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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식공장장 Jun 07. 2018

VR도 이대로 가면 망한다

기술만 보면 놀이를 이해못한다

1. 모 경제지에 VR 테마파크에 대한 기사가 났습니다. 국내 대기업 몇 곳이 시작했는데 좋은 성과를 거두더라~매출이 점점 오르더라~ 하는 내용이죠. 


그런데 사실 이런 비즈니스는 사실 처음에 시작하면 매출이 오르게 되어 있어요. 문제는 들어오는 돈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 돈을 어떻게 유지시키느냐가 관건입니다. 우리는 살아오면서 ~방, ~장이라는 여러 가지 놀이시설을 봐왔지요. 하지만 의문이 생깁니다. 그 방들 중에서 오늘날까지 생명력이 이어진 것이 몇 개나 되나요? PS방이라고 게임기를 가지고 노는 방이 한때 붐이라고 기사가 났죠? 요즘은 찾아보기도 힘듭니다.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는 창의성 있는 콘텐츠보다


그렇게 일으킨 붐을 어떻게 오래 끌고 가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일본의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이 괜히 막대한 돈을 들여 새로운 체험시설을 만드는 게 아닙니다. 기존의 체험 이상을 제공하지 못하면 사람이 오지 않는다는 걸 잘 아는 거예요. 그래서 스파이더맨은 스파이더맨 3D로 진화했고 나중에는 스파이더맨 4D로 진화했습니다. 그리고 해리포터가 태어났죠.


 이 녀석도 이후 새로운 체험을 넣어 버전업 한대요 [출처 : 유니버설 스튜디오 올란도]


2. VR사업에 관심 가진 기업은 하나 둘이 아니에요. 


우선 디스플레이 제조사. 아직 VR은 개발 중인 기술이라 해상도가 현실과 착각할 수준은 아닙니다. 그래서 VR은 경쟁은 치열해지고 수익은 줄어드는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VR은 정말 귀하디 귀한 갓 태어난 신흥시장이죠.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신 성장동력을 유치하기 위해 애쓰는 각 지자체장에게도 VR은 귀한 먹거리입니다. 수많은 예산이 VR 체험을 위한 무언가를 만들기 위해 소요되죠. 


그리고 이 콘텐츠를 만들기 위한 업체들 나아가서는 이 붐을 틈타 주력 먹거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제작사들도 있습니다. 게임회사, 교육회사 등을 들 수 있죠.


문제는 VR의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겁니다. 
아니, 이대로 가면 또 사양산업이 됩니다.

지금 나온 VR 콘텐츠는 확실히 신기한 체험이긴 합니다. 하지만 제대로 된 해상도로 즐길 수 있는 기기 가격이 아직도 접근하기 어려울 정도로 비싸고, 콘텐츠 자체가 부족합니다. 


현재 콘텐츠가 3D 공간을 부분적으로 보여주는 것 이상을 못하기 때문입니다. 


오큘러스 Go가 29만 원에 공급된다고요? 충분히 저렴한 가격이라고요? 물론 인정합니다만 그건 저 같은 사람에게나 해당되는 거고 일반 소비자들은 VR이 대단한 기술이라고 보기보다는 29만 원을 주고 놀 거리가 되는지가 더 큰 문제입니다. 


과연 현재 VR기기 중 그 가격에 걸맞은 콘텐츠를 제공하는 기기가 있을까요?

3. 영화 아바타가 개봉하자 전 세계가 패닉에 빠졌습니다. 그동안 겪어보지 못한 엄청난 체험에 너도나도 흥분했고 그동안 개발만 되었지 활용될 길을 못 찾던 3D 디스플레이 기술이 실용화되었습니다. 삼성, 소니는 셔터글라스를 LG는 편광 글라스를 밀어붙였고 개중에는 휴대용 기기에 3D 스크린을 붙이는 시도가 이뤄졌죠. 


하지만 지금 3D 시장은 거의 사장되었습니다. 제조사는 3D TV 생산을 포기했고, 3D 기기중 가장 많이 팔렸다는 닌텐도 3DS도 결국 3D 디스플레이를 뺀 닌텐도 2DS XL로 완전히 모델 체인지가 되었죠. 


