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행동에는 다 이유가 있다
1. 뉴스를 보다 보니 스타벅스가 100개 매장을 중심으로 현금이 아닌 어플과 카드결제만 받는다는 보도를 하더군요.
그런데 이거 좀 희한하지 않나요? 보통 개인상점에 카드를 들이대면 사람들이 무지 싫어하죠. 매출이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현금가와 카드가가 다른 매장도 무지 많습니다. 그런데 왜 스타벅스는 카드와 어플 결제만 받겠다는 걸까요? 매출을 투명하게 하려는 의지요? 과연 이게 이렇게 단순하게 볼 문제일까요?
2. 이 제도를 이해하려면 스타벅스의 문화를 이해해야 합니다. 우선 스타벅스는 현금결제율이 10% 수준에 지나지 않아요. 이유인 즉 어플 결제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어플로 결제하면 포인트도 쌓이고 사이즈도 업되게 해놨습니다.
충천해서 어플로 주문하면 소비자에게 훨씬 이득입니다.
왜 스타벅스는 어플로 주문하면 덤을 얹어주느냐, 당연히 어플을 쓰게 만들려는 거죠. 자 그럼 한 번 더 따져보죠. 왜 어플을 쓰게 만들려는 걸까요?
3. 요즘 마트에 갈 때 눈에 밟히는 것이 있습니다. 카드 리더기가 계산원 쪽이 아니라 소비자 쪽으로 배치된 거예요. 예전처럼 마트의 점원에게 카드를 넘길 필요가 없어요. 직접 소비자가 꽂을 수 있게 해놨습니다.
이는 무인계산대로 교체하기 위한 포석입니다. 소비자가 직접 카드를 넣고, 포인트 카드를 쓰게 하는데 익숙하게 만드는 거예요. 소비자가 직접 카드를 넣으면? 그 자체만으로는 이득이 없습니다. 제가 한 번은 카드를 직접 주고, 한 번은 제가 넣고 시간을 재봤는데 계산에 걸리는 시간 차이는 거의 없어요.
고객을 무인 계산 시스템에 익숙해지게 하기 위한 교육일 뿐입니다.
아마 마트 쪽에서는 이제 소비자들이 직접 카드를 넣고 빼는데 익숙해졌다고 판단되면 무인계산대의 비중을 늘리던가 시범적으로 무인 전용매장을 만들 거예요.
일본 로손에선 이미 이런 시스템이 도입되었습니다. 다른 사람과 말 섞는 걸 안 좋아하는 일본문화 특성과 맞물려서 꽤 호평이라더군요.
이후, 어느 정도 정착되었다 싶으면 점원 수를 줄여버릴 겁니다.
인건비 감소는 모든 기업들의 꿈입니다.
4. 지금 마트는 소비자를 교육시키는 중입니다. 하지만 그 교육이 매끄럽지는 않아요. 초창기 이마트는 조금 무리수를 뒀습니다. 카드를 건네주면 '단말기에 직접 넣어주세요'라고 하더군요. 익숙하지 않은 소비자는 반감을 갖겠죠 = 지금 무인계산대를 쓰는 사람은 IT에 익숙한 남성, 젊은 남녀일 뿐 중장년의 경우 반감이 크거든요. 하지만 롯데는 말없이 받아 들고 직접 계산합니다. 아마 사전에 교육된 내용이겠죠.
뭐 이런 진통이 있다고 단골 마트를 바꾸지는 않을 겁니다 (바꾼다면 롯데마트, 이마트, 하이마트 중 2개가 나란히 있는 동네 정도겠죠) 아마 이렇게 익숙해지면 무인계산대를 늘릴 겁니다.
이런 소비자 교육 시스템을 제일 먼저 도입한 건 제가 알기로는 홈플러스 같아요. 이미 꽤 오래전부터 소비자가 직접 카드단말기에 카드를 넣을 수 있게 해놨죠. 그래서 그런지 지금 홈플러스의 셀프 계산대는 사람이 미어터집니다. 경우에 따라선 일반 계산대가 더 빠를 정도예요. 하지만 이마트는 아직 한산하고요, 롯데는 셀프 계산대를 거의 도입하지 않았더군요.
이렇게 교육되면 자연스럽게 계산원을 줄일 수 있습니다. 굳이 여러 사람 채용할 필요가 없어요. 시간이 줄어드는 효과는 없을 겁니다. 즉 셀프 계산대는 모든 경영자의 꿈 인건비 줄이기의 일환입니다.
아, 다만 체감 대기시간은 줄어들 거예요. 멍하니 기다리기보다는 직접 계산해야 하니까요.
5. 그런데 이쯤 되면 의아한 대목이 있죠.
뉴스에서는 현금을 받으면 10분 걸릴 것이 현금을 안 받으니 3분이 되었다고 합니다. 이건 잘못된 걸까요?
