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준호 Mar 27. 2023

<모나리자와 블러드 문> 리뷰

자유, 자유를 향해

*스포일러 주의: 본 글은 <모나리자와 블러드 문>의 리뷰 글로 영화의 내용 일부를 담고 있습니다.*

 붉은 달의 출현이 곧 누군가의 강림이었다는 것을 보면 ‘모나’는 신(神)적이다. 마안으로 인간을 조종하는 초능력도 그녀에게 초월체적 면모를 부여하는 장치로 보인다. 그러나 세속에는 관심조차 없어야 할 신이 인간의 억압을 벗어나기 위해 애쓴다. 직접 피조물을 공격하고 적극적으로 세계에 뛰어들어 문명이 흐름이 되려고 한다. 모나가 선(善)을 깨우치지 못한 아브락사스로 느껴졌다. 불완전하고 위태로운, 몸부림치는 갓 태어난 괴물.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들은 자유라는 진리를 찾아 나서는 여정인 것이다.

 문명의 매너리즘과 폐쇄성인 정신병원에서 탈출하니 붉은 달이 수면에 반사되어 진의를 알 수 없는 상승과 하강을 겪는다. 무엇이 이데아인지 알 수가 없다. 시작의 무대가 되는 뉴올리언스가 혼란이 가득한 매혹의 장소임을 은유하는 것 같다. 댄서 ‘보니’는 인간이 만들어낸 인위적이고 기이한 수단으로 돈을 번다. 권력과 욕망을 위해 모나의 힘을 이용하여 그녀를 자꾸만 좋지 못한 방향으로 끌고 간다. 해방을 노래하던 음악들이 물질을 꺼내기 위한 매개로 전락했다. 모나는 이러한 끊이지 않는 자극과 사치, 향락에 매료되어 할 일을 잃고 자아 없는 삶을 이어간다.

 그때 ‘찰리’가 등장하여 ‘헤싱’을 통한 자극의 탈피를 외친다. 사회의 질서를 깨우쳤으나 순수함이 남아있는 아이인 찰리는 표정 없는 모나에게서 어슴푸레한 따스함을 발견하여 그녀의 정체성을 완성한다. 그는 모나에게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것을 원하는지 물으며 누군가에게 끌려가는 삶이 아닌 자신만의 궤적을 완성할 수 있는 실마리를 만들어준다. 억압하거나 수족으로 일삼는 어른들과 완벽하게 대조를 이룬다. 어른이지만 음악을 수단이 아닌 자유의 목적으로써 소비하는 ‘퍼즈’도 찰리와 함께 모나를 도와 저질스러운 향락의 거리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한다.


 그녀가 자유의 신으로 성장하여 승천할 수 있도록 도운 것은 사회의 규율과 문명의 힘이 아닌, 억압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이끌어 준 아이와 같은 순수함이었다. 아이는 아기와 달리 비교적 질서적이나 어른처럼 해야만 하는 것이 정해져 있지 않다. 아이는 무엇을 할지 고민하는 과정에 있기에 하고 싶은 것은 다 할 수 있는 특별함이 숨어있다. 이것이 지금 우리가 권해야 하는 손길이 아닐까 싶다.


 우리는 타인에게 너무도 엄격하다. 불편한 억압 속에서 조금이라도 이탈하면 비아냥이 오간다. 사회의 꺼풀을 벗기면 다 곪아버린 병리가 튀어나올 것만 같다. 한편 방관적이다. 관음적인 엄격함이 항상 타인을 향해 있으나 진정으로 도움이 필요할 땐 침묵할 뿐이다. 누군가는 보니와 같은 대가성이 짙은 도움을 내밀 수도 있으리라. 그러나 필요한 건 찰리와 같은 순수한 이끎이다. 공격적인 태도였던 모나가 눈물을 삼킬 줄 아는 아이가 된 것은 찰리와 퍼즈의 동행 덕분이었다.


 모나에게 찰리와 퍼즈가 없었다면 경찰인 ‘해롤드’에게 붙잡혀 비정한 말로로 끝났을 것이다. 혼란스러운 키치와 펑크 음악, 쨍한 붉고 푸른 네온사인, 퇴폐적인 향락이 넘치는 영화 속에서 모나의 탈출 성공기가 눈물겨운 이유도 그중 하나일 테다. 비윤리적인 행태를 자아낸 세 사람일지라도 응원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사회 속에 찌들어 순수함을 잊어가는 내 모습이 가여워서가 아닐까. 미묘한 투영이 놀랍다.


 멍할 정도로 명확하게 알려주는 것이 없어, 단순한 스토리 구조를 취했음에도 연출에 홀려 복기의 방향이 자꾸만 어질러진다. 순수한 따뜻함을 전달하는 영화라는 것도 허울일 수가 있다. 어떤 식으로든 해석할 수 있도록 모든 길을 열어둔 것만 같다. 중요한 것은 주체인 내가 자유롭게 하고 싶은 대로 하라는 것이지 않을까? 히피가 새로운 검정이 되기를 바란다.

작가의 이전글 내려놓음의 미학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