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사회의 기본에 대한 질문 그리고 탐구
제가 ‘조사 결과’, ‘시장 현황’ 같은 걸 보고 이게 과연 근거가 맞는 걸지 고민하는 걸 상당히 좋아합니다.
그중에서 결과가 뻔한 데이터가 있는데 그게 퇴사 사유입니다. 언제나 1위는 상사, 인간관계 갈등이지요. 좋은 사람이 회사에 있다면 다른 부분이 힘들어도 힘이 나는 반면, 영 아닌 사람과 같이 일하면 회사 좋고, 급여가 좋아도 동기가 뚜욱 떨어지죠.
제 블로그에서는 전에 이 이유를 ‘서로 이해하지 못하는 데서 온다’고 적은 적이 있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 ‘아기공룡 둘리’를 보면서 느낀 최고의 악역은 고길동이었습니다. 정말 둘리가 불쌍하기 그지없었죠. 매일 두들겨 패고 내쫓잖아요?
그런데 어른이 되니까 그 고길동이 정말 괜찮은 어른이라는 생각이 드는 겁니다. 만년과장에 마이 홈, 좋은 가족은 둘째치고 그 돈만 깨지고 혈연관계 하나 없는 둘리 식구들에게 숙식을 제공하고 때로는 용돈도 줍니다. 아니아마 만화에서처럼 둘리에게 당했으면 유기 견(?) 보호센터에 신고해버리는 게 일반적인 반응일 텐데 둘리를 끌어안 다니 정말 성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처럼 사람의 관계는 상황과 본인의 통찰력, 입장에 따라 달라집니다. 우리한텐 좋던 카리스마 상사가 타 부서에서 고집불통 폭군이 되기도 하고, 고집불통에 무뚝뚝하다고 기피당한 사원이라고 해서 고민 좀 했더니 꾸준하고 성실해서 업무 부담이 팍팍 줄어나가는 경험을 하기도 합니다.
회사의 실적이 좋고, 그 회사를 원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많이 띄는 상사는 실적을 내기 위해 노력하는 일에 집중하는 상사입니다. 한 분야에서 전문성을 인정받은 사람들이 많은데 기본적으로 자신의 전문분야의 AtoZ를 통제하기 원하고, 이를 위한 역량계발에 집중하죠. 해외에서는 GM의 잭 웰치라던가 HP의 칼리 피오나 그리고 소설에선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 나오는 미란다 같은 사람들이 이에 속합니다.
자신의 라이프스타일 주변 환경을 일에 최적화시키고 실적 달성에 집중하는 타입이죠.
이런 상사에게 인정받는 최고의 방법은 성실입니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 나오는 미란다의 비서 에밀리아의 사례가 바로 그거죠. 물론 에밀리아처럼 불가능의 한계에 도전하는 임무만 맡겨진다면 좀 생각을 해봐야겠지만 보통 이런 타입의 상사는 미션을 줄 때 자신이 경험한 환경에서 가능한 임무를 부하에게 주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즉 우리 조직에선 이 시간 내에 이건 당연히 해내야 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상사의 지시에 토를 달면 어떻게 될까요? 까딱하면 그 상사에게 정면으로 도전하는 꼴이 됩니다. 아니 보고서를 30분 내로 만들라니, 아니 주말 스케줄도 안 묻고 나오라고 하다니라고 생각해서 뭔가 부정적인 대답을 하겠지만 그 대답을 들은 상사는 아마 아니 이 작업을 이 시간 내에 하는 건 당연한데, 주말이라 미안하긴 하지만 바이어가 주말에 오면 출근하는 건 당연한데 트집을 잡다니?라고 생각해서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이 될 겁니다.
이런 상사의 지시는 일단 바로 예, 하고 착수하세요. 다 경험을 통해 가능한 일을 시킵니다. 이런 류의 상사는 남이 감당 못할 일을 절대 다른 사람에게 미루지 않아요. 그러다가 실적이 엎어지거나 일이 틀어지면 본인이 제일 고통받기 때문입니다. 성과를 내야 하는데 자전거로 고속도로를 달리는 상황을 만들겠어요?
정 아니다 싶은 사안이면 대안을 제시하세요. 예를 들어 자신은 중국어 전공인데 일본어 전공이니 통역으로 착수하라는 ‘착각’이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 보통 상당수의 사람들이 ‘아 저는 일본어는 못합니다’에서 끝나는데 여기서 끝내지 마세요.
대안을 확실하게 제시하세요. 아 저는 중국어 전공이라 일본어는 못합니다. 일본어를 하는 김대리와 같이 참석하겠습니다.’ 하는 식으로요. 예? 그냥 김대리가 잘한다고 하면 안 되냐고요? 이런 상사는 자신의 지시를 남에게 던지는 것도 싫어합니다. 미션을 수행하기 위한 설루션만 보세요.
