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하고 싶었는데 그 전에 죽겠다 싶었다- 최이솔
최이솔 작가의 『성공하고 싶었는데 그전에 죽겠다 싶었다』는 서울대라는 엘리트 코스를 밟으며 사회적 성공을 쫓던 저자가 희귀병과 번아웃이라는 한계 앞에서 삶의 방향을 수정한 기록이다. 이 책은 남들이 정해놓은 갓생이 아닌 내 몸이 허락하는 생체 리듬과 속도를 찾는 법을 제시하고 있다. 성공의 정의를 타인의 박수에서 내 안의 조용한 긍정으로 바꾸고 싶은 사람들에게 필요한 책이다. 꾸준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향한 이정표가 되어줄 것이다.
P.13
정신력이 몸을 이길 수 있다고 믿었다.
P.17
과외와 아르바이트, 근로 장학을 하며 생활비를 벌었고 한 학기에 17학점을 들었다. 스터디를 운영하면서 운동과 연애까지 놓지 않았다. 내 시간표는 평일과 주말 구분 없이 아침 8시부터 새벽 3시까지 가득 차 있었다. 1년 내내 잠을 줄이며 살았다.
P.18
하지만 몸속에서 울리던 조용한 경고음을 그때 나는 알아차리지 못했다.
P.19
자가면역질환이었다 손가락과 발가락뿐만 아니라 무릎과 팔꿈치, 골반 관절에도 염증으로 인한 퇴행성 변화가 진행되고 있었다 내 염증 수치는 기준치보다 70배가량 높았다. 그러나 유전자 검사에서는 유전적 요인이 발견되지 않았다.
P.22
그제야 나에게 물었다. “내가 바란 성공이 정말 이런 모습이었을까?” 내게 성공은 뼛속 깊이 새겨진 강렬한 욕망이자 생존과 직결된 문제였다. 그런데 의문이 들었다.
P.24
나는 이제 ‘일, 쉼, 관계’ 세 흐름으로 조화롭게 엮어간다. 소중한 사람과 식사할 땐 대화에 집중하며 그 즐거움을 만끽한다. 혼자 하는 산책도 좋아하게 되었고, 더는 휴식을 게으름으로 비난하거나 뒷전으로 미루지도 않는다. 일하는 중간궁간 스트레칭을 하고, 한 달에 한 번은 낯선 동네로 작은 여행을 떠나 신선한 자극을 받는다. 이런 소소한 변화들이 쌓이자 삶이 훨씬 다채롭고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나'라는 존재의 유통기한 늘리기
정신력이 육체를 이길 수 있다? 이런 믿음은 현대인이 흔히 빠지는 가장 위험한 착각 중에 하나다. 작가님은 아침 8시부터 새벽 3시까지 평일과 주말의 경계 없이 쉼 없이 달렸다고 한다. 기준치보다 70배나 높은 염증 수치와 자가면역질환이라는 진단은 사회적 인정이라는 외부의 동력에만 의존해 온 삶에 대한 육체의 저항이었다. 유전적 요인이 발견되지 않은 병증은 결국 자신을 갉아먹었고 그렇게 쌓아 올린 성공이 얼마나 사상누각인지를 뼈아프게 보여주었다.
하지만 저자는 지속 가능한 일상을 다시 설계하며 희망의 궤적을 그려나갔다. 휴식을 게으름으로 치부하던 강박을 내려놓고 일과 쉼, 관계라는 세 가지 흐름을 조화롭게 엮어가는 태도를 나 역시 꼭 본받고 싶다. '나'라는 존재의 유통기한을 늘리고 삶의 색채를 다채롭게 되살리는 일은 일에 파묻혀 사는 것보다 훨씬 더 적극적인 생존 전략이다. 결국 성공이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화려한 훈장이 아니라 내가 나로서 온전히 숨 쉬며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날들의 총합이었다. 죽을 만큼 달리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그 결실을 누릴 내가 건강하게 살아남아 있는 일이다.
P.180
조화로운 한 주를 위한 셀프 점검표
계획 위에서 뛰놀다 - 여백의 필요
나는 오랫동안 ‘계획’을 삶을 통제하는 도구로 여겼다. 하루를 분 단위로 쪼개 할 일을 채우고 계획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초초해졌다. 특히 학창 시절에는 계획을 지키는 걸 곧 나에 대한 예의라고 여겼다. 그러니 조금만 계획이 잘못돼도 나를 엄격히 다그쳤다.
P.181
하루를 촘촘한 시간 단위가 아니라 ‘블록(오전/오후/저녁)’ 단위로 나눴는가?
P.182
하루 일정의 80퍼센트만 채우고, 20퍼센트는 버퍼로 남겼는가?
