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영화 처방전

지지해 주는 부모 스스로 공부하는 아이- 이유정·김형욱

by 레토

스스로 책상에 앉는 아이를 위한 영화 처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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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 스스로 공부하고 싶게 하려면?”

기다림, 믿음부터 자기효능감, 실패 내성까지 부모의 지지가 아이의 미래를 바꾼다!


『지지해 주는 부모 스스로 공부하는 아이』. 교육 관련 서가를 둘러보다 세로로 꽂혀있는 책의 제목을 보았다. 이 얼마나 환상적인 말인가. 스스로 공부하는 아이. 요즘 흔히 말하는 유니콘 같은 아이가 아닌가. 아마도 옆에 있는 많은 책들과 비슷한 말들이 가득 담겨 있다고 생각하고 그냥 넘기려 했지만 책의 앞표지에서 영화 처방전이란 단어를 보았다. 영화처방전? 뭔가 색다른 접근을 해볼 수 있을 거란 기대감으로 책을 펼쳐보았다.


이 책은 이유정 작가님이 30여 편의 영화를 통해 자녀 교육의 해법을 제시하는 흥미로운 책이다. 아이를 억지로 공부시키는 감독관이 아니라, 아이가 스스로 동기를 찾을 수 있게 돕는 정서적 조력자로서의 부모 역할을 강조한다. 특히 영화 속 캐릭터를 빌려 아이의 마음을 읽고 대화를 트는 과정이 인상적이었다. 공부 기술보다 중요한 건 결국 부모와 아이 사이의 단단한 신뢰라는 점을 다시 깨달을 수 있었다. 아이와 함께 영화 한 편 보며 마음을 나누고 싶은 모든 부모님께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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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개봉영화 <4등>

1등을 할 수 있는데도 공부하기 싫은 마음

p.19

열두 살 재상이는 오늘도 엄마 손에 이끌려 수영장에 간다. 그런데 매일 같이 힘든 훈련을 하는데도 대회만 나가면 4등이다. 결코, 못한 등수가 아니지만 엄마는 늘 답답해하며 재상이를 다그친다.

그저 물이 좋아 시작한 수영이었는데 재상이는 이제 수영이 싫어지려 한다. 재상이는 4등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하지만 세상은 달랐다. 1등이 아니면 의미가 없다고, 1등이 되라고만 한다.

p.21

1등만 기억하고 최고가 아니면 주목받지 못하는 세상에서 4등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4등>은 어떤 시선을 보내고 있을까. 재상이가 충분히 1등을 할 수 있는데도 굳이 그렇게까지 열심히 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물이 좋아 수영을 할 뿐인 재상이에게 1등을 강요했을 때 그는 어떻게 해야 할까.

p.22

아이가 어떤 행동을 하게끔 할 때, 부모님이나 선생님이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은 내재적 동기가 아니라 왜재적 동기를 자극하는 것이다. <4등>에서 재상이 엄마가 하는 것처럼 잘하면 상을 준다든가, 코치처럼 못하면 준다든가 하는 식이다.

p.24

하지만 여기에도 함정이 있다. 내재적 동기는 학습활동 중의 즉각적인 재미나 만족의 측면에서 접근하기에 지속되지 않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수학에서 인수분해 단원은 너무 재밌어서 내재적으로 동기화될 수 있지만 함수 단원에선 배워야 할 이유를 모르겠고 어렵거니와 흥미도 동하지 않아 동기가 지속되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1등을 강요받는 4등의 진심

영화 <4등>의 재상이는 수영을 사랑하지만, 1등만을 몰아붙이는 엄마와 코치의 압박 속에 점차 열정을 잃어간다. 이 책은 재상이의 사례를 통해 내재적 동기와 외재적 동기의 충돌을 날카롭게 분석했다. 아이를 움직이게 하려고 상과 벌(외재적 동기)을 주는 것은 단기 처방일 뿐이다. 재상이가 1등을 할 재능이 있음에도 굳이 애쓰지 않는 이유는 승리가 자신의 즐거움이 아닌 타인의 욕심을 채우는 도구가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공부의 모든 과정이 즐거울 수는 없다. 내재적 동기만으로는 어려운 고비를 넘기 힘들 때도 있다. 하지만 진정한 성장은 부모의 다그침이 아니라, 아이가 스스로 성취감을 느끼고 자신만의 헤엄을 칠 수 있도록 묵묵히 지지해 주는 안전한 지지가 있을 때 시작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책을 통해 이런 글을 읽고 영화를 본다고 나는 아이를 다그치는 엄마가 되지 않으리라는 확신에 찬 자신감은 없다. 사람인지라 상황에 따라 나도 내가 어떤 마음을 먹을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겁을 내는 건 맞다.