위에서 악마를 프라다를 입는다 이야기를 했었죠? 소설 속에서 에밀리아를 들볶다 못해 갈아 마신 미란다, 다른 곳으로 이직하는 에밀리아를 인터뷰하는 사람에게 미란다는 ‘그 사람을 뽑지 않으면 후회한다’는 편지를 씁니다. 에밀리아에겐 의외였죠. 이렇게 자신을 인정해 주는 줄은 몰랐을 테니까요.
그런데 이런 타입의 사람 중 능력이 있는 사람일수록 자신이 인정한 사람에게는 그만큼의 상을 줍니다. 그래야 자신의 실적을 위해 더 일해 줄 테니 까요. 일을 통제하는 타입이니 권한의 위임에도 능한 배울 점이 많은 상사입니다.
위의 타입의 일 중독 상사 들은 일을 해결하기 위해 정면돌파를 선택합니다. 결과 주의자예요. 그런데 이와 비슷하게 일을 중시하는 것 같으면서도 양상이 다른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관리자’ 타입의 상사입니다. 보통 재무 팀, 인사 팀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는 리더입니다. 과정 주의자죠.
이 직종에 있는 분들은 주변에서 일어나는 불순물을 제거하는 데 탁월한 능력이 있습니다. 특히 재무부서는 작은 오차에도 크게 거부감을 느낍니다. 부하가 결혼한다고 할 때 날짜를 물어봤다더니 ‘5월 중순입니다’ 라고 대답해도 기분이 팍 상하는 타입이 많죠. 왜냐면 날짜를 물어봤는데 시기를 대답하는 것도 그렇고 자기 결혼 날짜도 안 잡고 보고하는 것도 곱게 보이지 않는 거죠.
그래서 모든 일을 다 통제하려고 합니다. 부하직원에게 모든 업무 일지를 받고 세세한 것 까지 지시를 하죠. AtoZ을 다 아는 데서 그치지 않고 자기 혼자서 총괄하려고 합니다. 심지어 거래처에서 금액 네 고해서 깎았다고 바로 하겠다고 하지 말고 일단 그 자리에서 내게 전화하라는 상사까지 나오죠.
그래서 이런 상사 밑에서 일을 하면 높은 확률로 ‘일이 재미없는 직장’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경우는 우선 하급자는 할 일이 없습니다. 정 개선을 해야 한다면 상사가 먼저 나서서 최종 점검만 하고 중간 과정은 지침만 내려주는 데서 발을 빼야 합니다. 즉 상사가 먼저 부하직원에게 위임하고자 노력해야 합니다. 위임형 관리체계를 만드는 것이지요.
하급자 여러분께도 한 가지 조언을 드리자면 이런 깐깐한 업무를 하는 사람의 지시는 메모해두세요. 말했죠? 5월 중순 같은 애매한 답은 싫어하는 사람이라고요. 거래처 미팅이 언제지?라는 질문에 내일 오전이라는 대답이나 하면 아마 조금씩 속이 타 들어갈 겁니다. 11시이므로 사무실에서 10시 반에 나가면 걸어서 시간에 맞출 수 있습니다. 정도는 나와야죠. 아마 ‘얼마나 걸리는지는 나도 안다’고 한 소리해도 별로 기분 나빠하진 않을 거예요. 선만 지킨다면요. 이들은 그런 세세함에 익숙하고 이를 갈망하는 사람들입니다.
이 유형의 사람들은 위의 사람들과 확연히 다릅니다. 한 조직의 구성원 또는 리더로서 윤활유의 역할을 합니다. 서로 잘 지내고 화합하는데 주력하죠. 문제는 이 과정에서 회사원으로써 활약할 때 발생합니다. 존경받고 싶고,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데 닦달을 해야 하죠. 부서 실적은 위험하니 액션을 취해야 하는데 변신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이중적이라고 평가받는 사람들 중에 이 부류의 상사가 의외로 많습니다. 잘 지내던 부하직원을 위기시에는 먼저 버리는 타입이 있죠. 또는 사람은 좋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죠. 이는 실행력과 갈등 해결력이 없다는 이야기와 같습니다. 보통 자기개발서에는 이런 상사에게는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을 한 후 앞으로의 진행방향을 상의하라고 적혀있습니다. 상사가 나서서 뭘 하지는 못하는 타입이니 본인이 직접 하라는 이야기죠.
그런데 문제는 사실 이 글의 핵심 주제이기도 한데 이 타입이 딱딱 나눠 떨어지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리고 모두 일을 생각하는 사람이 아닐 수도 있고요. 일에 집중하는 상사가 일이 아닌 정치에만 집중하면 주변인에게 그것만큼 괴로운 일은 없으며, 관리형 상사가 동반성장을 생각하지 않고 부하직원을 목표 달성을 위한 부품으로만 본다면, 절대 위임을 해주지 않는다면 직원들의 성장은 그 나물의 그 밥이 됩니다.