3DS는 생산중단, 2DS LL이 주력이 되었고 이후 닌텐도의 게임도 2D로 나오게 되었죠 [출처 : 닌텐도]
붐을 이끌어 나가는 건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의 필수요소라고 봅니다.
그리고 이건 기술주의 사고만으로는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현상입니다.


3. 영화 아바타가 대단한 이유는 3D여서가 아닙니다. 3D로 무엇을 보여줄 수 있는지에 대해 제대로 대답했기 때문입니다.


영화에서 전투가 한창일 때 갑자기 사람들이 움츠리는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화면에 소이탄이 날아올 때인데요. 영화 속에 있었어야 할 탄이 화면 밖으로 날아오자 놀라 움츠린 겁니다. 이 움츠리는 행동은 3D 영상이 주는 체험인 거죠. 이 영화에서 이런 체험은 곳곳에 포진해 있습니다.


세계 최초 블록버스터 3D 영화를 만드는 입장에서 그냥 3D로 연출의 한계를 뛰어넘어도 됐을 겁니다. 하지만 제임스 카메론은 그러지 않았죠. 아마 그 완벽주의자는 자신만이 보여줄 수 있는 3D를 보여주기 위해 꾸준히 연구했을 겁니다. 무려 기획에 14년이 걸렸죠?


주인공 제이크를 노리는 네 이 타리의 활에 날아오는 나비는 화면 밖에서 날아오는 듯하며, AMP슈트가 쏘는 탄은 화면으로 날아옵니다. 이건 당시 사람들에게 새로운 체험이었습니다.


화면 밖, 객석쪽에서 화면으로 날아들어가는 나비는 관객의 감탄사를 끌어내기에 충분했습니다. [출처 : 아바타]


그런데 문제는 이 이후의 작품들입니다. 3D 붐이 계속 가기 위해선 이 이상의 체험을 시켜줄 작품들이 나와야 하는데 정작 이후의 작품들은 일부 장면에서 공간감을 줘서 강조하는 이상을 못한 것이죠. 이후 3D로도 촬영된 영화의 수익은 올라가지만 수익에서 3D 상영분의 비중이 떨어지는 영화가 늘어났다고 합니다. 그래서 2D개봉관의 수가 늘어나게 되었고, 이는 3D 영화 제작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았죠.


제작이 위축되자 3D 콘텐츠가 부족해졌습니다. 하지만 3D TV를 팔아야죠. 그래서 2D 영상을 강제로 3D처럼 보이는 기능이 들어갑니다. 하지만 이 영상은 플리커링이 굉장히 심해서 눈의 피로가 말도 못 한 데다, 그냥 잠깐 신기한 것 이상을 못합니다.


결국 사람들은 3D TV의 3D 기능을 끄고 닌텐도 3DS의 3D를 잠깐 보고 끄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3D는 쇠락 산업이 되고 말았죠.


가장 큰 문제는 파나소닉이 독점판권을 사놓고 바로 적정가격의 기기를 출시하지 않은 겁니다. 아마 독점계약 안 맺었어도 3D의 보급은 훨신 빨라졌을 겁니다. [출처 : 아바타]


4. 이렇게 콘텐츠를 기술로만 바라보다가 망치는 경우는 하나 둘이 아닙니다. 3D만 그랬던 게 아닙니다. 그 이전에는 모션 센서를 들 수 있겠습니다.


2006년 사람의 동작을 인식하는 신개념 게임기 닌텐도 Wii가 공전절후의 히트를 하자, 경쟁사인 마이크로소프트와 소니는 각각 키넥트와 무브라는 제품을 출시합니다.


하지만 이 제품들은 체험을 이끄는 방향을 잡지 못했습니다. 앞에서 말했듯 3D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튀어나오는 것이 아니라 튀어나오는 것이 어떤 경험을 시켜주냐였죠. 마찬가지로 모션 센서도 무슨 체험을 할 수 있느냐가 중요했는데 마이크로소프트의 키넥트는 기껏해야 춤추는 게임을 모션인식으로 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데 그쳤고, 소니는 모션 센서를 제대로 활용한 게임을 단 하나도 내지 못한 채, 모션 센서란 게임 컨트롤러보다 불편한 것이라는 오해만 주입시켰습니다


사람이 직접 움직이는데 게임 컨트롤러로 조작하는 것보다 더 게임이 어려워지면 어쩌나요?