혹여 나의 작은 욕심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아이의 마음에 생채기를 내면 어떻게 하나? 혹여 내가 작게 자라기 시작한 아이의 날개를 자각하지도 못한 채 내 손으로 부러뜨리는 날이 오면 안 되는데…. 그래도 이런 걱정을 하며 아이를 키우면 그렇게 될 가능성이 좀 적어지지 않을까? 봄방학이 시작되었으니, 작가님이 추천해 주신 <4등>이라는 영화를 아이와 함께 보고 진심 어린 대화를 하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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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개봉 영화 <오목소녀>

시험만 보면 불안해지는 아이에게 건네는 말

p.72

돌잡이에서도 바둑돌을 잡은 이바둑은 어릴 적부터 바둑 신동으로 승승장구했다. 그런데 어느 대회에서 처음으로 질 것 같은 불안감을 느끼고 어디에도 돌을 둘 수 없어서 지고 말았다.

그때부터였을까, 더 이상 바둑을 둘 수 없었다. 대회만 나가면 돌을 어디에도 놓을 수 없었다. 대회 자체가 무서워졌다. 결국 이바둑은 바둑 기사의 꿈을 접고 말았다.

p.75

시험 불안은 왜 생기는 걸까. 기질적으로 긴장이나 불안이 많은 경우 나타날 수 있지만, 성취 압박이나 부담감 등으로 결과에 대한 불안이 높아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p.77

아이의 시험 결과에 부모가 먼저 불안해하며 조바심 내진 않았는지, 무의식중에라도 성취나 결과를 강요해 심리적인 압박을 주진 않았는지, 아이의 성취나 결과에 부끄러워하진 않았는지 살펴봐야 하는 것이다. 그런 경우 부모도 불안을 조절하며 행동을 바꿔야 한다.

p.79

아이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시험을 치를 것이다. 학교에서만 하더라도 중간고사, 기말고사뿐만 아니라 크고 작은 시험들이 가득하다. 시험은 아이를 스트레스 받게 하거나 괴롭히려는 도구가 아니다. 시험은 배운 것 중 어떤 걸 알고 어떤 걸 모르는지 확인하는 절차일 뿐이다.


실패를 실력으로 바꾸는 ‘회복탄력성’

바둑 신동이었던 이바둑이 바둑에 대한 공포증이 생기게 되는 이 영화의 핵심은 실패라는 결과에 대한 회복력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한번 100점을 받는다고 늘 100점을 받을 수는 없고, 한번 우승했다고 늘 내가 우승자가 될 수는 없다. 사람은 누구나 실패의 경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주 흔해서 이제는 귀에 잘 들어오지 않는 말.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이 말을 조금 더 파고 들어가다 보면 실패만 계속한다고 성공으로 간다는 말이 아니다. 실패한 원인을 찾아야 한다. 그 원인이 잦은 실수라면 그 실수를 어떻게 보완해야 할지 구체적인 방도를 마련하는 것이 좋고, 실력 부족이 원인이라면 당연히 그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


실패에 넘어지고 좌절하여 포기하기보다, 넘어져서 흙이 묻은 바지를 털고 일어나 다친 곳에 밴드를 스스로 붙일 수 있는 아이. 왜 자꾸 넘어지는지 자신의 걸음걸이나 달리기 습관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다음엔 어떻게 도전할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아이로 자랐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이의 실패에 의연한 부모의 안정감 있는 마음과 행동이 가장 먼저 우선시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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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영화 <에놀라 홈즈>

