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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식공장장 Apr 28. 2017

사임당, 조기 종영은 필연이다

콘텐츠 산업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SBS가 200억을 들여, 야심차게 시작한 거대 프로젝트인 <사임당 빛의 일기>. 초반에는 두 자리 수 시청률을 보이더니 방송 4회만에  시청률1위를 김과장에게 내어 줘버렸죠(기사링크). 이후 10회차 즈음에서 시청자 조사결과는 닐슨(9.8%), TNMS(7.6%)로 공히 한 자리 수 이하로 추락하더니 결국 시청률 10%대를 한 번만 차지해보고 5월 4일, 조기종영되는 운명을 맞이했습니다.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왜 확실한 보증수표를 모아놓았는데 무너지는 걸까요? 게다가 사전기획인데 쪽대본으로 찍은 드라마보다 완성도가 떨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사임당이 놓친것은 무엇일까요?


중국과의 관계

사임당의 부진을 이야기하면 중국 이야기를 먼저 해야 합니다. 최근에 중국과의 관계가 많이 안 좋죠?


보통 중국에서 나오는 콘텐츠는 광전총국이라는 기관이 일괄로 심의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구조상 한국에서 절찬리에 유행하던 쪽대본이 나올 수 없는 구조에요. 사전에 모든 각본을 쓴 후 이게 승인되어야 제작을 할 수 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중국에 뭘 팔고 싶다면요.


그래서 사임당은 2015년에 기획되었음에도 여러가지 과정을 거쳐 2017년에나 선을 보일 수 밖에 없었는데요. 문제는 최근에 광전총국에서 한류 콘텐츠의 방영을 자제하라는 지시를 했다는 겁니다. 이렇게 되면 중국의 방송국도 이를 따를 수 밖에 없죠. 그래서 중-한 동시방영이 무너지게 됩니다. 


그런데 중-한 동시방영과 한국에서 방영을 한 것을 중국에 방영하는 것의 판권료는 천지차이입니다. 동시방영을 하면 현지에서 동시간에 시청을 하기 때문에 광고수입이 그 시청률에 맞게 들어오지만, 한국에서 방영한 것을 중국에서 방영하면 그 정도 시청률이 안 나옵니다.


왜냐하면 그쪽에서 불법다운로드로 올라오는 시간, 규모가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입니다. 한 예로 인기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는 우리나라에서 10시~11시에 방영이 되었죠? 중국 현지 친구의 말에 따르면 방영되는 순간 이를 시청하면서 자막을 만들기 시작한답니다. 이를 자신이 운영하는 인터넷 방송을 통해 올리기 때문에 방영시간차가 한시간도 안난다고 하네요 (한국보다 30~40분 늦게 보는 수준이라고 합니다).


한국에서 방영끝나고 중국에서 방영끝난걸 틀어줘봐야 절대 그 관심과 가치에 맞는 시청률이 나올 수 없습니다.


최근에는 이 열풍을 벤치마킹한 것인지, 셜록 시즌4가 한국에 동시방영되는 기쁜 일도 일어난 것이지요. 어찌보면 좋은 변화는 안좋은 자극을 받아야 생기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잘못된 콘텐츠 마케팅 전략 

1. 이 사임당의 마케팅 키워드는 두 가지였어요. 하나는 박근혜 대통령 또 하나는 중국시장입니다. 당시 중국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이미지가 아주 좋았고, 이로 인해 자서전의 중국출간까지 추진되는 상황이었죠. 하지만 지금 중국이나 한국이나 이를 마케팅 컨셉으로 잡을 상황이 아닙니다. 


위에서 중국 시장의 상황으로 인해 피해를 봤다고 했는데, 또 하나의 키워드는 한국, 중국의 상황때문에 피해를 본 셈입니다.


자 그렇다면 이제 본질적인 콘텐츠로 승부를 봐야 합니다. 하지만 이 사임당의 콘텐츠는 참 딱하기 짝이 없습니다.


우선 이야기가 부족합니다. 여기서 이야기란 시나리오가 아닙니다. 그 작품을 보고 시청자가 떠올리는 이미지? 작품이 이미지로 시청자게에 말하는 내용? 이것을 이야기라고 보는 것이지요. 이야기는 제가 쓰는 표현이니 컨셉이라고 봐도 좋겠습니다.


그런데 사임당은 이 이야기, 컨셉 자체가 살짝 문제가 있습니다. 보통 제대로 드라마를 만들면 기획부터 탄탄하게 하고 줄기 시나리오를 만든 후에, 이를 시청자가 지루해하지 않게, 돋보이게 할만한 요소를 넣어야하죠. 이 작품은 오히려 그 반대같습니다. 짜깁기가 우선된 것 같아요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 수출국가에서는 이영애씨가 국빈이야 그렇게 집어넣어, 한국 사극이 인기있다지? 

요즘 박대통령의 인기가 해외에서 좋다지? 

잘 나갔던 별그대의 인기 요인중 하나가 타임슬립(타임리프)아냐. 사임당이라는 분이 그렇게 드라마가 많은 분이 아니니 타임슬립으로 내용을 불려!! 

