이라고 생각한다.
p.25
이몽룡이 춘향에게 전갈을 보내…
지문을 전부 읽고 답을 고르는 시간 모두가 맞힌 문제를 B군 혼자 틀렸다. 아무래도 이상했던 선생은 B군에게 지문을 어떻게 이해했느냐 묻는 과정에서 B군의 대답을 듣고 멍해졌다.
“선생님, 이몽룡이 춘향을 죽이려고 한 거 아닌가요?” 그렇다. B군은 매서운 독침을 지닌 생물 ‘전갈(scorpion)’을 이몽룡이! 성춘향에게! 보낸 거라 철석같이 믿고 문제를 풀었고 당연히 그가 이해한 내용과 관련된 내용과 관련된 선택지가 있을 리 없었다.
p.36
“이제 텍스트를 읽어 내는 힘, 문해력이 중요할 수밖에 없는 때가 왔습니다.”
읽어도 읽지 못하는 아이들
몇 년 전 EBS 다큐멘터리에서 초등학교 6학년 아이들에게 '용수철'의 뜻을 묻는 장면을 보았다. 한 아이는 "용 씨 성을 가진 수철이라는 남자 이름일 것 같아요"라고 답했다. 최태성 선생님 또한 어느 한 방송에서 '홍경래의 난'을 보고 어떤 꽃이냐 묻거나, '삼별초의 항쟁'을 보고 초등학교 이름이냐고 묻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해주신 적이 있다. 처음에는 웃음을 위한 과장이라 생각했지만, 이제 문해력은 많은 아이에게 실재하는 문제가 되었다.
특히 책에 등장하는 영재학교 합격생의 '전갈 소동' 일화는 조금 충격적이었다. 고전 소설 속 '전갈(傳喝)을 보냈다'는 표현을 독침을 지닌 생물 '전갈(scorpion)'로 오해했다는 사례는 어휘력 부족이 초래하는 문해력의 참사를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스마트 기기에 종속되어 성장하며 텍스트보다 이미지에 익숙해진 세대에게 단어 하나를 잘못 이해하는 것은 단순히 한 문제를 틀리는 것을 넘어 텍스트 전체의 맥락을 왜곡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저자가 강조하듯, 이제 글자 읽기를 넘어 텍스트의 본질을 꿰뚫는 '문해력'이 전 과목 학습의 성패를 좌우하는 가장 핵심적인 생존 지능이 되는 시대가 된 것이다.
p.66
이런 고난도 텍스트를 읽어 나갈 때 가장 중요한 기본 작업은 결국 고급 한자어 학습이다. 보다시피 수능 모의고사 지문을 완벽하게 읽어 내려면 고급 한자어를 모르면 안 된다. 최소 중2 여름방학부터는 한자어가 다수 포함된 고급 수준 비문학을 읽는 방법을 익혀 나가야 하는데, 그 전에 한자와 조금이라고 친해진 상태여야 새로운 어휘를 접하더라도 평정심을 잃지 않을 수 있다. 이때 한자를 한 글자 한 글자 학습하는 것도 정말 중요하다.
p.71
‘어휘 공부를 따로 시켜야 하고’, 앞서 말한 방식과 이어질 공부 방법에 따라 고급 한자어 어휘를 따로 공부시켜야 하는 시점은 적어도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다.
p.79
좋은 성적을 낸 아이들 중에서 신문을 읽고 독서를 많이 한 친구들고 몰론 있지만, 그렇지 않은 친구들이 사실은 훨씬 더 많으니 국어 시험을 잘 보게 하려는 의도로 독서나 신문 읽기를 하는 건 잘못된 접근법이라고 말해두고 싶다.
p.94
심지어 EBS 교육 방송 선생님들도 문제부터 먼저 보면서 부슨 주제로 쓰인 글인지 가늠한 다음 박스 안 지문으로 들어가 읽으라는 식으로 강의하시는 경우가 있어서 놀랐다. 요즘 수능은 예전에 1등급 컷이 95점 이상이라 최상위권이면 공부 하나 안 하고도 국어(언어) 1등급 받던 그 시절의 쉬운 시험이 아니다. 해서 문제를 먼저 보고 주제를 가늠한 뒤어 지문 읽기로 들어가는 식으로 비문학을 대하면 시간이 반드시 부족하다. 비문학은 그냥 하로 박스 안에 있는 지문 읽기로 들어가야 한다.
p.123
그런데 최상위권 친구들도 내가 저렇게 필기해 둔 것만큼 문제 풀 때 촘촘하게 필기를 하지 않는다. 이렇게 필기하는 게 과하다, 시험 시간이 너무 낭비된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일지 모르겠다. 한데, 경험상, 이렇게 촘촘하게 필기해 두면 문제 푸는 시간이 기하급수적으로 줄면서 정답률도 올라간다. 필기하면서 머릿속에 내용이 입체적으로 한 번 정리되기 때문이다.
p.147
국어 문법이야말로 고교 진학 전, 중학교 3년 안에 2회독 이상 이론을 공부하고 넘어가야 하는 부분이다. 문법은 이론을 완벽하게 1회 공부하면 안정적으로 수능에서 10점 정도 가지고 시작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효자 과목이지만 독학하기에 가장 어려운 분야이기도 하다. 따라서 처음부터 아이 스스로 공부하게 하기보다 인터넷 강의나 학원 강의를 통해 한 번 정도 공부를 확실하게 시켜 주면 굉장히 효율적이다.