통제가 아닌 호흡을 위한 계획
작가님처럼 나에게도 계획이란 자신을 엄격하게 다그치는 채찍이었다. 분 단위로 쪼개진 시간표는 성취의 도구가 되어주기도 했지만 동시에 작은 변수에도 자아를 흔드는 불안의 근원이기도 했다. 살아 보니 주부의 일상은 사실 분 단위 계획이 가장 무의미해지는 영역이었다. 아이의 갑작스러운 등교 준비 지연, 예상치 못한 집안일, 혹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가족들의 요구사항은 정성껏 짜놓은 시간표를 순식간에 무너뜨리곤 했다. 그럴 때마다 계획을 지키지 못한 자신을 자책하며 가족들에게 까지 무거운 분위기가 퍼지게 했다.
그래서 이 책이 제안하는 오전/오후/저녁의 블록 단위 사고는 무척 해방감 있게 다가왔다. 설령 오전 블록에 빨래가 밀리고 아이 공부를 챙기느라 계획이 틀어졌다 해도 오후 블록이라는 새로운 시작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이 위안이 되어줄 것이다. 하루 20%의 버퍼. 계획의 목적이 완벽한 수행에서 지속 가능한 리듬으로 옮겨지는 데 필수적인 요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의 20%를 비워두는 것은 게으름이 아니라 예상치 못한 생활의 변수를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확보하는 일이다. 일정의 20%는 마치 가계부의 예비비처럼 마음의 안전장치가 되어줄 것이다.
그 여백 덕분에 아이의 사소한 투정에 조금 더 귀 기울일 수 있고, 도서관에서 우연히 발견한 책 한 권을 읽는 즐거움도 누릴 수 있다. 계획 위에서 뛰어논다는 표현처럼 나에게 진짜 좋은 계획은 나를 가두는 감옥이 아니라 내가 마음껏 움직일 수 있는 안전한 울타리가 되어야 할 것이다. 주부에게 계획이란 나를 증명하는 성적표가 아니라 사랑하는 가족과 나 자신을 더 잘 돌보기 위한 여유의 지도여야 함을 다시 깨닫게 되었다.
P.223
슬로우 아워 – 디지털과 잠시 멀어지는 시간
우리는 디지털로 가득한 세계에서 살아간다. 나 역시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을 통해 많은 분들과 소통하며 SNS의 긍정적인 면을 누리고 있다. 멀리 있는 사람과 연결되고 나와 비슷한 취향과 생각을 가진 이들과 가까워질 수 있는 건 분명 큰 장점이다. 하지만 스크롤을 내리다 보면 어느새 1~2시간이 훌쩍 지나가곤 한다.
이런 삶을 의도적으로 멈추는 게 ‘슬로우 아워 Slow Hour’다.
P.224
디지털 기기와 거리두기
정해진 시간에 맞춰 핸드폰을 끈다. 아예 끄기가 어렵다면 특정 시간대에는 방해 금지 모드 활성화하는 것도 방법이다. 내 경우에는 핸드폰 알람을 모두 꺼놨다. 배지만 뜨고 진동은 울리지 않게 설정해 두었다. 그러니 일을 하다 진동 소리에 고개를 돌리지 않게 됐고 내 페이스에 맞춰 핸드혼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시간은 아날로그 할 수 있는 것들을 해 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읽기, 일기 쓰지, 손으로 편지 쓰기, 그림 그리기 등은 우리를 디지털 세계로부터 잠시 멀어지게 한다. 이 활동들은 잊고 지내기 쉬운 내면의 감정을 깨우기도 한다.
P.225
슬로우 아워를 통해 의식적으로 느린 시간을 만들어가는 연습은 디지털에 대한 피로도를 해소라는 걸 넘어 삶의 가치를 깨닫게 한다.
스마트폰의 진짜 주인
우리 집 거실 한구석에는 작은 통하나가 놓여 있다. 얼마 전부터 가족 모두 집에 돌아오면 스마트폰을 무음 모드로 전환한 뒤 그 통 안에 모두 넣어두기로 했기 때문이다. 작가님이 말한 ‘슬로우 아워’, 즉 디지털과 의식적으로 거리를 두는 연습을 우리만의 방식으로 시작한 셈이다. 처음엔 조금 불안하기도 했다. 혹시 중요한 연락을 놓치면 어쩌나 싶어 자꾸 통 쪽으로 눈길이 갔다.
하지만 정말 급하고 중요한 일이라면 카톡이나 메시지 대신 전화를 하겠지 라는 생각으로 결정한 일이다. 그래서 블로그나 SNS 알림을 포함, 모두 무음 상태로 전화가 올 때만 통속에 함께 넣어둔 워치가 조용히 진동할 수 있도록 설정해 두었다. 어떻게 보면 조금 이기적인 결정일 수도 있지만, 이 작은 규칙 덕분에 가족들이 진짜 자신의 시간을 되찾아가고 있다.
스마트폰을 눈앞에서 치우니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이와 눈을 맞추며 나누는 대화, 책장을 넘기는 소리, 그리고 잊고 지냈던 고요한 감정들까지. 이제 더 이상 스마트폰 알림 소리에 허겁지겁 달려가지 않는다. 내가 시간적 여유가 생겼을 때, 내가 정말 필요로 할 때만 통에서 폰을 꺼내 본다. 기계에 끌려다니는 노예가 아니라 기계의 진짜 주인이 되는 기분은 생각보다 즐거운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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