요즘 매출 좋은 중국에서 잘나가는 배우는 누구야?


아마 회의실에선 이런 이야기가 나왔고, 아랫 사람들은 열심히 이를 받아적기에 바빴을 겁니다. 그런데 문제는? 중국방송이 지연되면서 온전히 한국 시장을 주 시장으로 상대하게 되었다는 것이죠. 그런데 한국에선 이 요소들이 오히려 마케팅에 방해가 되었습니다.


우선 사임당이라는 분이 율곡 이이 선생의 모친이라는 점, 여러 글과 작품을 남겼다는 점, 평산 신씨의 딸로서 배경이 굳건했다는 것 외엔 도통 이야기가 없어요. 설령 이야기가 있어도 조선시대의 여성의 지위를 생각하면 그게 기록물로 온건히 내려올리가 없죠. 


2. 사임당은 대중과 거리가 있는 위인입니다. 태조 이성계, 태종 이방원, 세종, 이순신같은 분들이야 이야기가 넘쳐나는 분들이지만, 사임당은 그 정도 드라마가 있는 분이 아니지요. 과거 인물의 드라마화엔 명백한 한계가 있어 정도전, 정조같은 분들도 드라마화가 된 시기는 비교적 최근인 2000년대 입니다. 다른 인물들의 드라마가 70년대부터 제작된 것에 비하면 꽤 시기가 벌어지죠.


이 사람들은 자신의 인생에 정면으로 돌진한 사람이고, 보통 사람이면 목숨 날아갔을 위기를 겪었으며 이를 이겨낸 드라마가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사임당은 굴곡이 없어요. 평산 신씨라는 부잣집의 딸, 시화와 글에 능숙했고 훌륭한 위인으로 남은 아들을 낳은게 다 입니다. 여기서 뭘 어떻게 이야기를 해서 시청자를 몰입시키겠어요?


네? 세종대왕에게는 목숨이 넘어갈 위기가 없었다고요? 아니죠. 양녕대군과 얼마나 기싸움을 했는데요. 만약 양녕이 폐세자가 되지 않았음 즉위하자마자 세종 이도는 역모죄로 유명을 달리했을겁니다.


게다가 엄밀히 말하면 이영애씨와 송승헌씨는 한국에서 주목받기가 힘듭니다. 왜냐하면 이영애씨는 공백이 10년 가까이나 되는 데다가 송승헌씨도 2012년에 드라마가 나온게 마지막이거든요. 보통 갤럽의 조사자료를 보면 현재 인기있는 장르는 트렌디 드라마이고, 이 주 시청자층이 35~45세입니다. 


그런데 이 연령대가 대장금이 할 때 25세였단말이죠? 이들에게 이영애씨는 낮선 배우일 뿐입니다. 게다가 두 주연배우는 실제 나이차도 있는데 외모적 연령대는 더 벌어져 보입니다. 송승헌씨는 동안이고 이영애씨는 차분한 표정덕에 나이가 들어보이는 스타일이죠. 트렌디 드라마를 선호하는 저 연령대 여성에게 어필하기 힘듭니다.


이 두 사람이 캐스팅된 이유는 오로지 중국에서의 스타파워 (특히 이영애씨는 국빈급 대우) 때문이죠. 다만 이게 지금의 한국에 안 먹히는 것이 클 겁니다.


평면적인 벤치마킹이 독배가 되다

이렇게되면 차선책을 생각해야 합니다. 바로 이영애씨가 주연한 <대장금>입니다. 사초, 중종실록에 딱 한줄 적혀있는 걸 갖고 드라마로 만들었다죠? 그러려면 드라마가 굉장히 탄탄해야 합니다. 대장금이 괜히 잘만든 드라마가 아니에요. 여기서는 단순히 대장금만이 주인공이 아닙니다. 여러 캐릭터가 저마다의 이야기를 갖고 복합적으로 움직이고 있어요. 


이는 이 각각의 캐릭터가 평면적이 아닌 유기적으로 디자인 된 캐릭터임을 나타내며, 이들이 활약할 무대에 대한 고증을 완벽하게 하고 거기서 의녀라는 신분이 가진 이야기를 끌어낸, 기획의 힘입니다.


하지만 드라마가 <사임당>을 그려낸 방식은 평면적 관점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애초에 대장금은 호기심을 끌어낼 요소가 있었어요. 의녀라는 신분인데요, 당시 90년대 말 <허준>이 대히트를 했고 2000년도 초까지 한의사라는 직업이 인기직업인 상황에서 의녀라는 직업은 대중의 관심을 자아내고 계승하기 충분했습니다. 


사회적 공감대가 있었죠. 
아니 조선시대에 여자가 의사였단말이야? 라는

하지만 사임당은 대장금의 히트요인을 깊게 보지못하고, 단순히 대장금의 묘사와 전개방식만 그대로 배치했습니다. 극의 템포토, 이야기를 말하는 방식도, 인물을 바라보는 방식도 대장금이에요. 이병훈 PD의 그 기술을 그대로 베낀 역량은 칭찬해줄만 하지만, 


콘텐츠는 기술을 베껴서 만들어지는게 아닙니다.
흥미를 이끄는 기술로 만들어지는 거죠.



