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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준호 Aug 01. 2021

폐허 속의 흙먼지를 헤치고 달려가면

AKMU(악뮤), '전쟁터'

AKMU(악뮤), '전쟁터' OFFICAL VIDEO  中

화약 연기 뒤덮인 하늘은 잿빛

죄다 똑같이 생긴 하우스 사이에서

불안하게 떠는 아이들, 무엇을 쥔지도 모르면서

슝 폭탄과 총알 날아가, 날아가서

그때 하늘색이 파란색이었구나

그때 바닷가는 해수욕 맞지, 맞아

아스라이 그러나 천천히 감기는 두 눈, 쓰러지는 몸짓

Hey kid, ..Close your eyes


승리자야, 받아라 NEXT EPISODE를


"흙먼지투성이로 덮이기 전엔 어떤 사람이었나요?"


이젠 그런 게 중요하지 않다네

주름진 두 눈, 아스라이 떠올려, 기억들, EPISODE.


답답해도 조금만 참아 여기 전쟁터에선

이명이 끝나면 비명이 들릴 테니까

환호와 함성의, 비명이 들릴 테니까

그때 다

그땐 당연한 내일이 올 테니까

 

Hey kid, Close your eyes.

며, 받아라, 받아서 넘겨주거라. 다음 승리자들에게.


나 홀로 마주한 무시무시한 공룡에게 더 이상 두렵지 않다며 소리치던 어린 시절을 넘어서니 잿빛 가득한 폐허가 나왔다.


푸른빛을 알던, 색색깔의 파노라마가 지나가고 내 두 손에 보이지 않는 총과 칼. 저 쪽에선 들어본 적 없었던 사이렌.


그때 그 용기, 이게 중요한 게 아닐 텐데 하면서도 앞으로 향한다. 이게 아닐 텐데, 아닐 텐데.


그렇게


폐허 속의 흙먼지를 헤치고 달려가니 받았던 건 교복.

고통과 희생의 땅에서 다른 전우들을 밟고 일어서니

들었던 건 '눈 딱 감고 이번 한 번만 넘어가'


전달되는 무형의 총과 칼, 사이렌.


받은 아이에게, 답답해도 조금만 참으라고

끝날 테니, 끝날 테니까.


최후의 승리자가 남을 때까지 고통과 희생이 쓰이고

그 땅에서 깨어나 고통과 희생을 배운 아이들이

총과 칼을 넘겨받은 채 보이지 않은 전쟁터 속에서

전쟁 같은 외줄 타기를 한다.


아이와 아이였던 남매 두 사람이 보는

이들과 우리 모두가 살아가는 곳은 생각보다 잔혹하고

생각만큼 냉정하다.


보이지 않는 폭탄이 터지고 총알이 오가는

전쟁터에서 아이의 시선으로 담대하게 읊조리다

어른이 등장해 우리 아이들을 이끌고 간다.

돈보다 사랑이 중요하단 걸 알고 있지만,

내뱉는다. 우린 왜 몰랐느냐고.

전에는 어떤 사람이었나요?

그냥 눈을 감자, 답답해도 이명이 끝나면 비명이 들릴 테니까.


어른이 알려주는 당연했던 그때.

지나고 나면 또 비명이 가득할 것이라는 심심한 위로.


잘못된 걸 알면서도 가만히

원래 다 그런 거라며 가만히

잘못된 게 아니냐고 물으면 쉿, 가만히 있어

그냥 눈을 감고 가만히 있으라고 한다.


그렇게 배웠으니 그렇게 물려줬고

그렇게 물려받았더니 이렇게 됐다.


감각적이지만 어딘가 서늘한 사운드가

사이렌처럼 들리는 이유.


그러니까 이 전쟁이 끝나지 않는 겁니다.

아, 에라 모르겠다, 날 믿고 낙하-

로 넘어가는 그다음 이야기.


물음에 대한 답은 이미 알고 있다.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요?

잘못된 것을 바로 잡아야 합니다.

어떻게 바로 잡을 수 있나요?

물려받았던 것을 떨어뜨리면 됩니다.


떨어지는 것은 동시에 반대편으로 상승한다는

아이러니가 있으므로 떨어뜨리면 됩니다.

그리고 우리도 떨어지면 됩니다.

초토화된 곳이든, 뜨거운 불구덩이든.

이곳보단 낫지 않겠습니까.


비명 같은 환호가 넘쳤던 8월 15일처럼

조금만 참으면 이명 뒤 비명이 들리므로.


작은 것부터 바꿔보자, 하나하나. 모두 함께.


메모처럼 적어간 노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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