아이를 가르치지 말고 아이와 함께 한다는 것

p.208

가장 이상적인 교육은 아이가 스스로 학습하고 싶도록 하고 방법을 터득하며 학습해 나가도록 하는 것이다. 학습은 누군가가 절대로 대신해줄 수 없다. 그럼 ‘부모는 무엇을 해줘야 하는지’‘아이를 방치하라는 건가’하는 의문이 들지도 모른다.

p.209

여기 조력자로서의 부모 역할을 특출나게 잘한 엄마가 있으니, 유도리아 홈즈다. 영화 <에놀라 홈즈>는 그녀의 막내딸 에놀라 홈즈가 받은 특별한 교육을 소개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에놀라의 말을 빌려 보자.

“우리 둘은 늘 함께였어요, 아주 굉장했어요. 또 우리는 아주 많은 것들을 함께 했죠. 독서, 과학, 운동 등….” 신체적인 것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것들도요. 엄마는 우리가 뭐든지 자유롭게 해도 된다고 했어요. 그리고 어떤 사람이든 되어도 괜찮다고 했어요.

언뜻 보면 유도리아가 교육에 굉장히 열성적인 부모 같아 보인다. 하지만 그녀의 교육 방식이 특별한 건 ‘함께했다’는 데 있다. 유도리아는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는 셜록 홈즈와 그의 형 마이크로프트 홈즈의 어머니이기도 하다.

p.210

<에놀라 홈즈>는 원작에서 존재하지 않는 셜록 홈즈의 여동생 ‘에놀라 홈즈’를 주인공으로 한 동명의 소설 원작을 영상화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다. <기묘한 이야기> 시리즈 덕분에 전 세계적으로 얼굴을 알린 밀리 바비 브라운이 에놀라 홈즈 역을 맡아 페미니즘 논리를 발랄하고 가볍게 엉뚱하면서도 자못 진중하게 그려내 큰 사랑을 받았다. 인기에 힘입어 2편도 제작되었다.

p.213

유도리아는 에놀라가 어렸을 때부터 낱말 퍼즐이나 체스같은 것들을 함께하며 선택과 전략에 관한 것들도 알게 했다. 훗날 에놀라가 갈림길에 놓였을 때,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도 생각할 수 있게 도운 것이다.


가르침보다 강력한 ‘함께’라는 마법

진정한 자기주도학습은 부모의 일방적인 지시가 아닌, 아이가 스스로 방법을 터득하고 동기를 찾을 때 시작된다. 에놀라의 엄마 유도리아는 독서, 과학, 운동은 물론 체스와 낱말 퍼즐까지 아이와 모든 과정을 '함께' 즐겼다. 이 과정에서 에놀라는 지식뿐만 아니라 스스로 전략을 짜고 선택하는 법을 자연스럽게 익히게 된다. 부모가 교육의 감독관이 아닌 파트너로서 곁을 지킬 때, 아이는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자유와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교육이란 지식을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훗날 아이가 인생의 갈림길에 섰을 때 스스로 대처할 수 있는 생존의 근육을 함께 키워가는 과정임을 이 영화는 말해주었다. 아이는 언젠가 모든 부모의 곁을 떠나 독립해야 한다. 사회 경제적 독립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정서적 독립일 것이다. 오은영 박사님께서 자주 하시는 말씀 중의 하나가 바로 양육의 목적이다. 부모가 아이를 키우는 양육의 근본적인 목적이 바로 ‘온전한 독립’이라고 한다.


유도리아 홈즈가 에놀라와 모든 걸 함께 했다고 해서 에놀라가 어른이 되면 독립을 못 하고 유도리아에게 심하게 의존하게 될까? 아마도 그 반대일 것이다. 동물들의 예만 보아도 어미가 새끼를 키우다 매몰차게 독립시킬 때까지는 아침에 눈을 떠서 밤에 잘 때까지 생존의 모든 것을 함께 한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부모의 삶의 방식을 배우고 습득한다. 입을 벌리고 있으면 떠다 먹여 주는 공존이 아닌, 오감으로 보고 배우는 과정을 함께하는 유년 시절이 ‘독립’의 가장 중요한 힘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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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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