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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식공장장 Aug 13. 2018

국민연금 문제, 이해가 필요합니다

인상해도 됩니다. 다만!


앗 뜨거 국민연금


요즘 국민연금 문제가 유난히 뜨겁습니다. 이래라저래라 말이 많은데 우선 본질만 따져보면 지금 국민연금을 그대로 둬서는 안 되는 건 맞습니다. 다만 국민연금을 없애야 한다는 이야긴 결코 아니죠. 


국민연금은 가장 우수한 연금상품입니다.


2000년대 말, 민간회사의 각종 연금상품, 보험상품은 보통 유니버설보험, 연금의 경우 원금에 도달하는 기간은 7년, 보장성 보험은 10년으로 잡았습니다. 하지만 이때 가입한 사람이 지금 설계사에게 전화를 하면 지금은 경제상황이 안 좋아서 20년은 지나야 원금이 된다는 애매한 소리를 할 뿐입니다.


얼마 전에 일본의 보험약관을 그대로 베끼는 바람에 자살자에게 보험금 지급해야 한다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는 이야기가 있었죠? 그만큼 시중 보험은 은근히 엉터리인 측면이 많습니다. 


반면, 국민연금은 무조건 이익을 봅니다. 네? 언론보도에서 수익이 줄고 있다고 한다고요? 맞습니다. 맞는데 그건 예전의 예측한 수익보다 줄어들었다는 이야기지, 손해를 본다는 이야기가 아니에요. 지금 수익률이 좋고 개편하지 않으면 위기인 국민연금도 일반 보험보다는 가입자에게 돈을 더 줍니다. 이건 배당도 없고, 운용비도 최소화하거든요. 


그래서 국민연금은 가입하는 게 이익입니다. 제 주변에 남편이 사업해서 외제차를 편하게 굴리고 가정부 고용하시는 분들도 죄다 국민연금을 별도로 가입했습니다. 


아니 탁 까놓고 말해보죠.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리던 최순실도 국민연금 가입했습니다. (링크) 나쁜거면 이 사람이 가입했을리가요.


사실은 워너비 연금상품인 것입니다!


왜 문제가 되느냐?


이 좋은 연금상품이 왜 지금 문제가 되느냐? 왜 개혁을 해야 하느냐?


너무 오래 삽니다.


우리야 우습게 보지만 일본은 전 세계 경제 2~3위를 왔다 갔다 하는 경제대국입니다. 그런데 이 나라는 부채대국이기도 하죠. 2017년 기준으로 부채가 GDP 대피 236%,  액수로는 1경 5000조 원을 넘어서버렸습니다. 그래서인지 언론은 입을 모아 일본 파산론을 노래했었죠. 


... 만 사실 일본의 부채는 별 문제가 없을지도 모릅니다. 이게 전부 자기가 자기한테 빌린 돈이거든요. 채무자가 본인이니 느긋합니다. 다만 이 부채는 뒷세대가 갚아야 할 돈이긴 하니 어떻게 보면 일본 정부가 후세에게 몹쓸 짓을 하고 있을지 모르겠네요. 그래서 애 낳으라고 난리 치는 걸 테고요?


문제는 이런 부채가 왜 생겼느냐는 건데 이게 일본 사람의 수명과 관계가 있습니다.


너무 오래 살다 보니 연금을 예상보다 많이 타가는 겁니다.


기대수명은 끊임없이 올라가고 100세 노인이 6만 5천을 넘어서고, 아예 시즈오카같이 100세 노인촌인 곳도 튀어나오고 나니 연금체계에 구멍이 생긴 겁니다. 그래서 2005년도에 개혁을 추진해서 연금수령액을 하향 조정했죠. 지인 왈, 32만 엔 받던 사람이 25만 엔 받게 되더군요. 이렇게 버티다가 출산율, 기대수명 문제로 70세부터 연금을 수령하는 개혁이 또 진행 중입니다. 


이런 현상이 우리나라에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금 언론 기사를 보면 100세 시대가 도래한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죠? 이런 기사 괜히 나오는 게 아닙니다. 우리나라 사람의 기대수명이 높아지고 있거든요. 여자는 세계 3위, 남자는 세계 18위입니다(링크). 그리고 앞으로도 더 오래 살 거라고 하지요(링크)


이런 상황에서 납부 연령을 그대로 두고 수급 일자를 그대로 두면 한 사람에게 나가는 연금액만 더 늘어나게 되는 거죠. 그러니 조정을 하는 게 맞습니다. 더내고 덜 받게 조정하는게 맞아요.


그런데 왜 국민연금의 개혁이 욕을 들어먹느냐? 이건 국민연금의 시작과 관계가 있습니다.



국민연금 무엇이 문제인가?


