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brary가 lifrary로

그래서 우리는 도서관에 간다 - 이용훈 이권우 이명현 이정모

by 레토

읽고 쓰는 사람을 길러내는 아주 특별한 세계에 관하여

20260216_174737.jpg
20260217_104305.jpg

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빌리는 장소일까? 『그래서 우리는 도서관에 간다』는 네 명의 지식인이 들려주는 도서관 이이기다. AI가 모든 답을 내놓는 시대에도 우리가 여전히 물리적 공간인 도서관을 찾는 이유와 그곳이 어떻게 우리를 읽고 쓰는 사람으로 성장시키는지 서로의 의견을 나눈다. 지적 아지트로서 도서관이 지닌 가치를 새롭게 발견할 수 있었다. 책을 통해 도서관이라는 특별한 세계를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20260216_174904.jpg
20260216_174938.jpg

우연한 발견, 그리고 장서의 힘

p.45

우리나라 도서관에 대해 가장 널리 쓰이는 유명한 문구가 뭔지 아시나요? 바로 빌 게이츠의 “오늘날 나를 있게 한 것은 동네의 공공도서관이었다”입니다.

원문은 “Since I was a kid, libraries have played an important role in my life” 라고 합니다.

p.47

도서관은 지식 창고라는 말이 가장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p.49

도서관 관계자들과 자주 하는 이야기 중에 ‘우연한 발견’이라는 표현이 있어요. 도서관은 내가 갖고 있는 것, 내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범위가 넓잖아요.

도서관은 나의 무지를 깨닫게 하죠.


우연이 필연이 되는 공간, 도서관의 힘

도서관은 한 개인의 삶을 빚어내는 지적 토대라는 빌 게이츠의 생각에 동의한다. 단순히 책이 쌓인 지식 창고를 넘어 이곳은 알고리즘의 추천으로는 결코 경험할 수 없는 우연한 발견이 일어나는 모험의 장소다. 서가 사이를 거닐며 내가 아는 것보다 훨씬 방대한 세계가 존재함을 마주하게 되면 겸손한 자각이 가능하다.


그곳에서부터 새로운 배움으로 나아가는 가장 강력한 동력이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도서관에 가면 그 공기가 주는 분위기가 좋다. 서가 사이를 돌고 골며 빼곡한 책들 사이에서 보물 같은 책 한 권을 마주하게 되면 나만 아는 찐 보물을 찾은 기분이 든다. 비린 책을 반납하러 가면 또 빌려오고 또 반납하러 가야 하고 끝없이 반복되는 주 1회 도서관 방문 루틴이 나는 참 좋다.



20260216_175005.jpg
20260216_174954.jpg

도서관에 가면 부자가 된다

p.94

저는 앞으로 도서관 공간 활용은 복합문화공간의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도서관에 다른 시설이 함께 들어서는 거죠. 2025년 영등포구에 새로 도서관이 개관하는데, 아예 이름부터가 ‘문화체육도서관’이에요. 저 또한 라이브러리 library 가 라이프러리 lifrary 로 변모해야 한다는 데 동의하는데요.

p.95

열람실은 한두 개 정도만 남겨두고, 나머지 공간은 다른 용도로 쓰면 좋겠어요. 실험실로 바꿀 수도 있죠. 요즘엔 과학관과 도서관이 분리되어 있는데, 두 곳 모두 지식을 다루거든요. 도서관에서 과학 실험도 하고 책도 보게 하는 거죠.

p.95

도서관을 찾지 않는 사람도 실은 도서관 운영에 돈을 대고 있거든요. 세금으로요. 어찌 보면 선불제 공공서비스라고 말할 수 있죠.

다른 공공서비스를 보면 후불제도 많거든요. 예컨대 구청이나 공공기관에서 증명서를 발급받을 때처럼요. 도서관은 기본적으로 거의 모든 경우에 이용자가 돈을 내지 않는데, 한마디로 완전한 선불제인 거죠. 돈을 내고 안 쓰면 손해잖아요? 그러니 도서관을 이용하지 않으면 손해입니다.


라이브러리에서 라이프러리로, 도서관의 진화

도서관이 이제 정적인 독서 공간을 넘어 라이프러리(Lifrary)로 진화하고 있는 말씀에 공감했다. 최근 내가 살고 있는 지역 내의 공공 도서관들이 하나 둘 공사에 들어가는 일들이 많았고, 공사 결과 열람실에서 공부만 하는 도서관을 넘어 복합문화공간으로서의 변화되는 추세가 많이 보였다.


