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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식공장장 Jun 11. 2018

대한민국 건물 가격의 나비 효과

대한민국 경제의 이상현상과 흐름

역사 리더십 경영 매거진의 테마를 바탕으로 새로 엮어낸 <조선 리더십 경영> 이 와이즈베리/미래엔에서 2018년 11월 하순 출간됩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이메일 : inswrite@gmail.com

중앙일보 : 폐업신고도 번호표 뽑아


1. 보통 소비자의 임금이 정체되거나 소비시장이 침체되면 물가는 내려갑니다. 


일본이 정상적인 예지요. 중소기업 초봉 18만 엔도 어떻게 사나 싶더니 요즘에 15만 엔 등장이라지요. 덕분에 관광객 입장에서 보면 소비 물가는 참 싸게 느껴집니다. 코카콜라는 마트에서 사면 한국 마트 반값일 정도예요. 물론 주거, 세금, 교통 때문에 실질 생활물가는 더 높지만요.


그런데 한국은 어떤가요? 9년 동안 소비자의 임금은 정체되고, 소비시장이 침체 및 양극화되었는데 물가는 오르기만 하네요? 왜 이러는 거죠?



2. 한국이 전 세계에서 가장 못살던 나라라는 타이틀을 떼고 날아오른 계기는 경제성장이었죠. 미국이 시켰든 어쨌든 경제발전으로 인해 한국은 아시아의 4대용으로 불릴 정도로 크게 성장하고, 배가 부르고 등이 땄으니 아이도 열심히 낳습니다. 베이비 부머 세대의 출현입니다.


일본과 한국의 베이비 부머는 비정상적인 상황 때문에 험지로 내몰립니다. 일본의 베이비 부머는 거품경제의 타격을 받습니다. 전기 베이비 부머 세대라면 모를까 후기라면 잃어버린 20년을 겪어가며 지쳐가지요. 


한국의 경우 늦은 경제발전과 전란으로 인해 일본보다 베이비 부머 시기가 늦었습니다. 이 사람들은 10여 년 정도가 지난 시점에 타격을 받습니다.


당시 한국 경제는 정부 말기의 무리한 경제정책으로 인해 외환위기를 맞습니다. 세계 경제가 돌아가는 꼴도 모르고 정부의 수출정책 홍보, 무리한 외환운용 그리고 기업들의 차입경영으로 인한 부실화가 원인이었지요. 그래서 이때 정년을 채우지 못하고 회사에서 그만두는 사람들이 속출합니다. 



3. 이 시기는 회사에 충성하면 정년을 맞이하고 가족을 부양할 수 있던 시기와, 회사에만 올인했다가 인생 제대로 망가지는 사람들의 경계가 나뉘는 시기기도 합니다.


물론 특수 기술자, 전문직이면 상관없었을 겁니다. 경쟁력 있는 인재라면 다소 하향 지원하는 한이 있어도 좋은 기업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직장인은 회사일에만 충성하다가 맨손으로 시장경제판에 내몰립니다. 


그래서 대한민국에서 프랜차이즈 자영업이 인기를 끕니다. 편의점을 하면 물건은 알아서 매입해주고, 식당을 차리면 음식은 반은 조리해서 공급해주니 근면하게, 친절하게만 운영하면 다른 생각 안 해도 먹고살 수가 있거든요. 적어도 이전엔 그랬죠.


이렇게 공간을 빌려서 자영업을 하면 부동산의 임대가 필수이며, 이 시기에 대량으로 사람들이 몰려나왔고, 이후 대부분의 기업의 운영이 투자에서 사업모델의 유지, 감축으로 전환하면서 시장에는 명퇴자가 흘러나오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39살이던 제 지인이 대기업 그룹에서 일괄 명퇴당하는 일까지 일어나고 말았죠. 안타까운 일입니다. 


이렇게 시장이 퇴직자를 쏟아내니 부동산 임대 경쟁은 더욱 치열해집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

앞으로 부동산 가격은 계속 오를까요?



4. 임대업을 하시는 분들 중에는 세상의 흐름을 정확하게 보시는 분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도 있습니다. 여기서 보이는 대표적인 오류는 주거형 부동산을 상가형 부동산과  같은 부류로 보는 것입니다. 


주거형 부동산의 경우는 사실 생업 공간이 서울에 몰린 대한민국의 사정상 무작정 오릅니다. 집값이 올랐다고 집을 나오거나 직장을 때려치울 수는 없으니까요. 이 임계점... 그러니까 주택 임대료가 수입을 넘어서지 않는 한 사람들은 버틸 수밖에 없습니다. 만약 임대료가 수입을 넘어서서 사람이 떨어져 나가면 그 자리는 다른 사람이 채우겠죠. 이런 현상을 노리는 임대사업, 부동산 투자가 집값 상승의 정체입니다.