우선 시작 자체가 잘못되었습니다. 국민연금은 1988년 탄생했습니다. 선진 연금제도를 도입한다는 정부의 의도가 반영된 것이죠. 다만 노태우 정부는 국민연금이 세금의 형태로 인식되는 것을 두려워했습니다. 그냥 탁 까놓고 말해서 세금을 올리면 그게 아무리 필요한 세금이라고 해도 지지율 깎아먹기 딱 좋습니다. 그래서 노태우 정부는 국민연금이라는 국가 연금제도를 가입할 사람만 가입할 수 있는 상품으로 만들었죠. 


이 국민연금이 국민 전체로 확대된 것은 1999년 김대중 정부입니다. 처음 태어날 때부터 지지율 지키려고 꼼수로 만든 사실상 세금이 전 국민에게 지급되자 반발은 당연한 것이 되었죠. 그래서 연금의 타이틀을 단 세금이 나왔고, 사람들의 반발을 사게 되는 것입니다.


물론 국민연금은 꼭 필요한 제도입니다. 다만 만든 지 10년 만에 합의 없이 전 국민 의무화한 것은 혼 좀 나야할 일이죠. 민주주의 국가가 이렇게 일하면 후폭풍이 장난 아닙니다. 뭐 이 연금이 태어날 때는 군사독재국가긴 했고 그때 공무원 마인드가 국민들은 까라면 까는 사람들이긴 했겠지만요. 


뭐 태생이 이러니 이쁨 받기는 글렀습니다. 게다가 처음 기획할 때 대체수익률이 무려 70%에요. 어이없죠? 그래서 이거 기획한 사람은... 대체 무슨 생각을 한 걸까 싶기도 하고요.



그리고 수익률이 낮습니다. 이 시점에서 여러분은 위로 글을 스크롤하시겠지요. 그리고 작가를 욕하실지도 모릅니다. 국민연금의 수익률이 최고라고 하면서 왜 이번에는 수익률이 낮다는 거냐! 못살겠다 갈아보자!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네요. 


이건 말에 함유된 맥락을 정확히 꿰뚫어 봐야 이해가 됩니다. 국민연금, 수익률이 낮다가 아니라.


국민연금, (민간연금보단 수익률이 높지만, 재테크 상품중에선) 수익률이 낮다


가 정답입니다. 국민연금 수익률이 낮다는 기사를 잘 읽어보면 비교상품은 죄다 부동산, 채권, 주식입니다. 돈 많은 사람들은 국민연금보다는 이쪽이 수익률이 높고, 수익률을 높일 정보를 갖고 있습닏. 실제로 부유층은 일반 서민보다 부동산 개발정보, 기업정보를 훨씬 쉽게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  <국민연금, 수익률이 낮다>로 보고 있지 않겠어요? 하지만 연금은 보장성 상품이니 이런 수단과 비교하면 안 되겠죠.



마지막으로 운영 시스템이 후졌습니다. 이게 개혁을 해야 할 이유입니다. 


국민연금은 태어날 때부터 폭탄을 안고 있었습니다. 대표적으로 국민연금은 연금을 준다고 하지만 이에 대한 지급보장이 명시가 안 되어 있습니다. 

이름은 연금인데, 명목은 세금, 하지만 세금의 의무는 피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태생이 저 모양이라 국민연금은 형편따라서 세금과 연금 사이를 널뛰고 있습니다. 수령액, 수령비율, 수령조건을 변경하는 건 연금이라면 소급적용하면 안되죠. 하지만 세금으로 인한 복지라면 소급적용해도 됩니다. 그런 논리로 개편이 가능한거죠. 


국민연금은 필요할때만 박쥐같이 세금과 연금 사이를 옮겨다닙니다. 비율의 소급적용은 세금원칙, 하지만 지급보장같은 것은 연금원칙을 따라 갑니다.


이게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아는지 복지부는 국민연금의 정착을 위해 오래전부터 지급보장을 법에 명시하자고 했습니다. 하지만 재경부는 끝까지 반대하고 있죠. 이게 정부부채/ 부담을 생길 가능성을 줄이는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연금핑계대고 지급보장 안하고 있죠. 


하지만 애초에 국민연금이라는 사실상 세금제도를 만들어놓고 이건 연금이니까 지급보장을 안 한다는 게 말이 되나요?

월급쟁이 중 국민연금을 안 낼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습니다.
국민연금은 사실 사회보장을 위한 세금입니다.


심지어 제가 외국계 회사 다닐 때 외국인이라 연금 혜택 대상이 아닌 사람도 국민연금 냈습니다. 사실상 세금을 걷고 지급보장 안 하는 상황이니 그게 후진 게 아니고 뭐겠습니까?


연금이면 바뀐 정책은 이후 납부분, 가입자에게만 적용하는게 옳죠.하지만 실체는 세금으로 인한 복지기 때문에 그렇게 안하는 겁니다.