이런 관계 중심형 상사 중에는 정작 부하가 뭐라고 압박을 주면 괴로워하고 힘들어하거나, 이 압박을 자신의 위치에 대한 도전으로 생각하고 다른 인물로 변신하기도 합니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관계를 정리하고 버리기에 집중하지요.
차선책이라면 이런 상사에게 무언가 결단을 촉구한다면 그가 가진 세계관을 나름대로 파악한 후 이것이 그 세계관을 지키기 위한 일임을, 당신을 존중하기에 이루어지는 일임을 인지시키는 것이 좋습니다.
단 이런 상사 중에서 가장 힘든 타입은 다른 타입의 상사인데, 낙하산으로 오거나 연줄을 통해서 와서 관계 형성에 주력하는 상사를 연기하는 경우입니다. 이 입장을 명확히 밝혀내지 못하면 그들의 눈 밖에 나는 건 시간문제입니다.
사실 요즘같이 4차 산업혁명이 오고 패러다임이 바뀌는 시대에 각광받아야 할 상사들인데 실제로 보면 이렇게 진보적이고 열심히 사는 상사들이 치고 올라가는 경우보다는 일찍 잘려나가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혁신 선도가 조직에서 결코 쉽지 않음을 보여주는 사람들이죠.
이런 상사는 부하직원이 개선책을 던지거나 프로젝트에 문제점을 지적해도 본인의 입지만 건들지 않으면 좋아합니다. 즉 ‘부장님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립니다!’ 같은 소리만 아니면 ‘좋은 아이디어긴 한데, 예산이 부족해서 대안으로는 적절치 않습니다.’ 같은 태클은 좋아합니다. 오히려 이런 타입 중에는 예스맨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혹은 자신이 목표하는 혁신을 이루기 위해 예스맨만을 찾는 사람도 있고요. 어렵죠? 원래 혁명가 타입의 사람은 쉽게 이해하기 힘듭니다. 다만 혁명이 기본 목적이므로 근거 있는 태클을 받아들이는 아량이 있다면 일할 맛나는 상사가 되기도 합니다.
만약 이런 상사의 주도하에 프로젝트를 한다면 회사가 이 상사가 주도하는 변혁을 받아들였음을 의미합니다. 그렇다면 정확한 방향을 요구하세요. 방향만 제시받고 실행방법은 직접 챙기는 게 바람직합니다.
반면 이런 상사의 지시가 100% 받아들여지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예를 들어 국내에 아이폰이 처음 들어올 때 KT를 제외한 관련 산업의 회의실에서는 아이폰을, 스마트 폰 혁명의 바람을 끄기 위한 회의가 연일 벌어졌다고 합니다.
그런 상황인데 KT가 아이폰을 출시하게 만든 사람은 쉽게 성공시켰을까요? 아마 KT 내부에서도 여러 번의 좌절과 반대에 부딪혔을 겁니다. 그동안의 패러다임을 다 바꾸고 수익모델까지 크게 조정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요. 아마 데이터 중심 요금제의 수익성, 앱스토어 체계의 비즈니스 모델 등에 대한 데이터로 중무장하고 전투에 임했을 겁니다. 아마 지금의 패러다임은 깨져도 더 나은 신천지가 나타난다고 설득했겠죠?
그래서 이런 상사는 자신의 혁신을 실행하기 위한 기반을 다지는데 주력합니다. 만약 그 일이 정말 아니다 싶어서 반대를 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면 그 기반을 깨기 위한 기반, 즉 논리적 근거와 데이터를 확실히 갖춰놔야 합니다.
이렇게 여러 타입의 성격을 봤습니다. 그런데 이를 딱히 몇 가지 성격으로 규정하진 않으려고 해요.
왜냐하면 성격 유형 테스트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이 세상에 한 가지 유형의 성격만을 가진 사람은 드물다는 것입니다. 위에 열거한 타입만 놓고 보자면, 관리자 형 + 관계중심 형 또는 일 중독형 + 관계중심 형이 섞인 사람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사람은 정말 일하기 편합니다. 어떤 형태로 성실함을 어필한다면 다른 단점은 봐줍니다.
반면 일 중독형 + 혁명가형의 상사는 다른 건 차지하고라도 따라가는 게 쉽지 않고 그 생각을 공유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만약 이 타입의 상사가 유능하면 행복하겠지만 무능 하기라도 한다면 부하직원들은 폭주를 멈추는데 역량을 쏟느라 일에는 신경도 못쓴다는 겁니다.
그래서 직장 만족도에서 가장 크게 좌우하는 것이 사람 관계가 된 것일 겁니다. 다만 어떤 상사를 만나도 그를 이해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고, 성실하게 일에 일단 착수하고 문제가 생기면 토론하고자 한다는 기본은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