문해력의 보이지 않는 뿌리‘한자’
'한자'로 고생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외우는 걸 지독히 싫어하던 나에게 중학교 내신 한자 공부는 고역이었고, 그 고통은 고등학교까지 이어졌다. 당시 고등학교 2학년 국어 선생님은 전교생에게 두꺼운 한자 교재를 사게 한 뒤 매일 수천 자씩 쓰고 또 쓰는 숙제를 내주셨다. 지금 생각하면 선생님의 깊은 뜻이 있었을 텐데, 그때는 그 가치를 알지 못했다.
수능에 한두 문제 나오는 한자와 고사성어 때문에 수학 공부할 시간도 부족한데 많은 시간을 뺏긴다고 생각하니 어찌나 억울한지. 나만 그런 게 아니었다. 불만들이 여기저기 터져 나왔고 옆 반에서 특이한 친구 두세 명이 나타났다. 한 권에 5000원, 한자 쓰기 숙제 대행 서비스를 연 친구들. 나 역시 그들의 고객 중 한 명이었다.
사실 한자를 쓰는 시간보다 문학이나 비문학 지문을 하나 더 푸는 게 낫다는 자만심도 있었다. 숙제는 남의 손을 빌렸어도 당시는 국어 성적이 나쁘지 않았기에 내 판단이 맞다고 믿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요령이 통하는 시대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예전처럼 기술로만 풀 수 있는 시험이라면 지금처럼 수많은 가정에서 국어 때문에 골머리를 앓을 리 없다.
한자는 기초다. 아니, 문해력의 뿌리다. 책을 읽으면서 이제야 한자를 자연스럽게 조금씩 자주 접하며 친해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일곱, 여덟 살 때까지 한자 급수 시험을 치르던 아이가 2학년이 되면서 한자를 놓고 있었다. 국어와 관련된 활동이라고는 학교 복습과 독서만 해 왔는데 아이가 과거의 나처럼 고생하지 않고 단단한 기초를 쌓을 수 있도록 한자와 다시 친해질 방법을 함께 고민해 봐야겠다.
p.183
사실 내신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독서 목록을 늦어도 중학교 1학년 말부터는 제대로 구성하는 일이다. 고입에서는 내신의 비중이 거의 미비하다고 봐도 무방하다. 오히려 내신 ‘올백’을 여러 차례 받는 것보다도 도서 목록을 제대로 짜고, 학급 임원이나 특색있는 동아리 활동을 한두 번 하고, 교내 탐구대회에서 수상하여 생활기록부에 실어 두는 편이 자사고 입학에는 훨씬 효과적이다.
p.203
도서 목록을 제2의 자기소개서라고 생각하고 꾸려야 맞다. “What you eat show who you are.”라는 말이 있다. “당신이 무엇을 먹느냐가 당신을 말해준다.”라는 얘긴데 여기서는 “What you read show who you are.”라고 바꿔서 말해도 된다. 아이가 읽는 책이 아이의 관심사와 지적 수준을 바로 말해 준다 생각하고, 신중하게 고른 책들로 다섯 권씩을 중3 1학기까지 채우려고 노력하자.
p.232
일반 공립 초등학교를 다닌 아이들의 경우, 특별히 신경 써 주지 않으면 정말 한자를 하나도 모르는 까막눈 상태로 중학교에 오게 된다.
독서 목록, 아이의 색깔을 찾는 여정
나를 닮아서인지 아이도 독서 편식이 있는 편이었다. 내가 산문집과 에세이에 치우쳤었다면 아이는 주로 과학 지식 도서를 즐겨 읽었다. 그래서 그동안은 도서관에 가면 아이는 본인 취향껏 책을 고르고 소설은 내가 추천해 주는 방식으로 균형을 맞춰왔다. 그런데 이제 5학년이 되니 스스로 모든 책을 골라 읽을 시기가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는 매주 한 권씩 독후감을 쓰고 있지만 아직 목록을 정해두고 읽지는 않는다. 그때그때 도서관에서 눈에 띄는 책을 고르거나 <과학동아> 같은 잡지에서 소개된 신간을 사거나 희망 도서로 신청하는 식이다. 아직 중학생처럼 본격적인 '입시용 목록'은 아니더라도 한 달에 한 권 정도를 두고 일 년간 읽어보고 싶은 ‘책 리스트’를 스스로 짜보는 경험도 좋은 것 같다.
저자는 독서 목록을 ‘제2의 자기소개서’라 부르며 어떤 책을 읽는지가 그 아이의 관심사와 지적 수준을 대변한다고 강조한다. 누군가에게 자신을 소개하려면 결국 본인이 어떤 사람인지부터 알아야 하지 않을까? 중학생이 되기 전, 아이가 자신의 색깔을 찾고 이를 독서 목록으로 드러낼 수 있도록 조금씩 길을 터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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