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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식공장장 Jul 27. 2017

알쓸신잡은 시대가 요구한 방송?

요즘 세대를 위협하는 지식에 대한 공포와 갈망에 대하여

1. 사실 요즘 살짝 슬픕니다. 왜냐하면 오늘, 2017년 7월 28일 총집편을 마지막으로 제가 즐겨보던 TV 프로그램인 <알쓸신잡 -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이 끝나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렇게 반응이 좋으니 바보가 아닌 이상 2기 편성은 당연할 것이고, 경우에 따라선 1기에선 집만 살짝 나온, 절대 내공의 소유자 유홍준 교수님도 나올 수 있겠죠? 


처음에는 크게 기대하지는 않은 듯한데 최저 5.8%부터 최고 7.2%까지 기록하는 히트를 쳤습니다. tvN의 프로그램치고는 아주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셈이죠. 그래서 그런지 요즘 서점에는 어김없이 <알쓸신잡> 코너가 꼭 있더라고요. 


알뜰신잡이 아닙니다


그런데 왜 아저씨 다섯이 나오는 프로그램이 인기가 있는 걸까요?


2. 이 프로그램이 히트한 이유, 저는 순전히


앞날을 알 수 없는 시대에서 사는 현대인이 가진
지식에 대한 공포 그리고 갈망


때문이라고 봅니다.


현대 사회가 사회다 보니 예전의 삶의 공식이 잘 안 통합니다. 예전에는 한 가지 기술만 배우면 평생 잘 먹고 잘 살았는데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한 기술의 수명이 짧아졌죠. 실제로 7화에서는 신문사에서 신문 인쇄에 필요한 활자를 찾는 직업인 '문선공'이 사라진 것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정재승 박사님은 이 이야기를 하시면서 기술의 수명이 점점 짧아진다는 이야기를 하셨죠.


그러다 보니 사람들은 무언가를 배워야 한다는 강박에 휩싸입니다. 그런데 뭘 배워야 할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한국 사회 특성상 책을 한 달에 한 권이라도 읽는 사람은 고작 10여 프로. 이는 지식에 대한 호기심을 위해 여가를 희생시킬 사람이 많지 않다는 반증이 아닐까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지식 수용의 범위는 한정됩니다. SNS의 콘텐츠나 TV 프로그램으로 제한되죠. 알쓸신잡은 이런 흐름을 정확히 꿰뚫은 겁니다. 


굳이 제한된 영역을 넓힐 수고를 할 필요 없이 우리가 다가가겠다


는 의지의 표명이겠죠. 이것이 대중이 눈뜬 지식에 대한 욕구에 절묘하게 다가간 것입니다.


3. 이런 포맷을 프로그램은 영리하게 전달합니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사람들은 지식인의 부류에 들어가는 사람이고, 그 지식의 영역에 선을 긋지 않았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다른 분야의 지식에 대해 관심을 가졌음을 끊임없이 보여준 사람들이죠. 그래서 이들은 다른 분야의 사람들이 내놓는 전혀 생소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입니다. 


다들 그러지 않느냐고요? 소개팅에 가서 재미있게 한 게임 이야기 한 번 해보시면 전혀 안 그렇다는데 동의하실 겁니다. 


이런 아저씨들이 맛있는 음식 앞에 무장해제를 하고 아저씨 토크를 합니다. 사실 사람들의 편견과는 달리 아저씨들도 말이 많아요. 남자는 입이 무거워야 한다는 말 때문에 말을 줄이려는 모양인데 말을 줄이라는 건 쓸데없는 말을 하지 말라는 뜻이지, 수다의 욕구를 Kill 하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 사람들이 호기심에 따라 자유롭게 화제를 옮깁니다. 거북선→임진왜란→양반→호주제→부계사회→미토콘드리아라는 언뜻 보면 연관이 있을 것 같으면서 따지고 들면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이야기가 나와요.


그런데 사실 그럴 수밖에 없죠. 다른 인생, 삶, 환경을 살면서 다른 분야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대화하려면 이 방법밖에 없거든요. 프로그램은 이 과정을 통해


사람들이 가진 지식에 대한 욕구를 푸는 이상적인 방법


에 대해 말합니다. 굳이 화제에 제한을 두지 말고 의식의 흐름에 따라 대화하라는 것이죠. 지식에 대한 목적이 명확하다면 모를까 앞으로의 시대는 우리가 얻은 지식을 통찰력을 바탕으로 짜 맞춰야 하는 시대입니다. 굳이 의식의 흐름을 의식할 필요가 없다는 것, 창작에 익숙한 작가, PD들이 던지는 메시지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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