아닙니다. 시간의 정확성은 모르겠지만 스타벅스에선 현금결제를 없애면 계산시간이 줄어드는 것이 맞습니다.
스타벅스는 이미 시스템이 완성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스타벅스의 문화를 아는 사람들은 전부 스마트폰에 어플을 깔아 둡니다. 어플로 결제하면 포인트도 쌓이고 사이즈도 키워주기 때문입니다. 사이렌 오더를 하면 더 간단하다. 차에서 내려서 오더 하면서 걸어가면 주문시간을 줄일 수 있죠. 이걸 어플로 결제하면 매장에 들어가자마자 음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이 모든 과정은 스타벅스의 IT시스템으로 관리됩니다.
시스템이 완성되어 있으니 시간이 더 빨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스타벅스가 이런 문화를 하루 이틀에 만든 것은 아닙니다. 여러 형태의 프로모션, 이벤트를 통해 하나하나씩 교육시켰죠. 소비자들은 이걸 활용하는 게 '자신의 소비 패턴에서 도움이 된다'는 걸 이해하고 활용하게 된 겁니다. 현금결제를 안 받겠다? 다른 업체에서 하면 난리 나겠지만 스타벅스에선 저래도 불편해할 사람 거의 없습니다. 주변의 스벅 마니아들은 '어차피 거기선 현금 안 쓰는데'라고 하네요.
부수적인 효과도 있습니다. 매장관리에 필요한 인원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습니다. 스타벅스에선 분명히 시간이 줄어들거든요. 물론 10% 정도의 현금결제율이 아깝긴 합니다만 스타벅스 입장에선 그 정도는 제도 도입으로 인한 수익으로 건질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겁니다.
6. 스타벅스 사례에서 배울 것이라면 '시스템을 만드는 법'입니다. 아직 한국기업은 어설프거든요.
현재 국내의 여러 업체가 운영하는 '인건비, 운영비를 줄이기 위한 소비자 교육' 은 아직 혼란기입니다. 일부 매장은 고객이 직접 결제해달라고 요구해도 계산원이 단말기에 카드를 넣으라며 버티기도 하죠. 이건 소비자를 교육시키는 게 아니라 복종시키는 겁니다. 일부 마트의 무인계산대는 점포 따라서 상품을 놓는 곳이 반대입니다. 예를 들어 이마트 가양점과 여의도 샛강점이 그 예죠. 저도 상품을 반대로 놓고 계산하면 경고가 울리기 때문에 난처한 상황에 놓입니다. 이렇게 점원한테 계산안한 상품 거기 놓으면 안된다고 한 소리 들으면 또 가기 싫어지죠.
시스템의 운용에는 확실한 로드맵이 필요합니다. 소비자가 자연스럽게 카드 단말기를 이용하게 만들고, 스스로 상품의 바코드를 인식하게 만들며, 이쯤 되면 위의 로손처럼 완전 자동 계산 기기를 도입해야죠. 왜 이래야 하냐고요? 저 시스템이 거부감 없이 도입되려면, 인건비 절감 프로그램이 성공적으로 도입되려면 소비자에게도 '편리함'이라는 급부를 줘야 하거든요.
스타벅스는 현금을 안 받아도 별 문제없습니다. 그만큼 소비자에게 얻는 게 있으니까요.
7. 이 글을 쓴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어떤 철 모르는 기업이 멋도 모르고 현금 안 받는다고 나설까 봐.
농담이 아니라 직장 생활하다 보면 잘 나가는 구글, 애플, 스타벅스, 페이스북, 아마존이 한다고 하면 멋도 모르고 따라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높으신 분들이 '이거 해본다는데 우리는 비슷한 거 안 하냐?'라고 들고 오시죠.
사실할 수는 있어요. 문제는 아이템은 도입해도 시스템은 도입하지 못한다는 겁니다. 현금 안 받는 아이템은 바로 도입 가능해도 어플 혜택, 사이렌 오더, 기프트 콘이 연동된 시스템은 도입 못해요. 이건 소비자교육이 되어야 합니다. 오너가 밀어붙여도 바로는 안됩니다. 시간이 필요하죠.
요즘 계산하다 보면 과연 이 업체가 '셀프 계산으로 인한 인건비 감소로 인한 혜택'을 소비자에게 줄 생각이 있는지 궁금해지는 곳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그 이후 로드맵이 없어 보이는 곳이 많아요.
잘 나가는 무엇을 들여오는데만 그치지 말고
어떻게 들여올지 고민했으면 좋겠습니다.
잘 나가는 해외 서비스를 도입하실 거라면 스타벅스의 한국 진출 역사를 한번 둘러보시길 권합니다.
이메일 : inswrite@gmail.com로 업무/기고 의뢰 주시면 성심성의껏 답변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