이건 (아마도 일본의 연금제도를) 베껴온 사람을 혼 좀 내야할 일이긴 한데, 적어도 국민연금은 한 길만 걷는게 좋겠습니다. 그래야 개편하고 조정해도 잡음이 안 나오죠.


네? 복지부는 왜 재경부하고 적극적으로 안 싸우냐고요?... 그건 회사를 돌아보시면 압니다. 예산을 집행하는 기관과 싸워서 이길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습니다. 예산 필요하면 기어야죠.


괜히 이 아줌마에게 빌빌기는게 아닙니다 [출처: 직장인의 교과서 미생]



이제부터라도 알리고 개편해라


아무리 참한 신붓감이라도 입 다물고 가만히 있으면 아무도 안 알아줍니다. 아무리 능력 있는 아이디어맨이라도 입 다물고 가만히 있으면 손 하얀 사람, 백수가 됩니다.


사실상 연금 지급을 위한 세금인데 이럴 때는 세금이고 이럴 때는 연금이라고 해서 국민들이 안 믿는 판에 무턱대고 더 걷어야 한다, 늦게 준다 이렇게 나서면 국민들은 화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운영이 후졌다고 하는 겁니다.


말만 제대로 잘 하면 문제 될 게 없거든요


국민연금을 처음 만든 1988년에는 70세만 넘으면 살만큼 사는 거였습니다. 외할아버지께서 73세에 돌아가셨는데 다들 충분히 오래 사셨다고 그러더군요. 기대수명이 70세였으니 별 수 없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100세예요. 당연히 설계할 때 플랜을 그대로 가져갈 수 없습니다. 100세에 맞춰 바꿔야죠. 개편은 당연한 겁니다.


네? 나중에 100세가 될 때를 대비해서 기획을 했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요? 회사에서 그렇게 일하다간 상사에게 월급 축낸다고 욕먹고 본인도 일에 치여 괴롭습니다. 아니 아예 직장인을 안 하죠. 이런 변화를 정확히 예상할 수 있는 사람은 지구 상에 단 한 사람도 없습니다. 저 어린이 통장 가입했을 때 금리가 7.5%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일반통장 금리가 0%대입니다. 이런 세상이 올 거라고 누가 생각했겠어요? 


비슷한 의미로 2018년 신생아가 32만이라는 걸 누가 예상했겠습니까. 1988년 출생률은 63만 명이고 너무 많이 낳는다고 산아 제한하고 있었습니다. 이 판에 누가 액수 줄이는 플랜을 계산하겠습니까?


개편은 옳습니다. 다만 정부는 지금이라도 기대수명이 많이 늘어나서 세금제도를 개편해야 하며, 국민연금은 현행 연금 상품중 가장 우수한 상품이라는 것을 홍보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에 맞춰 정확히 설계/ 개편했다는 것을 알려야죠. 


뭐 심층적으로 뒤져보면 애초에 연금기관이 주식시장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나라가 일본/한국뿐이고 그것 때문에 연금이 이익을 올리려고 투매하면 국민이 손해 보는 나라는 일본/한국뿐이라던가, 아직도 박쥐처럼 연금과 세금 사이를 날아다닌다던가 하는 문제가 있지만 그건 손대면 진짜 골 아픈 문제고요.... 일단 알려야 해요. 그리고 이제부터라도 납득시켜야 합니다. 99년처럼 그냥 일제 전환~ 이러면 안 되죠. 


그래야 국민들이 무턱대고 없애라며 화내지 않습니다.


다행히 현 정부는 무식하게 일을 끌고 갈 생각은 없군요. 다행입니다. 역시! 라는 탄성이 나오네요. 예전처럼 덮어놓고 개편하는 시대는 지났음을 지금은 정상적인 민주주의 국가라고 선언한 셈이죠. 


문대통령: 정부의 일방적인 국민연금 개혁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문제는 많습니다.


너무 오래 삽니다.
그리고 안 낳습니다


암 발병률 1위, 암 사망률 1위라고 해서 잘 몰랐는데 기대수명은 꾸준히 올라가고 있고, 일부 통계에선 한국이 1위라는 기록도 있더군요(전 믿지 않지만). 이런 상황은 출산율이 높아지면 별 문제가 없는데 문제는 우리나라가 전 세계 최초로 0%대 출산율에 진입한 나라라는 겁니다.


정부는 이해시키고, 100세 시대, 0% 출산율 시대에 맞는 최적의 안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100세 시대에 맞는 개편을 해야 한다는 것을 이해하고, 정부가 잘 하는지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아, 그리고 지급보장은 해야 합니다. 연금인지 세금인지 하나만 하자고요? 네?


이메일 : inswrite@gmail.com로 업무/기고 의뢰 주시면 성심성의껏 답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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