그런데 상가, 업무형 부동산은 이야기가 좀 다릅니다. 이런 부동산을 빌리는 이유는 주거가 아니라 '수익창출'에 있습니다. 즉 임대료 > 수익 인 상황이 되면 상가 부동산을 빌릴 이유는 사라집니다.


상가의 가치는 수익성에 달려있습니다


5. 2012년이던가 2013년이던가... 제가 자주 가던 이대의 단골 미용실이 이사를 간 적이 있습니다. 그 미용실 주인은 별 말을 안 했는데 나와서 길을 걷다 보니 사람들이 열심히 고민 토로를 하더군요. 임대료를 40%나 올려달라고 했대요. 그 말을 듣고 정신을 가다듬고 나와보니 주변에 남아있는 임차인이 거의 없더군요. 


이대는 한때 중국인의 주요 관광지였습니다.  이대의 발음이 리파(利发)라는, 돈이 생긴다는 말과 발음이 같다는 것 때문에 중국인들 사이에서 사진 찍고 문패 만지고 오기 열풍이 불었죠. 이렇게 사람이 몰리자 기념품점, 화장품점이 우후죽순 늘어났고 이를 보완하기 위한 요식산업도 성장했죠. 


이렇게 중국인이 미어터지자 상인들이 임대료 올려댄 겁니다. 심지어 두 배씩이나 올리기도 했지요. 


하지만 이게 패착이었습니다. 


이대역에서 이화여대까지 이어지는 라인, 이대에서 신촌역으로 빠지는 라인이라면 모를까 구석구석 상점에 사람들이 몰 릴리 없죠. 결국 수익 < 임대료인 상황이 발생하고 결국 사람들이 하나둘씩 임대료 때문에 빠져나가고 공동화가 발생한 겁니다.


월 수입이 1000원인데 임대료가 1100원이면, 이런 현상이 1년, 아니 3개월만 지속되어도 자영업주는 수익성이 담보된 다른 곳으로 빠져나갑니다. 젠트리피케이션 이렇게 홍대로 빠져나가고 합정으로 빠져나가고 망원으로 빠져나가는 과정에서 이대상권은 버림받고 말았죠.


결국 임대주들은 아예 한 푼도 못 받는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임대료 10년 동결을 선언합니다. 덕분에 청년창업자들이 다시 몰려들기 시작했지만 문제는 상권이 많이 죽어버린 후라는 거였죠. 결국 가치를 다시 올리는데 시간이 들어버렸습니다.



6. 자 그럼 맨 처음에 말한, 일부 독자분들이 잊어버리셨을지도 모르는 '소비시장이 침체되는데 물가가 오르는 기현상'에 대해 다시 이야기해보죠. 


원래 같으면 시장에 공급자가 늘어나면 물가가 내려가야 해요. 하지만 이 공급자가 늘어나는 이유는 퇴직해서 할 게 없어서가 상당히 많습니다. 이렇게 되면 상가 빌리는 수요가 늘어나게 돼요. 이러면 두 가지 현상이 일어납니다.

하나는 수요가 늘어나니 상가 임대료가 올라가는 현상
또 하나는 자영업 경쟁자가 늘어나서 매출이 줄어드는 현상. 


결국 임대료 맞추려고 가격을 올려 받아야 하고 잘 안 되는 자영업자들은 내 주머니가 빈곤하고, 사회적으로 소득이 안 늘어서 주머니가 빈곤해지니 소비가 줄어드는 겁니다. 


게다가 이를 부추긴 사건도 있어요. 2009년 이명박 대통령과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만수 노믹스를 통해서 뭔가를 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결과는 대실패, 옛날과는 달리 요즘 무역시장에서 수출 중심의 무역정책을 짜면 수입물가도 같이 올라가게 됩니다. 이렇게 머릿속이 70년대에 머무른 사람들 때문에 불과 1년 만에 4500 원하던 밥값이 7000원이 되는 기적을 목도하게 되죠. 불난 집에 휘발유를 소방호스로 들이부은 격입니다.


결국 이런 현상이 일어난 이유는 경제상황 및 그간의 잘못된 경제정책 때문이었습니다. 