결국 소니는 무브를 자사의 VR기기인 PSVR에 재활용했지만 이 PSVR도 기술만 대단할 뿐 제대로 된 소프트가 나오지 않는 바람에 보급에 차질이 생겼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키넥트를 XboxOne에 강제 보급시켰지만 결국 제대로 지원하는 소프트조차 못 낸 채 생산 중단시켰죠.


게임의 신 미야모토 시게루가 키넥트를 보고 지은 표정. 그는 이게 기술일 뿐 재미있는 놀이는 아님을 간파한 듯 합니다 [출처 : 인터넷 커뮤니티]


5. 이유를 다시 말하자면 이게 엔터테인먼트라는 걸 까먹어서 그래요. 새로운 기술이 나오면 관련 장비를 생산해서 팔 수 있고, 여기서 나온 기술을 특허로 보호하거나 특허권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죠. 이건 맞는데 문제는 이 붐을 오래 지속시켜야 안정적인 수익이 생긴다는 건 모르는 겁니다.


아무리 기술이 좋으면 뭐합니까. 그 기술을 자꾸 접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야죠. 


처음 접하는 VR은 그냥 둘러보니 아 내가 화면 안에 들어왔네? 정도면 됩니다. 하지만 이후 접하는 VR은 체험이 동반되지 않으면 안 돼요. 그리고 나중에 나오는 VR은 오감을 만족시키는 식으로 가야 합니다. 아니면 몰입할 수 있는 구성을 취해야 하죠. 


이 점을 깨닫지 못하면 VR도 3D처럼 실패합니다. 
제조사들이 투자할 때 한 번 더 생각해봐야 할 부분입니다.


[출처 : 재팬타임즈]

한 가지 좋은 예가 있습니다. 일본 만국박람회장 근처에 있는 건담 베이스에서 기간 한정으로 VR체험기가 운용되었죠 (링크 : 재팬타임스) 이게 단순히 3D 공간 안에 나를 보내주는 게 아니라 저 의자 같은 것 (사실은 건담의 손)에 탄 채 높이 올라가는 체험을 해주는 겁니다. 기기 자체가 진짜 높은 데를 올라가는 것 같은 체험을 하게 해주죠. 저도 해봤는데 진짜 무섭습니다.


꼭 저렇게 설비를 만들라는 건 아닙니다. 게임마다 저런 걸 만들면 사업이 되겠어요? 하지만 앞으로 VR을 오랜 붐으로 만들려면 이에 준하는 연구가 필요합니다. 여러 게임에 대응하는 추가 범용 컨트롤러를 만드는 한이 있어도 말이죠.


6. VR의 활성화는 쉬운 과제가 아닙니다. 소규모 기업이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서 될 일도 아니고, 구글, 애플 같은 기업이 혼자서 각자 투자한다고 될 일도 아닙니다. 3D가 그러다 말아먹었지 않습니까?


지금 VR의 가장 큰 문제는 아직 진행 중인 기술이고 (특히 해상도, 그래서 OLED 패널 제조사가 불을 켜고 달려드는 겁니다) 범용성이 떨어집니다. 그나마 소프트 수가 가장 많은 PSVR의 경우 지원 게임은 150개 정도, 하지만 플레이 시간 3시간 이상의 게임은 거의 없습니다. VR 체험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고 이건 비단 PSVR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현재까지 어떤 업체도 VR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제대로 된 콘텐츠를 만든 곳이 없어요. 이는 한 두 회 사가 할 일이 아니라 여러 회사가 동시에 움직여야 합니다. 그래야 소프트웨어가 풍부해지죠.


당장 콘솔 게임 플랫폼 비즈니스, 인터넷 플랫폼 비즈니스를 돌아보세요. 이 플랫폼이 어떻게 떴는지. 


플랫폼을 살릴 수 있는 콘텐츠가 줄기차게 이어졌고 
이것이 소비자의 생활습관으로 굳어진 겁니다.


이점을 설령 깨달아도 이미 지금 시점에서 VR의 확산은 보통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마냥 아쉬울 따름입니다.


업무/기고 의뢰 시 inswrite@gmail.com로  연락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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