책에 나온 네 분의 대화에서처럼 도서관은 이미 세금을 지불한 선불제 서비스다. 도서관을 이용하지 않는 것은 곧 내가 낸 비용을 스스로 포기하는 손해인 것이다. 결국 도서관을 활발히 이용하는 것은 시민으로서 누릴 수 있는 가장 정당하고 풍요로운 혜택을 되찾는 길이 아닐까?


이정모 관장님의 말씀처럼 도서관이 제대로 된 복합문화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도서관과 과학관이 연결되어 도서관에 가서 과학 실험이 가능하고, 도서관과 체육관이 연결되어 도서관에 가면 책도 보고 운동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반년간 휴관을 하고 새로 개관한 우리 동네 공공 도서관의 내부는 아주 멋져졌다. 너무 아름다운 공간이 되어 무척 만족스럽지만, 도서관에 가서 책도 빌리면서 다른 활동도 할 수 있도록 조금 더 변신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20260216_175013.jpg
20260216_175019.jpg

책 읽는 사람이 줄어든다

p.203

도서관이 계속 늘어나고 책도 나날이 많아지는데 독서율은 떨어지고 있잖아요. 국민 독서실태조사에서 발표한 최근 10년간의 추이를 보면, 1년 동안 책을 한 권이라도 읽었다고 응답한 사람이 72퍼센트에서 43퍼센트로 급감했어요. 간은 기간 동안 공공 도서관 수는 꾸준히 증가했고요. 이런 상황에서 도서관이 독서 진흥에 도움이 된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사람들이 책을 더 많이 읽게 하는 데 도서관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p.204

사실 독자의 탄생, 즉 책을 읽는 사람을 만든다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에요. 진화의 관전으로도 읽고 쓰는 능력은 유전되지 않는다고 하잖아요. 우리 사회가 자꾸 놓치는 부분인데, 교육도 결국 읽고 쓰는 사람을 만들어내는 거예요.

p.209

“지식과 교양에 바탕을 두지 못한 민주주의는 허약할 수밖에 없어요. 독서로 지식과 요양을 배양한다는 점에서 도서관은 민주 시민의 양성소와 같습니다.”


독서, 공부를 넘어선 내면의 근력

도서관은 늘어나는데 독서율은 급락하는 아이러니한 시대다. 10년 사이 독서 인구가 반토막 난 현실은 도서관의 존재 이유를 다시 묻게 한다. 읽고 쓰는 능력은 유전되지 않으며, 부단한 교육과 환경을 통해 길러지는 후천적 역량이다. 결국 도서관은 단순한 책의 저장고를 넘어 민주 시민을 양성하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지식과 교양이라는 단단한 지반 없이는 민주주의 또한 허약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이가 어릴 적, 도서관에 열심히 데리고 다니며 책을 읽힐 때 가끔 오해 섞인 질문을 받곤 했다. 공부를 얼마나 시키려고 벌써 극성이냐는 반문. 하지만 책을 읽는 행위는 결코 성적을 위한 공부에만 국한될 수 없다. 공부가 삶의 아주 작은 영역이라면, 독서의 힘으로 성장한 개인은 그와 비교할 수 없는 거대한 내적 동력을 갖게 된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 힘을 다소 늦게 깨달았다. 그래서 내 아이만큼은 성장하는 내내 독서의 즐거움이 실제 삶의 경험과 연결되는, 내면이 단단한 사람으로 자라길 바랐다. 나와 남편이 물려줄 수 있는 물리적이고 경제적인 무언가는 없다. 그래서 독서는 여전히 우리 집의 가장 굵직한 줄기를 차지하고 있다.


20260216_175029.jpg
20260216_175035.jpg


#그래서우리는도서관에간다 #도서관 #책리스트 #어크로스 #이정모 #이용훈 #이권우 #이명현 #독서율 #라이프러리 #복합문화공간 #선불제공공서비스 #독서교육 #내면의근력 #민주시민 #인문학 #서평 #책리스트추천 #동네도서관

화요일 연재
이전 09화익숙한 풍경을 설렘으로 바꾸는 마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