시대가 한참 지난 드라마의 철저한 벤치마킹, 게다가 이미 별그대에서 한 번 작은 소재로 다룬 타임슬립(타임리프)을 그대로 써먹다니요. 이미 시청자들은 타임슬립을 하도 겪어서 어지간한 타임 슬립을 봐도 미끄러지지도(Slip) 않습니다. 네 타임 슬립을 다룬 드라마가 몇 편 안된다고요? 드라마는 그렇지만 웹툰, 게임 등에서 별그대가 나온 이후 과거의 누구가 현세의 누구다라는 컨셉은 하도 많이 써먹었거든요. 


게다가 바로 얼마전에 전지현씨 주연으로 푸른바다의 전설도 역시 타임슬립을 소재로 썼습니다.

이제 보면 질릴 상황인데, 저번에 본 드라마랑 똑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이를 메인으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으니 보는 사람의 힘이 쫙 빠지지 않겠습니까?


반등의 기회는 없었을까?

1. 그래도 시청률 8.3%대를 유지한 작품이니 반등을 노릴 수도 있었겠지만 SBS는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김과장이 있기 때문이죠. 우리에게 친근한 캐릭터, 소재 유쾌한 스토리는 수목드라마의 주 시청자인 35~45세 여성층에게 직격할만한 내용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사임당이 김과장을 누르고 반등하기는 힘듭니다. 김과장이 20화니 아마 먼저끝나겠지만, 그때쯤이면 사임당도 20화즈음인데 극의 중요한 시점을 다 놓친 시청자들이 SBS 사임당을 보기 시작할리는 없죠. 아마 김과장의 후속작이나 다른 방송사의 야심작이 바톤을 이어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금에 와서 SBS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오연수씨가 추가되는 상황에서 극의 포텐이 터져주거나 축소편성하는 수 밖에 없었을 겁니다. 결국 조기종영을 선택했고요.

2. 제가 볼 때 요즘 사람들의 화제를 모으는 콘텐츠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보는 사람이 후련한 작품들이에요. 


미생이 왜 사회현상까지 일으킬 정도로 성공했나요. 자신들의 회사 생활을 적나라하게 이야기해주는 듯 하면서 공감할만한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풀어냈기 때문입니다.


돌아보면 우리의 삶이 드라마다라는 생각이 드는 내용이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사임당은 배우캐스팅부터 중국부터 먼저보고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가 시청률로 나오고 있죠. 


이렇게 된 상황이면 SBS는 아 200억밖에 안 들여서 다행이다. 처음기획대로 50부작으로 안 만들어서 다행이다~ 라고 안심하는게 고작일 듯 합니다. 



마치며

제가 업체 미팅을 나가든, 사석에서 이야기가 나오든 이야기에 중점을 두는 것은 올인하지 않는 것입니다. 중국이 돈을 떼로 버는 시장이니 중국에 집중하는 건 당연합니다. 하지만 모든 콘텐츠를 중국에 맞춰서 만들고 마케팅의 중심에 둔다? 이게 과연 옳은 일일까요?


대만의 경우 한 때는 굉장한 컨텐츠 생산국가였습니다. 톡톡튀고 다양한 아이디어가 넘치는 드라마를 쏟아내어 세계의 주목을 받았고, 중국시장에 압도적으로 진출할 수 있었죠. 그런데 이렇게 중국매출이 압도적이 되니까, 경영진이 중국에 올인하게 되고, 그러다보니 중국의 주문대로 드라마를 만들 수 밖에 없었죠. 정신차려보니 자체제작 체제는 다 무너지고, 작가 및 PD들은 전업 및 유학을 떠나고 하청할 수 있는 환경밖엔 안 남아있었다고 합니다. 


우리도 앞으로 콘텐츠로 먹고 살려면 중국에서 먹힐만한 마케팅 키워드만 끌어다가 만든 조립품 드라마가 아닌, 한국만이 보여줄 수 있는, 다른 나라에선 만들지못할 이야기로 사람을 끌어야 합니다. 대장금이 해냈고, 별그대가 해냈듯이 말이죠. 해외 히트상품들도 거의 대부분, 자국내 내수시장을 장악하고 인정받은 작품들이었듯이 말이죠.


다음의 글로벌 진출 작품은, 한국작가의 실력을 보여줄 수 있는 한국이 만들 수 있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 되어주기를 바랍니다. 마케팅 기법이 너무 들어가면 똑같은 전철을 밟게 될 뿐입니다.


Key Point

1. 최근 콘텐츠 기획은 마케팅 중심, 경영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타겟을 노린다는데서는 적절하지만 의사결정권자가 대중의 의도를 100% 읽어내지 못하는데 대한 리스크는 크다.


2. 우수한 콘텐츠를 해외에 판다는 것과, 해외를 위한 콘텐츠를 파는 것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후자는 해외의 제작자들이 훨씬 잘할 수 있다. 


3. 해외 한류를 정착시키려면 우리가 보여줄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야 한다. 최근 성공한 콘텐츠가 다루는 이야기를 들여다보면 답이 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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