7. 이런 현상이 터지면 부작용이 생기죠. 사람들은 말이죠, 주머니에 여유가 있으면 본인의 취향을 챙깁니다. 하지만 여유가 없으면 가성비, 리뷰에 의존하게 돼요. 자기 취향대로 안 보고 리뷰어의 평에 의존하고, 자기 판단대로 음식점을 안 고르고 맛집 블로거가 칭찬한 집에 가게 됩니다. 


이렇게 소비시장은 단편화되고, 단순해져 가며 경쟁은 치열해집니다. 이렇게 되면 대기업이 진출하기가 쉽습니다. 


그들의 강점은 자본과 물량으로 공급가를 낮추고, 전 지역에 유통하는 능력이며
약점은 소소한 취향에 맞는 상품을 공급하기 어렵다는 것이거든요.


하나의 제품을 생산해도 팔 수 있는 지역이 다르기 때문에 건물주에게 높은 임대료를 줄 수 있어요. 제품의 생산원가가 다르거든요. 


홍대 리치몬드사 사라진 이유도 대기업이 건물주에게 더 높은 임대료를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건 자본의 힘이에요 [출처 : 리치몬드]

그리고 대기업이 들어오면 기존 자영업자들은 압박에 내몰릴 수밖에 없습니다. 자기만의 맛, 자기만의 특성을 찾아낸 사람은 괜찮아요. 하지만 그런 게 없다면 대기업 커피보다는 싸지만 그래도 임대료는 보전할 수 있는 가격대면서 사람들이 거부하지 않는 가격까지는 지속적으로 올려가야 해요. 


게다가 꾸준히 생산(?)되는 퇴직자들이 임대업을 하기 위해 대여를 하고, 이렇게 건물 가격은 올라가며 올라간 건물 가격으로도 수익을 낼 수 있는 사람은 한정되어 있고 이렇게 시장의 취향이 단편화되는 악순환이 일어납니다. 



8. 결국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느냐

외환위기 이후 퇴직자가 크게 늘어 자영업을 시작했고, 덕분에 상가 임대료가 급증했다.

이렇게 경쟁이 치열해지자 매출은 줄어드는 반면, 퇴직자의 건물 수요는 늘어서 임대료는 올랐다.

경쟁이 치열해져서 매출은 줄고, 소비도 줄었다. 

여기에 늘어나지 않는 임금과 잘못된 경제정책도 한 몫했다. 특히 만수.

최근 문재인 정부가 최저임금인상, 노동개혁을 시도하는 이유는, 최소한 개인 자영업 시장이 무너지지 않게하기 위해서이며 일련의 조치는 시장소비증가 및 다양화에 기여할 수 있다.


사실 이런 현상을 막을 길은 없어요. 다만 한 가지 말해두고 싶은 건 선택을 잘하라는 것뿐입니다. 얼마 전에 모 외국계 기업에서 유능하기로 이름난 재무본부장인 지인이 낀 모임이 있었어요. 그때 그 모임원 중 한 명이 '강사 & 작가'로 전업했다고 말하자 그 재무본부장인 지인 왈 '사무실 내라, 차 근사한 거 뽑고'.


사람의 인식이 그래요. 제가 지인 덕분에 강연을 한 적이 있는데 그 지인이 강의 평가가 아주 좋았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많이 기대를 했는데 후속 강의 요청이 안 온 겁니다. 


그래서 뭔가 실수한 게 있어 알음알음 이유를 물어보니 '강의 끝나고 지하철 타러 가는 거 보고 없어 보였다더라, 그래서 강사들은 법인 차리고 차 리스한대'라고 하더군요. 저는 지하철에서 주로 책을 읽기 때문에 ( = 작가든 강사든 공부안하면 끝입니다) 어지간하면 지하철을 타는 사람이라 경악했던 기억이 납니다(버스는 흔들려서).


그런 시스템이니 사무실 내고 차 뽑으라고 권한 거죠. 하지만 저는 이런데 휘말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자영업을 하게 된다면 선택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고정비가 늘어도 있어 보이는 연출을 할 것인가, 최대한 고정비를 줄이고 궤도에 올라가는데 주력할 것이냐.


여러분은 어떤 선택을 하시겠어요? 


요약


1. 한국에서 소득이 적은데 물가가 오르는 주 요인중 하나는 자영업 현황이다.

2. 이런 상황에서는 자영업을 한다면 고정비를 최대한 줄이는 업종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3. 제대로 상권분석 안 하고, 잘되는 것 같다고 임대료 올려 받으면 상권 무너뜨릴 수 있다. 


역사 리더십 경영 매거진의 테마를 바탕으로 새로 엮어낸 <조선 리더십 경영> 이 와이즈베리/미래엔에서 2018년 11월 하순 출간됩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이메일 : inswrit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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